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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한 뜯어보면 트럼프 속마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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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한 뜯어보면 트럼프 속마음 보인다

[기고] 트럼프는 왜 북미 정상회담을 걷어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시간 5월 24일 오전 9시 백악관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회견에서 트럼프는 김정은과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편지를 김정은에게 보냈다면서 세계가, 특히 북한이 영구한 평화 그리고 번영과 부(富)를 누릴 수 있는 큰 기회를 잃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슬프게도, (북한이) 최근에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심이 담긴 성명서들을 바탕으로, 나는 현 시점에는 오랫 동안 계획된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 (원문 : Sadly, based on recent tremendous anger and open hostility displayed on your statements, I feel it is inappropriate, at this time, to have this long-planned meeting.)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심이 담긴 성명서들'이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각각 5월 16일과 24일 발표한 성명서를 가리킨다. 우선 김계관 제1부상이 16일 발표한 성명서에는 다음과 같은 '우려'와 '경고'를 담고 있다.

"조미 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기간 조미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 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 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

즉 아직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결정되어 있지 않고, 이는 최종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결정될 것인데, '선 핵포기, 후 보상' 또는 리비아 방식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CVID)' 등이 미리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 북미 정상회담은 열릴 수 없다는 경고이다.

최선희 부상은 성명서 시작부터 펜스 미 부통령을 다음과 같이 통렬히 비판했다.

"21일 미국 부대통령 펜스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 그는 다음과 같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저들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우리가 마주앉자고 청한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과연 미국이 여기서 얻을 수 있다고 타산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

최선희의 위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의 본질을 담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내는 편지는 김계관과 최선희의 비판과 경고에 대한 반응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예의를 갖추어 다음과 같이 운을 띄웠다.

"우리는 최근 협상과 대화에서 양측이 오래도록 고대했던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관련해 논의하면서 들인 귀측의 시간과 인내, 노력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원문: We greatly appreciate your time, patient, and effort with respect to the summit meeting which was long sought by both parties, which was scheduled to take place on July 12 in Singapore).

다음, 트럼프는 이 회담이 누구에 의하여 요청되었는지 대하여 단서가 되는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우리는 이 회담이 북한이 요청하였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귀하와 거기서 만나기를 상당히 고대하였다." (원문: We were informed that the meeting was requested by North Korea, but that to us is totally irrelevant. I was very much look forward to being there with you.)

위의 문장에서 첫 번째 '우리' (We)는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일반을 가리킨다. 즉 지금까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북한이 미국에 정상회담을 요청하였다고 알려졌으나, 트럼프는 "그것은 우리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알려진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어 "슬프게도, 가장 최근 성명에서 귀측이 보인 큰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심을 바탕으로, 나는 현 시점에, 장구히 계획된 이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다. 따라서 이 서한이 양 당사자들을 위하여 그렇지만 (열리지 않음으로서 세계에는 해가 되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임을 알린다." (원문: Sadly, based on recent tremendous anger and open hostility displayed on your statements, I feel it is inappropriate, at this time, to have this long-planned meeting. Please let this letter serves to represent that the Singapore meeting, for the good for the both parties, but to the detriment to of the world, will not take place.) 고 말했다.

위의 부분도 미국이 볼턴과 펜스와 같이 주장을 하고 입장을 취한다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김계관과 최선희의 경고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이다. 한마디로 아직 미국의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았으니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한다는 것이다.

▲ 2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취소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트럼프 서한의 다음 부분을 해석하여 보면 트럼프가 이러한 서한을 쓴 동기와 숨은 뜻을 알 수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귀측과 나 사이에 훌륭한 대화(관계)가 진행(구축)되고 있다고 느꼈으며, 궁극적으로 그 대화(관계)만이 중요하다. 언젠가 귀측과 만나기를 무척 고대한다. 지금은 귀측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해 그들이 지금 가족과 함께하게 해 준 것에 감사하고 싶다. 그건 아름다운 처사이며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원문: I felt wonderful dialogue building up between you and I, and ultimately, it is only that dialogue that matters. Some day, I look very much forward to meeting with you. In the meantime, I want to thank you for the release of the hostages who are now home with their families. That was a beautiful gestures and was very much appreciated.)

바로 이 부분이 트럼프 서한의 핵심으로 파악된다. 볼턴과 펜스를 비롯해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말고, 그동안 폼페이오 그리고 전화통화 등을 통해 나눴던 대화에서 합의한 사항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위와 같이 표현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5월 22일 (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김정은과 전화통화를 했는지를 묻는 백악관 출입기자에게 "그건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거듭 말한 바 있다.

