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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vs 대학총장…"여기야 말로 99%대 1%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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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vs 대학총장…"여기야 말로 99%대 1%의 싸움"

[4.11 총선현장⑩]경기 의정부을, 새누리 홍문종 vs 통합진보 홍희덕

수도권이면서도 서울에서의 심리적 거리는 먼 곳. 실제로는 서울로 출퇴근 하는 인구가 대부분인 '베드 타운'이지만, 아직도 '동두천' 등과 엮여 불리며 군사도시 이미지가 자리 잡고 있는 곳. 의정부다.

특별히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라고도, 민주통합당의 텃밭이라고도 하기 힘든 '스윙 보트'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의정부을. 이번에는 야권연대 전략지역으로 분류됐다. 비록 정통민주당 후보가 출마하긴 했지만, 사실상 1:1 구도다.

후보들의 이력도 재미있다. 초등학교밖에 못 나온 청소노동자 출신의 홍희덕 통합진보당 의원과 하버드대학 박사로 대학 총장의 '스펙'을 가진 홍문종 전 새누리당 의원이 맞붙었다. 판세도 안갯 속이다. 말 그대로 '격전지'다.

그런데도 그 흔한 '르포' 한 번 나오지 않았다. 중앙언론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한 번 돌려보지 않은 소외된 곳. '숨겨진 격전지', 경기 의정부을 선거구를 지난 2일 다녀왔다.

"주차장 한켠의 비닐하우스와 하버드박사의 싸움, 99% 대 1%의 대결"

극과 극이었다.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경기도북부청사(제2청사)를 가운데 놓고 마주 보고 있는 홍희덕 통합진보당 후보와 홍문종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사무소는 첫 인상부터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야권단일후보인 홍희덕 후보의 캠프는 사우나 건물에 딸린 주차장 한 켠에 있었다. 주차장 8층 한 구석,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었던 그 자리에 홍희덕 후보는 나무로 골대를 마련하고 비닐로 벽을 만들었다. 출판기념회 때 썼던 대형 현수막을 '재활용'했다.
▲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었던 그 자리에 홍희덕 후보는 나무로 골대를 마련하고 비닐로 벽을 만들었다. 출판기념회 때 썼던 대형 현수막을 '재활용'했다ⓒ프레시안(여정민)
홍문종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사무실은 한 눈에도 세련돼 보였다. 어린이 영어학원이 쓰던 인테리어를 그대로 활용한 덕이다. 인스턴트 커피를 내주던 홍희덕 캠프와 달리 커피메이커로 내린 원두커피가 나왔다. 홍문종 후보의 사무실에는 양복을 점잖게 빼 입은 사람들이, 홍희덕 후보의 사무실에는 운동화에 모자를 눌러쓴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두 후보의 살아 온 삶도 달라도 너무 달랐다.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홍희덕과 고려대·하버드대에서 수학한 홍문종. 동물 사료 나르는 일을 하다 청소노동자가 되어 17년을 꼬박 청소일을 한 홍희덕과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원도 하고, 경민대학교 총장도 맡고 있는 홍문종.

심지어는 병역까지 대조적이다. 육군 GOP부대에서 근무하고 상병으로 만기전역한 홍희덕과 육군 방위병으로 입대했다가 4개월만에 '허리 디스크'로 의가사제대한 홍문종 후보.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모두 '의원님'으로 불렸다는 것 정도였다. 홍희덕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2번을 받아 국회에 진출했다. 홍문종 후보는 15대와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런 대조적인 '경력'은 홍희덕 후보 측이 "의정부을 선거야 말로 1% 특권층 대 99% 서민의 대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라고 의미를 한껏 부여하는 이유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이 도와주는 야권단일후보 홍희덕 vs 박근혜가 직접 나선 홍문종

두 사람의 대결은 양쪽 모두 승리를 쉽게 자신하기 어려울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홍희덕 후보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인지도가 너무 낮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지지가 곧 홍희덕 후보에 대한 투표 행위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홍문종 후보 측도 "초반에는 공천과정의 잡음 등으로 인해 (우리가) 불리했지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문자 메시지' 파동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정부 방문이 분위기 전환의 두 가지 계기점이었다"고 캠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야말로 투표함을 까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쪽의 후보가 확정된 이후에는 그 흔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한 번 나온 적이 없다. 중앙언론의 '외면'도 한 이유다. 홍희덕 캠프 관계자는 "홍희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충분한데, 언론이 너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했다. 인지도가 가장 큰 문제라는 홍희덕 후보 측 입장에서는 언론의 관심이 곧 도움인 탓이다.

중앙당에 대한 서운함도 숨기지 않았다.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협상에서도 의정부을은 주목받지 못했다. 강성종 민주통합당 의원이 "야권연대의 밀알이 되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사실상 전략지역이 됐지만, 기존 문법을 답습하는 정치기사의 관심지역은 아니었다. 통합진보당의 선거 초기 판세 분석에서도 의정부을은 우세 지역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같은 현역 의원이 있는 전남 순천에도 밀려났다.

