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노동조합 파괴 시도에 대한 수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 된다. 노조 결성을 불법적으로 막았던 삼성의 역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노조 혐오 발언은 유명하다. 하지만 관련 수사는 번번이 가로막혔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계기가 생겼다.
다스 관련 수사 도중 확보한 삼성 부당노동 자료
검찰은 지난 2월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서초·수원 사옥을 압수수색 했다. 당시 한 삼성 직원이 외장 하드 디스크 4개를 들고 달아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 하드 디스크에는 노동조합 파괴 시도를 포함한 부당노동 행위 관련 자료가 무더기로 담겨 있었다.
삼성의 부당노동 행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자료는 그간 단편적으로만 공개됐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013년 공개한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외장 하드 디스크 4개 분량의 자료가 확보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게 됐다. 심 의원이 공개한 문건도 이번에 확보된 하드 디스크 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삼성 비리 관련 자료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은, 민감한 자료를 정기적으로 삭제하는 삼성 문화와도 관계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 2월 체포된 삼성 직원은 내부 보안 규정을 깨고 관련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혐의 처분 받았던 이건희 고소, 반전 가능성?
심 의원이 2013년 공개한 문건을 보면, 삼성은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하는 직원을 'MJ'('문제 직원'의 약자)로 분류한 뒤 감시와 뒷조사를 했다. 이는 삼성 수뇌부 차원의 방침과 맞물린 것이어서,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특히 2013년 결성된 삼성전자서비스노동조합 관련 수사 진행에 관심이 쏠린다. 심 의원이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공개한 직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이건희 회장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뤄졌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015년 무혐의 처분을 했었다. 해당 문건이 삼성 그룹 차원에서 작성됐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한 이유였다.
그런데 해당 문건이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수사 도중 삼성전자에서 발견됐으므로, 무혐의 근거가 허물어졌다. 검찰은 지난 6일 삼성전자서비스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번 주에 삼성 관계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에서 발견된 외장 하드 디스크에는 최근 자료도 대거 저장돼 있다고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에서 벌어진 부당노동 행위 관련 의혹은 다양했다. 삼성SDI 해고 노동자가 불법 미행 및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당해서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이런 사건들의 배후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지도 관심사다.
이병철의 노조 혐오, 이재용 발목 잡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는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2심 재판 이후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태다. 이 부회장 측이 건넨 뇌물 액수가 72억9427만 원이라고 봤던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는 뇌물 액수를 36억3484만 원으로 판단했던 탓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1심 재판부가 뇌물 액수를 이 부회장 사건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72억9427만 원으로 산정하면서, 반전이 생겼다. 삼성이 최순실 씨 측에게 제공한 말 3마리 값을 뇌물액수에 포함시키느냐 여부에 따른 차이다. 말 3마리 값을 뇌물액수에 포함시키거나, 혹은 최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말을 무상으로 탄 가치를 뇌물액수에 포함시킨다면, 이 부회장은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 기사 : 뇌물 72억→36억→72억…이재용 운명은?)
여기에 이 전 대통령 관련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수사, 그 과정에서 증거가 확보된 삼성 그룹 차원의 부당노동 행위 수사 결과가 겹치면, 이 부회장이 구속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노조 혐오에서 비롯된 부당노동 행위가 창업자 손자인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을 높인다면, 그 역시 눈에 띄는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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