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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평양 개최 가능성 열려있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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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평양 개최 가능성 열려있는 이유는

[기고] 북한을 둘러싼 미국-중국의 줄다리기 시작됐다

필자는 지난 5월 25일 "트럼프 서한 뜯어보면 트럼프 속마음 보인다"(☞기사 보러 가기) 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취소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 글을 썼다. 다음과 같은 연유에서 글을 기고하고 불과 3일 만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미국(필자는 연구년으로 작년부터 미국에 와 있다)에서 아침 TV를 시청하고 있던 중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특별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보고, 북미 정상회담은 다시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글을 시작하였다.

그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의 전문을 읽지 못했는데, 글을 쓰면서 참조하려고 전문을 읽던 중 서한의 내용이 너무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서한의 전문을 번역하고 해설하는 것에 우선 집중했다. 그런데 그 글이 너무 길어져서 정작 쓰려고 했던 내용을 기술하지 못했다. 필자의 졸문에 900개나 넘은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감사드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사흘째가 되어 가고 있는 현재, 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공개되고 불과 몇 시간 만에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으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으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를 "따뜻하고 생산적이라며 아주 좋은 뉴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공식 취소 하루 후인 26일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간에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통일각에서 열렸으며 여기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 지난 26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는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청와대

26일(미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6월12일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전망한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오보'라고 일축했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을 트럼프 대통령의 '롤러코스터 협상술'이라고 진단하고 위에서 언급되었던 모든 일을 트럼프의 협상전략으로 해석하는 일부 시각이 있다. 25일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의 공식 취소부터 일련의 일들을 고려해 보면 크게 틀리지는 않는 분석이라고 볼 수는 있으나, 이러한 해석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것을 연출하고 거기에 북한, 남한이라는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고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는 것일까?

필자는 지난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지만, 정작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먼저 표명하고 그것을 트럼프에게 전달한 측은 북한이라고 피력하였다.

북한은 아직 협상의 틀과 구체적인 안건들이 정해지지 않고 물밑으로 진행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공개적으로 북핵 문제를 리비아식 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하는 'CVID'로 몰아가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에 대해 반발하는 성명을 김계관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발표했다.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은 우회적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북한을 달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이 서한을 선의로 받아들였고,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으로 김계관 제1부상이 발표한 성명에서 정상회담에 대해 다시 논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계관 제1부상은 김정은의 위임 성명서에서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한에서 온 따뜻하고 생산적인 성명서를 매우 좋은 소식으로 받았다. 우리는 이것이 어디로 향하는지 빠른 시일 내에 알게 될 것이며, 이것이 영구한 번영과 평화가 되기를 바란다. 오직 시간(과 실력) 말해 줄 것이다!" (원문 : Very good news to receive the warm and productive statement from North Korea, We will soon see where it will lead, hopefully to long and enduring prosperity and peace. Only time (and talent) will tell!)라고 응답했다.

김정은과 트럼프 간의 위의 같은 우회적인 소통은 트럼프의 '롤러코스터' 협상술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의 글에서 제시했듯이 김정은 위원장은 김계관과 최선희를 통해 협상 진행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미국 측에 대해 불만을 표명한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달래기 위해 예의를 갖춰 김정은 위원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냈다는 틀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 추론이 맞다면 북미 정상회담의 키(key)는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 쥐고 있는 것이다. 최선희가 발표한 성명서에도 나타나 있지만, 미국의 요청에 의하여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트럼프)은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했을까? 또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트럼프)은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을 나오기 전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인계 팀에게 최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외교문제로 북한 문제를 거론하였다. 2016년 11월 22일 조시 어니스트 당시 백안관 대변인은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 외교안보팀에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였으며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첫 번째 백악관 회동에서 북한 문제를 최우선 안보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북한 문제란 바로 북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문제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기간 동안 북한 문제를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라는 아무 대책 없는 전략으로 일관하였으며 북한은 이 기간 동안 핵과 그것을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고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장관이었던 2011년 1월 11일 베이징에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5년 내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이용해 알래스카나 미국 서부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북한은 2016년 2월 7일 사거리 1만 km가 넘는, ICBM으로 전환될 수 있는 '광명성' 발사를 성공했고 같은 해 9월 9일 수소탄 실험이라는 제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에 대한 정확하고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냥 두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는 북한이 핵 보유국 그리고 그것을 운반할 수 있는 ICBM을 가질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하도록 놔뒀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의 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과 북한과는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 상대방에서 자신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무기를 개발‧성공했다는 것은 그냥 뉴스가 아니라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안보의 비상 사태와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이후, "오바마 정부로부터 '엉망진창'인 상태를 물려받았다며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망신스럽고 전혀 현명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자신은 "다른 행정부와는 다르다"며 이전 행정부들의 방식으론 북한 핵 문제 해결에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해결 방식은 이전 행정부들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트럼프는 원래 북한 문제를 중국을 통해 해결하려 하였던 것 같다. 워싱턴에서 '북한 문제'는 북한전문가들의 의해 진단되며 대체적으로 (by and large) 이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이 만들어 진다.

