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선정을 위해 진행하기로 했던 여론조사가 무산됐다. 전당대회를 통해 뽑히는 정식 지도부도 아닌 임시 지도부를 선정하기 위해 '비대위 준비위'라는 초유의 기구에 이어, 비대위원장 선정을 당 대표 경선하듯 당원·유권자 여론조사로 하겠다는 방안까지 등장했지만 그마저 없던 일이 된 것.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 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지난 14일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서 "당초 비대위원장 후보자 선정 과정에 있어 국민과 당원의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보고자 주말 동안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비대위원장 후보자 다섯 분 중 몇 분이 '여론조사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온 바, 이번 여론조사 실효성이 적어졌다고 판단해 여론조사 실시는 중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비대위 준비위는 최종 다섯 명의 비대위원장 후보자를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에게 추천드린 것으로 실질적 활동을 마무리했다"며 "김 대행에게 16일 예정된 의원총회를 포함한 당내외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후보자 한 분을 선정해주실 것을 건의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즉 여론조사 없이 의원총회만을 거쳐 김 대행에게 인선을 일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앞서 12일 김병준·김성원·박찬종·이용구·전희경 등 5명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발표하고, 같은날 심야까지 이어진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려 했다. 그러나 의총은 김성태 대행의 거취 문제를 놓고 김 대행과 친박계 간 설전이 이어지다 고성을 동반한 감정싸움으로 끝났고, 비대위원장 인선 문제는 거의 토의조차 되지 않았다.
한국당은 16일 의원총회에 이어 17일 당 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안을 논의한다.
한국당은 지난 6.12 지방선거 후 홍준표 대표가 사퇴하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그 권한대행을 맡았으나, 친박계 등 당내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도 선거 패배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며 동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공석인 당 대표 자리를 채우기 위한 전당대회를 열지 않고,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한 이후에도 '비대위 준비위', '비대위원장 선정 여론조사 경선' 등 전례 없는 대안 발표만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 당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했다. 114석의 한국당이 6석인 정의당과 지지율 동률을 이뤘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관련 기사 : 文대통령 지지율 69%…정의당 10% 돌파)
한국당 출신인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 1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을 공모했다는 얘기는 세상에 처음 듣는다"며 "공당에서 당의 얼굴을 내세우는데 일을 장난같이 진행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비대위원장 선정은 "정말 머리를 짜서, 비밀리에 진행해서 '깜짝'(발표로) 내놓아야 될 사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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