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 수사 도중 남상태 사장 측이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로부터 청탁 명복으로 2만 유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수사는 "의심 거래가 없었다"는 이유로 진행되지 않았다.
"남상태에 돈 건넸다"는 이창하 진술 '폐기'
<프레시안>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007년 10월 경 '디에스온' 최대 주주이자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인 이창하 씨로부터 "남 사장의 유럽 출장 중, 남 사장에게 2만 유로를 지급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관련해 남 사장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고, 금융계좌를 추적했다.
검찰은 2만 유로가 대우조선해양 사업 수주 및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직 유지를 위한 대가성 뇌물인지 여부에 대해 수사했지만 "청탁 (명목)이 아니다"라는 이창하 씨의 진술을 받고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2만 유로는 당시 시세로 따지면 (1유로=1300원 가량) 우리 돈 약 2600만 원에 해당한다.
▲ '러브하우스'에 출연할 당시 이창하 씨 |
검찰은 또 이 씨가 2004년 8월~10월 두차례에 걸쳐 남 사장(당시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의 처 최 모 씨에게 8000만 원이 담긴 쇼핑백을 전달했다는 진술도 이 씨로부터 확보했다. 검찰은 공사 청탁 등의 대가로 의심했지만 공소시효(배임수재, 5년)가 지나기 직전 최 씨를 조사해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만 듣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또 2008년 2월 대우조선해양 DSME클럽 게스트 하우스 리모델링 비용을 5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변경 계약하는 과정에서 이 씨와 최 씨의 부당 거래가 있다는 혐의를 잡고 계좌추적을 했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또 당시 대우조선해양 고위 임원이었던 김 모 씨에게 "이 씨가 전무직 유지 및 수주 대가로 2회에 걸쳐 8만 유로를 건넸다"는 관련자들의 증언을 확보했지만, 역시 대우조선해양건설 전 직원을 불러 "청탁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김 모 씨는 8만 유로 중 4만 유로를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남 사장, 남 사장의 처 최 모 씨, 대우조선해양 고위 임원 등에게 거액을 건넸다고 진술한 이창하 씨에 대해 검찰은 관련자들의 진술만 듣고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 지은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남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 등으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수사 범위를 정해놓고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은 지난 2009년 4월 16일 사건 접수 보고를 시작으로 그해 10월 이 씨를 비롯해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임원 5명을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한 후 1차적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 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 시절에 협력업체의 공사 청탁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아 챙기고 회사돈 6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12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었다. 개인 비리였다.
이 씨 등을 기소한 후 검찰은 남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사는 계속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비자금 사건이 터졌고,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이 지난해 12월 기소되면서 사실상 대우조선해양 수사는 마무리된다.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진행된 검찰 수사가 이 씨와 남 사장의 관계를 비켜간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향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수사 과정의 '부실'을 인정하게 될 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검찰 수사 과정에 대한 내용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이미 대우조선해양 수사는 종료가 됐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지 않느냐"고 말했다.
비리로 물러난 이창하는 여전히 남상태의 '심복'?
문제의 이창하 씨는 남 사장과 관계가 돈독한 인물이다. 이 씨는 남 사장이 2006년 4월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부임한 직후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로 영입됐다. 남 사장은 또 이 씨의 개인 회사를 거액에 인수해 대우조선해양건설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이 씨의 회사에 물량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남 사장과 이 씨의 '수상한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 관련기사 ① 대우조선해양과 건축가 이창하 씨의 '수상한 관계', 관련기사 ② 대우조선해양을 덮친 '한나라 낙하산')
이후 이 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 등으로 재직할 시점에 저지른 비리로 처벌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씨는 현재도 남 사장과 여러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오만에서 추진한 두쿰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이 씨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지난 5월 오만과 MOU 종료로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난해 10월 26일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하고 있는 두쿰개발지구를 방문해 오만 정부 인사에게 "향후 추가 발주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지지부진한 것이다.
홍준표 대표, 작년 국감서 "남상태 드러난 의혹 만으로도 해임 가능" 대우조선해양에는 1999년 구제금융 당시 공적자금 1조 원 이상이 투입됐으며,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다. 최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사실상 준 공기업인 대우조선해양 국민주 방식 매각을 서둘러 추진하면서 "권력형 비리 예방 차원"이라고 말한 부분도 주목된다. 홍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 민유성 전 행장을 앞에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햇다. ◯홍준표 위원 : 오늘 이야기를 죽 들어보면 남상태 사장이라는 분 참 문제 많은 모양이지요? ◯한국산업은행장 민유성 : 위원님, 제가 말씀드리기가 좀 쉽지 않습니다마는 저희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의혹과 진실과의 구분이 정확하게 될 수가 없습니다. ◯홍준표 위원 : 의혹이라는 게 근거 없이 발생하는 게 아니에요. 사법적인 절차로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을 뿐이지 의혹이라는 게 근거 없이 발생하지 않아요. 아무런 근거 없이 의혹 만들어 내면 그거 나쁜 사람들이지요. 그런데 정치권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법적인 절차로 확인만 안 될 뿐이지 상당히 진실에 접근하고 있는 게 많습니다. 몇 년 전의 대북송금도 산업은행에서 출발했지요. 그것도 몇 달 간 의혹이 제기되다가 그게 사실로 판명되잖아요. 제가 드리는 말씀은 남상태 사장이 직원인사에도 문제 있고 연임 과정에도 문제 있고 또 이번에 엄청나게 큰 소송과정에도 문제 있다면 대주주 입장으로서는 그 의혹만으로 해임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잘 한번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사건으로 번지기 전에 한번 검토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산업은행장 민유성 : 예,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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