이 북한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생명선을 쥐고 있기 때문에 (즉 북한은 중국의 원조와 도움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중국에서 원조와 도움을 끊게 되면 북한은 손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조언을 트럼프 대통령도 받아들였고, 2017년 4월 6~7일 양일간에 걸쳐 중국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는 회담 이튿날인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2시간 동안 독대하고 북한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전문가들의 진단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 강하게 넣어 달라는 주문을 하였으나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북한 압박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하면서 북한은 중국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라고 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갖은 이 독대에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이해했고 '북한 문제'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이후 소위 북한 전문가들의 북한에 대한 견해와 분석을 불신하는데 그는 2018년 1월 4일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이 북한 전문가들을 비난한다.

"(지금까지 북한을 아는데) 실패한 모든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자신들도 이 상황에 대하여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듯이) 끼어들고 있는데, 내가 만약 북에 대항해 확고하며 강하게 자세를 잡고 우리의 모든 힘을 넣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남북한 간의 대화가 가능했을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멍청이들 (북한 문제 전문가들), 하여간 대화는 좋은 일이다." (원문 : With all of the failed "experts" weighing in, does anybody really believe that talks and dialogue would be going on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right now if I wasn't firm, strong and willing to commit our total "might" against the North. Fools, but talks are a good thing!)

21세기 들어 미국의 외교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G2 국가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여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중간의 무역분쟁에서도 나타나지만 중국은 미국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제어(control)'하기에는 이미 버거운 상대가 되어 버렸다. 이런 중국의 말을 잘 따르지도 않고 제어도 안 되는 국가가, 시진핑 주석도 직접 시인했지만, 북한이었던 것이다.

북한은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미국과 협상 때문에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협상을 통해 '정전(停戰)'을 평화조약을 바꾸고 나아가서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하는 것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국교정상화를 한다는 것은 국교정상화를 맺는 국가들끼리 선린우호관계를 갖는 것이며 미국과 북한이 국교정상화를 하면 서로가 친북, 친미 국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고 북한이 절실히 필요한 경제지원을 해주고 북한을 미국 편으로 만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이유는, 미국에서는 경제지원이라고 하지만 실상 이것은 경제 제재를 푼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는 북한에서 억류한 3명의 미국인이 풀려났을 때 이들의 석방에 아무런 대가(비용)를 치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론을 조성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기적으로 북한 문제를 알리고 '김정은'을 미국에서 '누구나 다 아는 이름 (household name)'으로 만들었다.

이전 행정부의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 사안이 늘 외교안보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점이었다. 미국의 일반 국민들은 북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 이는 180도 바뀌었다.

2017년 여름 필자가 연구년을 미국에서 보내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어느 조그마한 도시에 숙소를 정하고 은행구좌를 열리위해 은행을 방문하였다. 어디서 왔는가를 묻는 은행원에게 'Korea'라고 하였더니 대뜸 필자에게, "야, 그 김정은 너무 무섭지 않니? 핵전쟁 일어나면 어떡하니?"라고 물었다. 이런 한적한 시골에서도 김정은과 북핵을 걱정하고 있을 정도가 돼버린 셈이다.

