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가 자유낙하 수준으로 하락 중이다. '리얼미터' 주간정례조사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56.3%를 기록했다 한다. (관련기사 : [리얼미터] 文대통령 지지율 56.3%, 1.8%p↓) '리얼미터' 만이 아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58%로 날개 없이 하락중이다. (관련기사 : 멈춰선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 착시효과 때문일까?)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5월 1주차 조사에서 83%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인 게 엊그제 같은데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거의 30%포인트에 가까운 지지율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의 폭도 문제지만 하락의 질은 더 나쁘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보층이,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19~29세의 청년층이 대거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념적으로 볼 때 진보층이, 세대별로 볼 때 청년층이 문재인 정부 지지의 양대 근간이라고 할 때 이는 기둥이 무너지는 형국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무슨 대형 악재들이 있었길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것일까? 눈에 확 띄는 대형악재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최저임금제와 고용쇼크 사태에 대한 정부의 지리멸렬한 대응, 보유세 개혁 형해화, 인터넷 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방침, 의료 민영화에 대한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급, 교육개혁 로드맵의 실종 같은 일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런 일들은 하나 같이 시민들의 현재와 미래의 삶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회경제적 정책에 해당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보인 모습은 일관되게 퇴행적이다.
남북 정상회담 등의 이벤트 효과로 인해 일시적으로 문재인 정부에게 지지를 표했던 보수층의 지지가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지탱하는 양대 축이라할 진보층과 청년층의 지지가 무섭게 빠지는 건 근본적 사회경제 개혁은 고사하고 퇴행하는 기미가 역력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낙담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듯 싶다.
주식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강세장에선 장이 별 것 아닌 호재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반면 약세장에선 하찮은 악재에도 지수가 폭락한다. 최근 나타나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 추세는 전형적인 약세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별 것 아닐 수 있는, 성에 차지 않는 전기료 인하(어쨌건 폭염에 고생하는 시민들을 위해 전기료를 인하하겠다는 것인데도), 국민연금 개편 논의(애초 설계가 잘못된데다 논의에 불과한데도), 같은 것에 지지율이 출렁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지금의 상황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과 교육 등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옭죄는 요인들과의 정면대결을 회피하고, 근본적 사회경제개혁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낙담한 지지자들이 사소한 악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의 뼈 아픈 경험을 한 촛불시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략적 지지와 인내를 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들의 의욕과 의지를 자꾸 꺾는 방향으로 정책철학과 방향을 설정한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문재인 정부에는 참여정부 당시 만들었던 '비전 2030' 같은 원대하고 희망 넘치는 국가비전도, 모두가 반대하던 종부세를 관철해 부동산 공화국과 정면대결하던 대통령의 투혼과 기개도 찾을 길이 없다. 비전도, 로드맵도, 심지어 투혼조차 없는 정부를 믿고 기다려 줄 시민은 많지 않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혁명의 사령부가 되어야 옳고, 비상한 사태에는 비상한 의지와 비상한 결단과 비상한 인물과 비상한 역량이 요구된다. 기존의 상상력과 방법과 배포와 인물로는 한국사회에 누적된 사회경제적 적폐를 청산할 길이 전혀 없다. 위기의 문재인 정부가 반등할 수 있는 비법은 우선 청와대와 내각을 사회경제적 개혁을 위해 신명을 바칠 인사들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근본적 사회경제적 개혁에 올인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촛불시민들은 모든 걸 바쳐 문재인 정부를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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