▲ 홍문종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의 아래층은 민주당 정당사무소가, 위층은 강성종 의원이 이사장이었던 신흥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이 갑자기 들어섰다.ⓒ프레시안(여정민)
통합진보당에서 처음으로 유시민 공동대표가 2일 오전 의정부를 찾았지만, 지지유세는 하지 못했다. 유시민 대표가 떠난 홍희덕 캠프에는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특위위원장인 유종일 KDI교수가 찾아와 홍 후보와 함께 지원 활동을 했다.

강성종 의원의 측면 지원이 힘이 되는 듯 보였다. 홍문종 후보 측에 따르면, 강 의원은 홍 후보가 사무실 임대계약을 한 바로 다음날 해당 사무실을 사들였다고 한다. 새누리당 후보의 사무실 주인이 민주통합당 의원이 된 것이다. 또 홍문종 후보 사무실 아래층은 민주당 정당사무소가, 위층은 강성종 의원이 이사장이었던 신흥대학교의 평생교육원이 갑자기 들어섰다. 홍문종 후보의 홍보현수막이 홍희덕 후보보다 작은 데는 이런 뒷사정이 있었다.

'야권단일후보'라는 것이 유일한 무기인 홍희덕 후보와 달리 홍문종 후보는 지난달 31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셔와 선거운동을 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지지유세에서 "홍문종 후보는 의정부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이라며 "의정부의 시급한 현안을 홍문종 후보께 맡겨주시면 확실하게 해낼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박근혜 위원장은 지지유세에서 "홍문종 후보는 의정부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이라며 "의정부의 시급한 현안을 홍문종 후보께 맡겨주시면 확실하게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힘 있고 인맥 많은 여당 의원과 힘 없는 소수정당의 일개 의원"의 차이?

홍문종 후보 측은 이런 차이를 공격의 포인트로 활용하는 듯 보였다. 지하철 7호선 연장이 최대 쟁점인 의정부에서 "힘 있고 인맥 많은 여당 의원과 힘 없는 소수정당의 일개 의원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차이가 있지 않냐"는 것이다.

홍문종 캠프 관계자는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공약에 '경기북부발전론'을 넣어 7호선 연장 등 의정부의 대중교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문종 후보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기도 외각지역조직을 총괄할만큼 '신뢰 있는' 관계라는 것이 캠프의 설명이다.

'수해 골프' 파문으로 한나라당에서 제명까지 됐고, 게다가 당적을 바꿔 공천을 신청한 이력도 가진 사람에게 박 위원장이 공천장을 준 배경도 '친박 인사여서'라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개소식에서 "'수해 골프에 수많은 정치인이 연루됐는데 내가 도당위원장이니 책임을 지겠다(고 해 나 혼자 제명됐다). 이 정도면 미담사례라 생각하지 않냐"고 말해 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홍문종 캠프의 '인물론'이 잘 먹히지 않는 이유로 보였다. 실제 의정부에서 만난 한 40대 주부는 "홍희덕이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홍문종은 골프 치다 사고 낸 사람 아니냐"고 말했다. 홍문종 캠프는 "불법행위도, 범죄도 아닌 도덕성 논란이며 오래 전 일로 충분히 자숙의 기간을 거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 속에 '수해 골프'는 남아 있는 것이다.

"내게 홍희덕은? 희망이었고 지금도 희망이다"

▲ 통합진보당 홍희덕 후보. ⓒ프레시안(여정민)
'인지도 경쟁'에서는 뒤지고 있지만 홍희덕 후보와 의정부의 인연은 예상 외로 깊었다. 비례로 의원 배지를 달고 지역구를 골라 내려온 '낙하산'이 아닌 것이다. "동물 사료 회사가 의정부에 있어" 23년 전 의정부로 이사를 왔고, 2010년 퇴직때까지 17년을 의정부 곳곳을 청소했다.

홍희덕 후보가 사실상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국민주연합노조'의 사무실도 의정부에 있다. 전국 240개 지자체 청소부들의 노동조합이 의정부에 있는 까닭을 묻자 홍희덕 후보는 "의정부에서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기) 시작했으니까"라고 간단히 답했다. 중앙당도, 언론도 외면하고 있는 그의 '외로운 싸움'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청소 노동자들이었다.

1년에 17일밖에 되지 않는 연차 가운데 12일을 연달아 내, 홍희덕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는 청소 노동자 서상호(57) 씨에게 홍희덕 후보의 의미를 물었다.

"홍희덕 의원이 위원장일 때 노조에 가입해 처음으로 청소노동자의 법정 임금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전에는 눈 뜨고도 몰라서 떼이던 돈이었는데, 홍희덕 위원장과 같이 싸워 법정임금을 다 받게 됐다. 그 돈이 월 100만 원이나 됐다. 홍희덕은 우리에게 희망이었고 지금도 희망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청소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홍희덕은 다시 여의도 재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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