또 한편으로 트럼프는 미국과 물밑으로 접촉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타진했다. 먼저 제프리 펠드만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2017년 12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 북한을 방문하고 리용호 외무상과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 북한 고위 당국자들을 면담하였다. 이후 그는 12월 14일 (현지 시각) 유엔본부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뉴욕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에서 방북 기간 북측에 남북대화 재개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펠드먼 사무차장은 1986년부터 미국 국무성에서 일했고 분쟁지역에서 평화문제를 다루는 직책을 담당했으며 유엔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까지 미 국무부 중동(근동) 담당 차관보로 재직했다는 관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펠드먼은 유엔보다는 미국의 정상회담 의중을 전하러 유엔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였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후 폼페이오는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그리고 국무장관으로 북한을 각각 2018년 3월3 1일~4월 1일, 그리고 5월8~9일 방문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노력은 위와 같이 매우 치밀하고 또 단계적으로 이루어 졌다. 그러므로 김정은 위원장과 약간의 차질이 있었으나 정상회담은 무리 없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트럼프 입장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얻어낼 것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한 가지 일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바로 (트럼프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개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세션을 갖고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김정은이 두 번째 시 주석과 만난 다음에 내가 보기에는 김정은의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

▲ 7~8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것을 두고 혹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다롄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뒷문이 열렸다'고 판단, 대북 압박 책이 효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한 것으로 분석하는데, 위의 분석의 맥락에서 볼 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는 북한을 미국편으로 만들기 위해 위와 같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이 두 차례나 중국에 방문한 것은 트럼프 눈에 결코 좋게 보일수가 없는 일이다.

두 차례에 걸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모두 북한에서 요청하였다고 하며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등 중국 언론은 두 번째 방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재차 중국에 와서 총서기(시 주석)를 만나 통보하려 한다,"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시진핑 주석에게 말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북한이 방중을 요청하였거나 중국이 요청하였거나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중간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전략적 소통과 협력'은 그동안 추진되었던 북미 정상회담의 틀에서 보았을 때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전환하는 것 (중국은 정전협정에 서명을 하였던 당사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국이 평화조약에도 참여 하여야 한다는 점)과 평화조약이 이루어진 후 본격적인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에 적극 참여하여 북한과 경제협력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국가적 대전망 (Great Vision)으로 내놓고 있는 일대일로 (一帶一路), 즉 육·해상 실크로드의 양쪽날개의 한쪽 출발점이 북한임을 고려할 때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북한의 정상적인 참여는 중국의 국가적 대전망의 실현을 현실화시키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그리고 북한이 참여한다면 중국은 중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과 협력이 이루어 질 것이다.

트럼프는 이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얻을 수 있는 이점(利點)을 퇴색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나고 변한것 같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추론된다.

이 추론이 맞는다면 트럼프는 자신이 한 말과는 다르게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되었던 것과 같이 싱가포르가 아니라 평양에서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을 확실히 미국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중립지대인 싱가포르가 아닌 북한이 선호하는 '평양'으로 직접 가서 호의를 베풀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시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한낱 '추론'의 불과하다. 중요한 점은 현재 북한을 놓고 미국과 중국간의 일정한 '밧줄 당기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간의 화해협력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까지도 트럼프가 강조한 '영구한 번영과 평화 (lasting prosperity and peace)를 함께 가져올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바로 이틀 전인 5월 26일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났다. 혹자들은 남한이 미국과 북한 사이를 오고가며 '중계자'가 되어 미국과 북한을 이어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위에서 분석한 것과 같이 북미 관계에서 중계해 줄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니, 이 중계자 론은 현실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당위성의 이론에만 치우친 사람들이 주장하는 허상에 가까운 것이다.

북미간의 '중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족공조를 바탕으로 남과북이 진정으로 하나 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고 남북간 화해 협력에 걸림돌이 있다면 그것들을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치우는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간이다. 위정자들은 실체가 없는 '중계자'론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남북관계 개선에서 민족공조의 원칙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일부터 챙겨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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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건

박후건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국제실장은 U.C. Riverside 대학에서 Keith Griffin 교수 지도하에 북한 경제개발전략을 연구한 논문으로 1997년 박사학위(경제학)을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 조교수, 일본 와세다 대학 부교수를 거쳤습니다. 저서로는 <중립화 노선과 한반도의 미래>, <유일체제 리더십: 잭 웰치, 이건희, 김정일 리더십의 비밀>(2008, 2009년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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