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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적십자사 입찰 논란 눈덩이...재입찰도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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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단독] 적십자사 입찰 논란 눈덩이...재입찰도 유찰

적십자사 '고무줄 잣대'?...적십자사 "식약처 허가 서류로 갈음, 문제 없다"

대한적십자사의 면역검사시스템 입찰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적십자사는 입찰 초기부터 공정성 의혹을 제기한 업체가 입찰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입찰 서류를 조작하여 입찰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례적으로 수사당국에 고발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동일한 서류에 대해 적십자사는 재입찰에 참여한 일부 업체가 과거 인증 서류로 대체해도 입찰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서류 심사를 통과시켰다. 결국 지난 3월 입찰에 이어 이번 재공고 입찰도 6월 20일 유찰됐다.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지난 2016년 기존 면역검사시스템이 노후화되었다면서 공개입찰을 하려 했으나 일부 외국 기업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2017년 보건복지부 감사를 통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당시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과정에서 공정성을 기하기 바란다"며 적십자사에 기관 경고를 내렸다.

적십자사는 2018년 2월 1일 입찰을 재개했지만, 이번에도 공정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무산됐다. 지난 4월 26일 재공고를 내고 다시 입찰이 제기됐지만, 이례적인 적십자사의 고발 조치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프레시안>이 제보를 받아 취재에 나서자 적십자사는 입찰을 유찰시켰다.

LG화학, 재공고에서 과거 식약처 인증 서류로 대신해

적십자사는 지난 4월 26일 입찰 재공고를 내고 지난 5월 3일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5월 8일까지 입찰 서류를 받았다. 이 재공고에는 미국 애보트사, 한국 피씨엘, LG화학과 지멘스의 컨소시엄 등 3개 업체가 참여했다.

<프레시안>은 최근 1차 서류심사에서 통과한 LG화학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이번 재입찰 과정에서 적십자사는 참여업체에 장비, 시약, 런컨트롤 시스템(시약의 반응성 관련 실험) 운용에 대한 공인된 증빙서류 등을 필수 서류로 요청했다. 그런데 LG화학은 지난 3월에서 1차 성능평가에서 탈락하고 이번에 시약을 바꾸어 입찰에 참여했다. 따라서 이번 재입찰에서 LG화학은 런콘트롤 관련 실험을 실시하고 공인된 인증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지난 3월 입찰 당시 LG화학의 런콘트롤 실험 관련 인증 서류를 발급했던 한마음혈액원 관계자는 LG화학이 런콘트롤 관련 실험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달라진 시약 구성에 맞춰 런컨트롤을 분석한 자료를 작성하기 위해 한마음혈액원의 지멘스 면역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혈액원에서 수락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적십자사의 입찰 서류 마감인) 5월 8일까지 한마음혈액원에서 관련 실험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적법하게 수입된 지멘스 장비를 사용하는 기관은 적십자사와 한마음혈액원 두 곳이라는 점에서 다른 기관을 통해 실험을 하고 인증 서류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바뀐 시약에 대한 런콘트롤 실험을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LG화학이 4월 재공모 입찰에 사용한 시약이 이미 식약처 인증을 받은 시약이기 때문에 당시 식약처 허가 서류를 제출했다"며 "이는 적십자사 입찰 규정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면역검사시스템 교체 사업 입찰에 제출한 장비, 시약, 런컨트롤 시스템 운용에 대한 공인된 증빙서류는 해당 입찰에 참여한 시약, 장비의 식약처 허가 문서가 적합한 경우 이 서류로 갈음할 수 있다"며 "LG화학이 입찰에 참가한 시약들은 해당 식약처 허가문서들을 확인했고, 입찰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적십자사는 "1차 입찰 당시 한마음혈액원에서 실험 후 제출한 문서는 업체에서 제출한 참고 서류이며, 위 내용을 증명하는 공인된 증빙서류가 아니"라면서 "재공고 때도 1차 입찰 시와 마찬가지로 식약처 허가 서류 검토로 적합성을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3월 입찰에서도 N사가 응찰 기일 지나 런콘트롤 실험 요청했다"

한편, 한마음혈액원 관계자는 지난 3월 입찰에서 적십자사가 특정업체의 서류 제출 시한을 임의로 연장해주는 특혜를 주었을 가능성에 대해 증언했다.