그러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그동안 나눈 대화에서 합의된 사항은 무엇일까? 정황만 갖고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김계관과 최선희의 성명서로 봤을 때 볼턴과 펜스가 주장하는 '선 폐기, 후 보상'과 같은 리비아 방식이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왜 볼턴과 펜스는 트럼프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거래 메이커(deal maker)로서의 트럼프의 일면을 숙지하고 고려하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는 점이다.

트럼프는 그의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지만, deal-making(거래)에서 deal-maker(거래의 해결사)로서 필수적인 자세는 상대방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card)를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과 진행되고 있었던 대화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미국의 원하는 사항을 북한에게 요구하며 '밀당'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리비아 방식이니 또는 CVID이라고 확정짓고 협상을 하게 되면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고 미국도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갖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북한과 협상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특정한 방식을 정해놓지 않고 서로 간의 주고받기를 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트럼프는 거래가 성사되기 전까지 자신의 envoy(특사) 역할을 하는 국무장관 폼페이오 외에는 그 누구와도 협상의 내용을 나누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 같이 자유언론이 제도화되어 있고 제도권 언론과 좋지 않은 관계를 갖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특히나 자신의 패를 북한뿐 아니라 미국의 그 누구에게도 알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알지 못하는 볼턴과 펜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자신들의 주장'이라는 토를 달지 않고 공개적으로 말했고, 이로 인해 김계관과 최선희를 통해 북한이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열릴까? 트럼프는 자신의 서한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적고 있다.

"만약 이 가장 중요한 회의와 관련하여 마음이 바뀌면 주저하지 말고 나에게 전화하거나 서한을 달라. 세계, 특히 북한은 평화와 큰 번영과 부로 향하는 매우 중요한 기회를 잃었다. 이 놓쳐버린 기회는 역사에 매우 슬픈 순간이다." (If you change your mind having to do with this most important meeting, please do not hesitate to call me or write. The World, and North Korea in particular, has lost a great opportunity to for lasting peace and great prosperity and wealth. This lost opportunity is truly sad moment in history.)

위의 부분은 누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했는지 분명히 하고 있다. 최선희는 그의 성명서 마지막 부분에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 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미 최고지도부에 제기가 되었고 회담이 성사되기 어렵다고 김정은이 (아마도) 전화를 통해 트럼프에게 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만약 이 가장 중요한 회의와 관련하여 마음이 바뀌면 주저하지 말고 나에게 전화하거나 서한을 달라"고 적은 것이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에서 취소하겠다'는 의향을 북한이 트럼프에게 전한 것이며 이에 대해 그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트럼프는 김정은을 '김정은 각하‧His Excellency Kim Jong Un'로 표기했다) 위에서 분석한 것과 같이 북한을 달래며 체면을 지키기 위해 선수를 쳐서 공개적으로 자신이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열릴까? 이것은 트럼프의 서한에서와 같이 북한의 결정에만 달려있지 않다. 트럼프가 강조했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나눈 대화에서 구축되고 있던 합의사항이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펜스 부통령과 볼턴 보좌관 같은 자신의 스태프에게서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put his house in order'(내부 정돈)을 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 사건으로 위와 같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를 일부 공개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결코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의 서한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You talked about your nuclear capabilities, but ours are so massive and powerful that I pray to God they will never have to be used"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대해서 말했는데 우리 것은 너무나도 크고 강력해서 나는 신께 그것을 결코 사용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이것은 최선희의 성명서에서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라고 한 것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혹자는 핵전쟁이 날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지만 최선희가 말한 것에 대한 단순한 대응일뿐 여기에 대해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기는 어렵다. 마치 아이들이 서로 '내 주먹이 세다, 아니다 내 주먹이 훨씬 더 세다' 라고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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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건

박후건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국제실장은 U.C. Riverside 대학에서 Keith Griffin 교수 지도하에 북한 경제개발전략을 연구한 논문으로 1997년 박사학위(경제학)을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콜롬비아 대학 조교수, 일본 와세다 대학 부교수를 거쳤습니다. 저서로는 <중립화 노선과 한반도의 미래>, <유일체제 리더십: 잭 웰치, 이건희, 김정일 리더십의 비밀>(2008, 2009년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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