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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도 '거짓말'…결국 '표' 때문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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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도 '거짓말'…결국 '표' 때문이었나?

정부, 신공항 백지화…MB '신뢰의 레임덕' 불가피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동남권 신공항이 결국 백지화됐다. 30일 오후 박창호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공항 입지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3개 평가분야별 총점을 합산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라면서 "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해 환경 훼손과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지난 2009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신공항 건설 지역을 발표한다고 약속한 이래 네 차례나 연기된 끝에 종지부가 찍힌 것이다. 정부는 "2025년 이후 장기검토"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지금 당장 착공해도 10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타의에 의해 뒤집혀 4대강 사업으로 방향이 전환된 한반도 대운하, 대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밀어붙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세종시 수정안. 현재 진행형이긴 여러 여지를 남기고 있는 과학비지니스벨트에 이어 또 다시 대규모 국책사업이 공약파기된 것이다.

이번 신공항 백지화는 다양하고 강력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임기 초중반의 '뒤집기'는 만회할 수 있는 힘과 시간이 있었지만 이번은 달라 보인다.

▲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전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은, 공약 파기 논란만 남긴채 무산됐었다ⓒ청와대
MB, 지방에 '엄격'하고 대선 공약에 대해선 느슨

이 대통령은 곧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대국민 입장 표명의 형식과 관련해 기자회견, 대국민담화, 국민과의 대화 등 여러 가지 형식을 놓고 고민 중이다. '법적 절차와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우겠지만,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해 11월 세종시 수정을 공식 선언하던 때와 닮은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장 출신인 이 대통령은 지방 사업과 관련해선 유독 박한 태도를 보여왔다. 시장 시절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말했었고, 세종시도 정운찬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웠었지만 이 대통령의 의중이 깔린 문제였다.

지난 정부 때 확정된 공기업 본사 지역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아주 굼뜨다. 효율성과 경제논리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 체질에 지역균형발전 논리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이같은 성향은 수도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한 몫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수도권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공항을 안 만든다고 수도권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분위기도 아니다.

그리고 선거 공약과 관련해서 이 대통령을 신뢰하기 쉽지 않다. TV생방송에 출연해 "공약집에 있던 것도 아니다"던 과학비지니스벨트는 공약집에 버젓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도 "선거 때 한 발언을 근거로 계속 얘기할 필요가 없다"면서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애초에도 별로 신뢰가 높지 않은 이 대통령이 신공항 공약까지 파기함에 따라 그야말로 신뢰의 위기가 닥치고 이는 곧바로 레임덕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선 신공항 반대파인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조차 라디오에 출연해 "이 부분(레임덕 조기화)이 정말 저도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가 아직도 1년 10개월이라는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위무용'대책도 마땅찮아

영남권 '위무용'으로 과학비지니스벨트 분산 배치 등의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충청권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갈등 전국화의 도화선으로 작용하 수 있다. 게다가 방사광가속기가 있는 포항 쪽으로 넘어가면 '형님 배려용'이라는 이야기가 뒤따르게 된다.

인천공항까지 KTX 망 연결 등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는 이미 지난 2010년 9월 정부가 발표한' '녹색 KTX 고속철도망 구축 방안'에 포함된 이야기다.

게다가 지금 분위기로선, 신공항이 아닌 어떤 대안도 "떡 하나 먹고 떨어지라는 이야기냐"는 성난 반발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과 정부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은 기본적 전제나 다름없다. 여권의 갈등이 어느 정도까지 심화되느냐 정도가 관심사다.

박근혜는 어떻게?

대구가 지역구인 이한구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역 주민들이 반감을 갖는 것은 정부가 잘못한 데 대한 반감인데 왜 한나라당 의원들이 탈당을 하냐?"고 집단탈당설을 일축하면서 "청와대가 그만두면 그만두지"라며 '이 대통령 출당'을 암시하기도 했다.

TK권 한나라당 의원들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 당이 뉘 당이냐"는 '주인 의식'이 수면 위로 올라올 기미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 친이-친박을 뛰어넘는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관심은 박근혜 전 대표의 입으로 쏠린다. 박 전 대표는 31일 대구 방문 자리에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권에선 일반 시민들까지도 신공항 백지화에 반발하는 상황인 만큼 박 전 대표가 이를 외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대구경북의 일부 의원들은 "총선과 대선에 신공항을 공약으로 걸어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건 박 전 대표에게 바로 짐을 지우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국을 바라봐야 하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백지화시킨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거는 순간, 정면 대립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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