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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회담 실패를 원해? 유치하긴!"

북미 정상회담에 냉소적인 美 주류에 비판 여론

6.12 북미 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워싱턴의 여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지 않다. 기행에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행적과 언론·시민사회와의 적대적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미국 언론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결정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며,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서도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핵화 문제뿐 아니라 북한의 생·화학무기, 인권 탄압 문제, 사이버테러 문제 등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빈번히 지면을 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류 언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는 별개로, 북미 회담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좋은 일인데 우리가 지나치게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미 일간지 <USA 투데이>에는 8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즉흥적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데이비드 밀러 우드로윌슨센터 부소장과 리처드 소콜스키 카네기평화재단 수석연구원의 공동 기고문이 실렸다. (☞원문 보기)

밀러 부소장과 소콜스키 연구원은 이 글에서 북미 회담의 성공 요인으로 △트럼프·김정은 양 정상의 협상 타결 의지가 강하고 △특히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상태이며 △한국과 중국이 협상에 좋은 응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들은 "실제로 가능한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zero nukes)'의 환상이 아니라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성공적인 정상회담과 비핵화, 긴장 완화(데탕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의 정책은 한국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며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미국과의 연대와 그의 평화정책 실패 가운데 택일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한국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취지로 서술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역시 같은날 '김정은은 정말로 협상 타결을 원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인터넷판에 냈다. (☞원문 보기) 잡지는 최근 북한 인민군 수뇌부 인사 교체, 선군정치에서 '경제 우선'으로의 북한의 국가적 정책방향 전환, 경제특구 개발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 등으로 미루어볼 때,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북한의 의도가 상당히 진정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대통령과 전면전을 벌여온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유명 신문들도 가세했다. 7일 <워싱턴포스트>는 칼럼니스트 유진 로빈슨의 기명칼럼 '북미 정상회담은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냈다. (☞원문 보기)

칼럼 필자인 로빈슨은 "나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강하게 지지한다. 좋은 일이 있으면 있었지 손해는 없을 것"이라며 "대화는 실패했고, 작동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시도할 가치는 있다"고 워싱턴 정가에 만연한 회의론을 비판했다.

로빈슨은 특히 "북한과의 일대일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내 평생 동안 미국의 정책이었다"며 "그 결과가 뭐냐? 종잇장에 불과한 다자 협정과 수많은 대북제재, 우리의 위협과 약속 등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을 완성했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로빈슨은 "북한 김정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간절히 원하던 것, 즉 미국 대통령과의 동등한 정상회담 기회를 너무 쉽게(naively) 내줬다고 트럼프를 비난하는 자들은 요점을 놓치고 있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요점은) 우리가 좋든 싫든 북한인 사실상 '핵 클럽'의 일원이라는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로빈슨은 "정상회담 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피비린내 나는' 군사공격에 대한 언급을 멈췄다는 점"이라며 "정부 관리들이 그런 공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하고,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심지어 볼턴조차 조용히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빈슨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비난 여론에 대해 반박하면서, 설사 노벨평화상을 타는 것이나 '사진 찍기 행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이라 한들 문제될 게 뭐냐며 "(북미 회담을 통해) 트럼프와 김정은은 더 많이 대화하고 위협은 덜 하게(talk more and threaten less) 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가 박수를 보낼 결과"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기명칼럼은 제목부터 더 직설적이었다. 그의 칼럼 제목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 해결 노력에 유치하게(childish) 저항하고 있다'였다. (☞원문 보기)

크리스토프는 "트럼프의 새로운 실용주의는 핵전쟁의 위협을 다루는 데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며 "민주당이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투덜거리는 것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상원의원 7인이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 핵사찰을 주장하면서 '완전화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뭐가 됐든 나쁜 협상'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북한이 그런 공격적(intrusive) 사찰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 의원들은 협상이 원만하게 통과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크리스토프는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이 슈머 상원의원의 주장에 대해 "실패를 위한 처방"이라고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위트 전 담당관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북한과의 핵 협상에 훼방을 놓은(spoil) 것은 공화당 보수파였다"며 "과거 민주당은 공화당이 북한과 대화(engage)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으나, 지금은 공화당이 대화를 원하고 있고 민주당은 공화당을 비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그는 전했다.

크리스토프는 "슬프게도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평화 과정을 지지하는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들은 (보수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편에 서서 평화에 대한 시도를 뒤엎으려 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크리스토프는 "물론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지금 보여주는 존중을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나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게도 보여주기 바란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외교 결례를 간접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드디어 자신이 스스로 걷어찼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우리는 이를 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프는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물론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을 수도 있고, 반쪽짜리 행보(half-steps)를 하며 신속한 비핵화를 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평화를 향한 '반쪽 행보'는 전쟁을 향한 큰걸음(stride)보다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원했고, 단지 북한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까 우려한 미국 대통령들이 그에 응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트럼프가 놀랄 만한 양보를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크리스토프는 "진정한 영웅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문 대통령에 대해 극찬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올림픽을 발빠르게 활용해 평화 프로세스를 시작했다"면서 "트럼프와 김정은은 노벨상을 타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평화 프로세스가 계속된다면 문 대통령은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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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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