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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레이더 업그레이드 중"…MD 참여로 가나?

[정욱식 칼럼] 한중 사드 갈등이 봉인되지 않는 까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가지 기본적인 상식부터 짚어보자. 일단 레이더라는 기계는 미사일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성주에 배치된 AN/TPY-2 레이더(이하 X-밴드 레이더) 망에 들어오면 북한 미사일이든, 중국 미사일이든 탐지·추적이 가능하다.

또한 지구는 둥글고 X-밴드 레이더는 직진성이 강하다. 그래서 이 레이더로는 지상에 있는 것을 볼 수 없다. 미사일 발사 이후 일정 정도 고도로 올라와야 탐지·추적할 수 있다. 미사일 발사 여부는 주로 적외선 위성에서 탐지한다.

물론 불분명한 것도 있다. 먼저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범위이다. 종말 단계로 설정되었다는 성주 레이더의 탐지 범위를 두고 대다수 언론은 600~800km라고 했고, 최근 주한미군은 1000km까지라고 했다. 미 육군 교본에는 1000km '이상'이라고 했고 과거에 미국 국방부 고위 관료는 3000km에 육박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정보부터 공개야 한다.

10월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이하 10·31일 협의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드 문제를 둘러싼 한중간의 갈등도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양국간 대화가 재개되면서 한국은 '봉인'되었다는 입장인 반면에, 중국은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환구시보>가 '3불(不)1한(限)'을 요구하고 국내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갈등의 소지마저 보이고 있다.

'3불'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월 30일 국회에서 밝힌 세 가지 입장, 즉 "대한민국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고, 미국의 MD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한미일 3국간의 안보 협력이 3국간의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은 10·31일 협의 결과에도 담겼다.

▲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안보 주권을 중국에 넘겨준 꼴이라고 비난한다. 맥마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한국이 3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발언 것을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소재로도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 가지 입장은 중국과의 협의 이전부터,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밝혔었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일부 언론의 비난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오히려 맥마스터를 향해 한국의 주권 포기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주권적 판단을 존중하라고 요구해야 사리에 맞다.

<환구시보>가 언급한 '1한'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의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강경화 장관은 11월 27일 국회에서 중국 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사드 시스템 운용 문제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현재는 사드 운용 시스템에 제한을 검토할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게 간단치 않다는 데에 있다. 우선 '10·31 협의 결과'를 보면,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한국의 입장과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는 중국의 입장이 병렬돼 있다. 그러면서 "양측은 양국 군사당국간 채널을 통해 중국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고 적시되어 있다.

일단 사드는 중국이 한국을 향해 미사일을 쏘지 않는 한, 중국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유사시 일본이든, 괌이나 하와이든, 미국 항공모함이든, 미국 본토든 중국이 한국 이외의 지역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사드의 최고 요격 고도인 150km를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건은 사드와 함께 배치된 X-밴드 레이더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성주 레이더가 오로지 성주 사드용인 '종말 모드'로만 이용된다면, 한국이 미국 MD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가지 않겠다는 입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성주 레이더가 '전진 배치 모드'로도 겸용되거나 신속하게 전환되어 미국 및 일본의 미사일방어체제(MD)와 연동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는 곧 한국의 MD 참여 및 한미일 삼각동맹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이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는 9월 10일 '사실 보고서(fact sheet)'를 통해 아래와 같은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성주에 배치한) AN/TPY-2 레이더는 일본의 AN/TPY-2 레이더와 동일한 것이지만 한국에 배치될 레이더의 역할과 임무는 일본의 레이더와 달라 다른 프로그램이 설치 되어있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될 시 유일한 임무는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이다. 일본의 레이더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부터 미 본토와 일본을 방어한다."

이 말의 요지는 일본 레이더는 전진배치 모드로 되어 있는 반면에, 성주 레이더는 종말 모드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경로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에는 종말 모드로 되어 있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게 끝은 아니다. '미래'에도 종말 모드로만 운용될 것인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설명이 미래에도 팩트에 부합하려면 종말 모드와 전진배치 모드의 소프트웨어는 '다른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그런데 회계연도 2017년 미국 대통령 예산 추계서에는 "전체 AN/TPY-2 레이더(전진 배치 모드와 종말 모드)를 공통의 안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성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이러한 업그레이드 작업은 2015년에 시작되어 2017년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또한 업그레이드 대상을 '전체'라고 밝혀 성주에 배치된 레이더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만약 성주 레이더도 업그레이드 대상이 된다면, 전진 배치 모드와 종말 모드로의 '신속한 전환' 내지 '겸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해석을 강력히 뒷받침해주는 내용도 있다. 펜타곤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의 2017년 예산 추계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특수화된 통신 및 레이더 소프트웨어의 제공에 힘입어, 사드 포대는 탄도미사일 방어 체제(BMD) 시스템의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MC) 시스템과의 직접 통신이 가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사드 포대는 통상적인 적극 방어용 교전 임무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의) 탐지 및 추적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된 "사드 포대"에는 X-밴드 레이더도 포함된다. 그런데 사드 포대에는 C2BMC가 없다. MD 체계에서 '뇌'에 해당되는 C2BMC는 미국 본토의 전략사령부와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 사령부와 같은 핵심 사령부에 설치되어 있다.

또한 위의 인용문에선 사드 포대의 두 가지 임무를 적시해놓고 있다. 하나는 미사일 요격에 해당하는 "적극 방어용 교전 임무"이고 또 하나는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 기능"이다.

이러한 점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바로 성주 레이더마저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이 레이더는 한국 방어를 초월하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MD 네트워크의 일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해법은 간단하다. 주한미군 사령부가 밝힌 내용, 즉 성주 레이더를 오로지 종말 모드로만 운용해 그 "유일한 임무"를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으로 한정하는 것을 공식화하면 된다. 즉, 성주 레이더를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C2BMC와의 직접 통신을 가능하지 않게 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물론 이게 최선의 해법일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최선은 사드 철수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최선이 당분간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상기한 내용은 "사드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미국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또한 우리 정부가 마땅히 미국에 요구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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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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