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의원들은 단단히 토라졌다. '경찰 가족'을 적으로 돌렸다. 서울시장 후보자는 못 찾았다. 홍준표 대표가 처한 현실이다.
등 돌린 '중진 의원'들
26일 열린 자유한국당 확대원내대책회의는 반쪽 짜리로 끝났다. 홍 대표는 '지도부의 당 운영이 부실하다'는 당내 중진 의원들의 지적을 의식한 듯 김성태 원내대표가 주재한 확대원내대책회의에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원래 원내대책회의 참석 대상은 김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및 국회 운영을 담당하는 상임위원장, 간사 등이다. 여기에 4선 이상 중진의원 20여명을 추가로 참석해 발언권을 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중진의원은 김무성·강길부·김재경·조경태 의원 등 4명 뿐이었다. '반홍' 전선의 최전방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5선의 심재철·이주영, 4선의 나경원·정우택·유기준 의원 등 다른 중진 의원들은 홍 대표 체제 출범 후 중단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재개하라는 요구와 함께 이 회의에 불참했다.
회의를 마친 후 김 원내대표는 "중진의원 문제는 별거 아니다"며 "계속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이 협조해 달라"고 읍소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오늘 홍 대표가 (확대원내대표회의에) 참여한 이유는 (홍 대표) 자신부터 당의 원내 전략이나 대여투쟁력을 확대할 때에 예외일 수 없어서"라며 "(홍 대표는) 앞으로 어느 중진의원도 소외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홍 대표는 현재 독단적인 당 운영 및 공천 절차 운영, 끊임없는 막말 등으로 한국당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적으로 돌리고 민주당 후보 존재감만 키워주고….
홍 대표는 '대여 투쟁' 뿐 아니라 '대경(對警) 투쟁'을 이끌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울산지방경찰청의 자유한국당 김기현 울산시장 압수수색과 관련 "소수 검찰의 사냥개 노릇도 참고 견디기 힘든데 수 많은 경찰이 떼거지로 달려든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며 "(검경 수사권) 당론 재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 공천 확정 날 경찰의 울산시청 압수수색이 이뤄진 데 대해 비판하며 경찰을 "사냥개"로 비유한 것이다.
이에 울산지방경찰청 황운하 청장은 "부패비리에 대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원칙대로 수사하는 것 뿐인데, 그 대상이 야당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정치경찰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표현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경찰과 자유한국당의 정면 충돌로 비춰지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홍 대표가 '원내 전략'에 해당하는 경찰 수사권 조정 관련 이슈에 대해 독단적으로 당론을 뒤집겠다고 밝히면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논평에서 장 대변인이 지목한 대상은 정권의 충견을 자처하고 있는 울산경찰청의 일부 정치경찰"이라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홍 대표가 밝힌 검경 수사권 재검토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와 균형감을 상실하지 않고 접근해 나가겠다"고 했다. 원내대표 소관인 원내 전략에 당 대표가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보이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당 안팎에서는 당 지도부가 불필요하게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예비후보의 존재감을 키워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겨냥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황 청장과 민주당 유력 울산시장 후보인 송철호 변호사,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의 삼각 커넥션에 의해 발생한 문제"라며 "황 청장이 자신을 겨냥한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조직 전체'가 모욕을 당했다고 '침소봉대'하며 일선 경찰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은 그간 자유한국당의 '텃밭'이었다. 이 지역 선거가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한국당의 '민주당 때리기' 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만만치 않은 '유권자' 세력인 '경찰 가족'의 민심을 잃음과 동시에 상대당 후보의 존재감을 키워주고 있는 '아이러니' 상황에 처한 셈.
'김병준, 너마저'…극심한 인물난
당이 처한 '인물난'은 심화되고 있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불출마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 영입'에 또 다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김 전 부총리는 "너무 늦었다"며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영입 제안을 거절했다. 앞서 홍정욱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 홍 대표가 영입을 추진하던 인물들도 모두 '불출마'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날,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병준 전 교수의 서울시장 후보직 거절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아무런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말을 줄였다.
22일 김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운털 박힌 야당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힘들었다"라며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이 친숙하고 사랑받는 제1야당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홍 대표는 현재까지 전혀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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