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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 모습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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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 모습이 떠올라"

헤어지는 길에도 손 맞잡은 남북 정상…12시간 정상회담 종료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27일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한 남북 인사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진 말에 좌중은 숙연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시겠습니까? 하지만 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닌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 3층에 마련된 만찬장에서 각자 영부인과 수행원을 대동하고 만찬을 진행했다. '건배사'를 요청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측에서는 건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위하여'라고 하겠습니다.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라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과 지난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구면이 된 남북 인사들은 반가움을 표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아주 반가워했고, 김영철 부위원장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보더니 "도대체 지난 10년 동안 어디 가 계셨습니까"라고 말했다.

만찬 헤드 테이블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김영남 상임위원장, 서훈 국정원장, 김영철 부위원장, 임종석 실장, 김여정 제1부부장, 정의용 실장이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 남북 정상 부부가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찬하기에 앞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 공동 취재단

환영사에 나선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것을 보며 나는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던 모습을 떠올렸다"며 "그때 우리는 그렇게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고 넘어오며 남과 북을 가로막는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희미해져서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후 10년 우리는 너무나 한스러운 세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을 언급하며 "오늘 분단의 상징 판문점은 세계 평화의 산실이 되었다. 우리는 오늘 한반도에서 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평화와 번영, 공존하는 새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가고 국제 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함께 받아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렇게 자리를 함께해 감개무량함을 금할 수 없다. 정말로 꿈만 같고 반갑다"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오늘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역사적인 상봉을, 그것도 분단을 상징하는 여기 판문점에서 진행하고,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뤘다. 오늘의 이 소중한 결실은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국제 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4월 27일은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멈춰졌던 시계의 초침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오늘의 만남과 상황과 성과는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고, 우리 앞에는 대단히 새로운 도전과 장애물이 조성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서로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으면 그 어떤 도전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꼭 보여주고 싶으며, 또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오늘 합의한 대로 수시로 때와 장소에 가림이 없이, 격식 없이 문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갈 길을 모색하고, 의논해 나갈 것"이라며 "불신과 대결의 북남 관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손잡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내가 걸어서온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누구나 개마고원을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화답했다.

▲ 남북 정상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판문점 공동 취재단

밤 9시 14분께 만찬을 끝낸 남북 정상은 환송 공연을 함께 봤다. 하얀 색 건물인 '평화의 집' 전체가 스크린으로 바뀌어 영상 쇼가 펼쳐졌고, 노래 '아리랑'과 '나의 살던 고향은'이 은은하게 울려퍼졌다. 공연 말미에는 '하나의 봄'이라는 글씨가 새겨졌고, 두 정상의 당일 사진들이 스크린에 나왔다. 두 정상은 자신들의 사진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았다.

공연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밤 9시 27분께 북쪽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를 차량까지 걸어가 마중나갔다. 문 대통령에게 "또 뵙겠습니다"라고 작별 인사한 김정은 위원장은 차량 안에서도 끝까지 손을 흔들었다. 이로써 12시간 가량의 김정은 위원장의 남쪽 방문도 첫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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