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그간 여러 형태로 사고를 많이 쳤지만 가장 큰 사고는 2003년 불량 혈액 유통 사건이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은 에이즈나 간염, 매독 등 각종 감염이 의심되는 혈액을 대량으로 유통시킨 사건이었다. (☞ 관련 기사 : "적십자사, 10년간 AIDS·간염 혈액 대량유통") 그 당시 대한 적십자사는 온갖 핑계를 대며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였지만 결국 문제의 본질은 오랜 기간 동안 혈액관리사업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혈액 사업을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한 적십자에 있다고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15년이 넘게 지났어도 적십자사의 행태는 그다지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15년이 아닌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여전히 답이 없는 적십자사의 행태에 다시 우려가 크다.
2003년 불량 혈액 유통사건 이후 대한적십자사는 혈액 감염을 진단하는 시스템을 일부 자동화하는 등 혈액 관리를 개선하였다. 그로부터 13년 후인 2016년 대한 적십자사는 그동안 사용했던 시스템이 노후화되고, 진단에 쓰이는 약품과 기기의 공급자가 달라서 검사 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장비와 검사 시약을 일원화하겠다는 취지하에 새로운 혈액 면역 진단 시스템을 5년의 계약기간으로 정하여 공개입찰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는 일부 외국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등 선정과 관련하여 각종 잡음이 일었고, 이 입찰을 둘러싼 잡음과 불공정 행태로 대한적십자사는 보건복지부 감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기관경고를 받고 혈액관리본부장은 사임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작년의 일이다.
적십자사, 복지부도 무시하나?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는 기관 경고 및 해당 사업 본부장이 사임하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2018년 현재 진행 중인 대한적십자사 혈액 면역진단 장비를 도입하는 재입찰 과정에서도 다시 온갖 파행을 일삼고 있다.
2016년 감사에서 지적된 외국계 업체에 대한 특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기들의 문제 때문에 도입이 늦어진 이후, 적십자사는 국민 혈액 관리에 문제가 생긴다며 시급히 재입찰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하였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차일피일 미루다가, 한 다국적 업체가 입찰에 필요한 약품의 국내허가를 취득한 그 날 대한적십자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올해 2월 1일, 미루던 입찰공고를 냈다. 뭐 적십자사는 이걸 우연이라고 우기겠지만 자기들이 시급하다고 한 일의 공고를 미루고 미루다가 왜 그날 딱 맞춰 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또 해당업체에게는 국민의 헌혈과 세금으로 조성된 검사에 필요한 혈액을 천 개 단위로 임상시험을 위해 제공하였는데, 이는 국내업체들이 혈액 면역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하여 요청할 때는 특별한 이유 없이 무조건 거절한 음성 검체를 제공한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러한 행태는 복지부 2016년 감사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입찰 조건이 정해지기도 전에 두 외국계업체를 불러 입찰의 조건을 정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한 것에서 한 걸음도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대한적십자사가를 직접 감독 관할을 하는 보건복지부도 신경 안 쓰는 안하무인의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직접 감독을 하는 정부기관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과연 이런 조직이 국민의 혈액이나 세금의 남용 오용 등에 관심이나 있을까? 답이 없는 조직 같다.
자기들 맘대로 위원회 구성하고 업체 밀어주고
자칭 혈액관리의 전문가라는 대한 적십자사는 2016년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면역진단 시스템 도입이라는 중대한 혈액관리 사업을 내부 인력만으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그 결과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 밀어주기 및 부적절한 입찰 조건 설정 등으로 지적을 받고 다음 입찰에는 외부의 전문가를 개입시키라는 복지부의 감사 권고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는 이번 입찰에서도 적십자를 퇴직했거나 적십자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부 외부 평가위원만을 추가하여 결국 거의 대부분이 적십자사 직원이거나 또는 적십자사에 친화적인 위원으로만 구성한 평가 위원회로 복지부의 권고를 교묘히 무시하고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을 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적십자는 잘못된 진단 가능성이 높아 혈액관리에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에이즈 진단 약품을 변경한 바 있다. 이 해당 약품은 대한적십자의 자체 연구 결과는 물론이거니와 국내외 진단 전문가 모두 대한적십자사의 현재 진단 시스템에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해당 진단 약품을 타당한 이유 없이 이번 입찰에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이 해당 약품의 국내 허가가 없어 입찰에 참가를 못하게 되자 도리어 해당 약품에 유리하게 평가 방식까지 변경하였다.
또 한 외국계업체는 신고된 내용과 다른 불법 기기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정황도 있다. 진단기기가 수입 신고된 내용과 다른 방식으로 변경된 사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에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변경된 의료기기는 다시 식약처의 신고를 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해당 기기는 미신고된 의료기기로서 현재의 규정 상 불법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결함을 알았는지 적십자는 이 업체에 대하여 수차례 입찰 서류를 보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절차를 원위치하고 심사평가 주체를 혈액관리위원회로 넘겨라
이런 적십자사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니 정말 더 이상 적십자사를 이대로 놔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니 이번의 면역검사 장비 선정은 원점으로 원위치 시키길 요구한다. 아울러 이 선정 및 평가 주체를 현재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혈액관리위원회로 이관시켜서 이 위원회가 직접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객관적으로 심사평가를 할 수 있게 하라. 그리고 앞으로 장비와 시약 선정 등 혈액사업의 중요한 사업을 결정하고 평가하는 일에서 적십자사에게 전권을 위임해서는 절대 안 된다. 혈액사업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다. 이 사업의 윤리적 근간이 흔들리면 국민들은 아무도 헌혈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적십자사를 개혁해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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