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이라는 이름의 행사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 등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핀테크 경험 차 큐알(QR) 코드로 결제하는 시연 등을 했다. 지난 7월 19일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의료기기 규제 완화'에 대해 발표한 데 이은 '규제 혁신' 행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도 금융 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신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은산 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산업 자본의 인터넷 전문은행 지분을 현행 10%(의결권 지분 4%)에서 34%까지 늘리는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전성인 교수 등 학자들은 "은산 분리 완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박근혜도 못 들어준 재벌 숙원, 문재인 정부가 왜?")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 장치를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혁신은 은산 분리라는 기본 원칙을 확고히 지키면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라며 "규제 방식 혁신의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 분리 완화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먼저 추진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은산 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당론까지 정했다. '재벌 기업의 사금고화'를 우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는 재벌 기업의 진출을 막는 등의 '보완 조항'을 들여서 특례법을 추진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 변화가 궁색하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진보 진영 전문가들은 한번 은산 분리를 완화하기 시작하면, 더 되돌릴 수 없다고 우려한다. '상호저축은행 파산 사태'나 '동양그룹 사태' 등 비금융계열사의 부실을 금융계열사에 떠넘긴 대표적인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은산 분리 규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정부는 창업을 준비하느라 일시적으로 무직 상태인 오진석(38) 씨가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중금리로 대출받은 사례, 해외 유학 중인 자녀에게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낮은 수수료로 송금했던 주부 엄성은(55) 씨 사례 등을 모범 사례로 내세웠다. '중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지원해주자는 논리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산 분리 완화가 아닌 상장을 통해서도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는 특례법 처리와 관련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원회 의장, 소관 상임위원장인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이 총출동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은산 분리 완화 법 개정에 비판적이었던 제윤경 의원과 박영선 의원도 행사에 초청했다. 법안 처리 협조 차원에서다. 다만, 제윤경 의원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제윤경 의원은 2017년 8월 <조선비즈>와 한 인터뷰에서 "카카오뱅크에 대출 수요가 많은 건 비정상이다. 가계 부채를 줄여도 모자랄 판에 늘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만을 위한 법 개정을 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밝혔다. 제 의원은 다만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케이뱅크를 위한 법 개정이 안 되도록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특례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한 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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