앞서 3월 입찰에서 서류 심사에 통과한 업체는 N사는 응찰기일이 지난 3월 15일 런콘트롤 실험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해당업체는 한마음 혈액원에 '적십자사가 서류평가위원회가 이미 끝난 후 연락을 하여 응찰한 서류로는 서류 적격 판정을 받을 수 없으니 성능평가를 시작하기 위한 회의를 하는 3월 19일까지 해당 평가 서류를 보완 체출하면 그걸 감안해 서류평가를 통과시키고 성능평가를 들어가겠다'며 급히 실험을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해당 실험을 서류평가를 이미 통과시키고 성능평가를 위한 회의가 시작되기 전인 3월 15-16일에 걸쳐 한마음혈액원에서 수행됐다고 한다.

N사는 3월 입찰에서 서류심사는 통과했으나 성능평가에서 떨어졌고, 4월 재공모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적십자사 한국 피씨엘은 고소...적십자사 "중대한 범죄 행위"

이처럼 적십자사가 입찰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의 서류 미비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해왔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 피씨엘에 대해서는 1차, 2차 모두 서류에서 탈락시키고도, 탈락시킨 응찰 서류를 빌미로 형사 고발 조치를 취해 이중적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적십자사는 지난 5월 29일 면역검사시스템 입찰에 참여한 피씨엘을 사문서 위조 및 입찰 방해 등의 이유로 형사고발했다. 재입찰에 피씨엘이 제출한 사용적합성 테스트 서류가 조작된 사문서라는 이유다.

적십자사는 이 사실을 보도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국민들이 대상인 혈액관리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적합성 테스트 관련 위조 서류를 혈액관리본부에 제안서에 첨부된 증빙서류로 제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매우 중차대한 범죄라고 판단해 혈액 사업 관련 서류위조로 처음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시엘 측은 "해당 서류는 필수적인 서류가 아니라 업체가 제안하는 제안요청서에 들어가는 첨부서류 중에 하나일 뿐"이라며 "이는 유럽에서 인증을 받기 위한 서류이지 적십자사에서 필수적으로 요청한 서류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적십자사는 한 업체는 과거 인증을 받았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서류 평가를 통과시키면서, 다른 업체는 같은 사안에 대해 '필수 서류'라며 고발을 했다. 적십자사의 고발이 지난 3월 1차 입찰 과정에서 공정성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괘씸죄' 차원의 보복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되는 이유다.

또 일련의 상황은 입찰과 유찰의 반복 끝에 최종적으로 애보트사와 수의시담형식 진행된 2016년 면역시스템 구매입찰 경과와 유사하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2017년 감사를 통해 문제가 확인되면서 무산됐다. 불과 1년만에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경우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의 관리 부실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적십자사 입찰 논란 눈덩이...재입찰도 유찰'에 대한 정정보도문

본사는 2018. 6. 22. '적십자사 입찰 논란 눈덩이...재입찰도 유찰'이라는 제목으로, ① 본사가 제보를 받아 취재에 나서자 적십자사가 면역검사시스템 구매 입찰을 유찰시켰고, ②적십자사가 서류적격 판정을 받을 수 없는 특정업체(N사)에 대하여 서류 제출기한을 임의로 연장해주는 특혜를 주었으며, ③적십자사가 LG화학의 경우 과거 인증을 받았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서류평가에서 통과시키고, 피씨엘의 경우 같은 사안에 대해 필수 서류라며 고발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①적십자사의 면역검사시스템 구매 입찰은 개찰결과 규격평가 부적격 및 예정가격 초과 사유로 유찰되었을 뿐 본사의 취재와는 관련이 없고, ②적십자사가 서류적격 판정을 받을 수 없는 특정업체(N사)에 서류 제출기한을 연장해주는 특혜를 준 사실이 없으며, ③LG화학은 위 입찰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서류를 공인된 증빙서류로 제출하여 서류평가에서 통과하였으나, 피씨엘은 위조한 서류를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고발되었으므로, 적십자사가 동일한 사안에서 피씨엘에게 불이익을 준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해당 기사를 바로 잡습니다. 이 보도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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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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