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지난 17일 세월호 선체 내에서 유골을 발견하고도 22일까지 함구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이미 20일 상황을 보고받고도 제대로 조처를 하지 않은 사실을 실토했다.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은폐'를 결정한 현장 책임자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김 장관의 책임 논란 또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 해수부, 세월호서 닷새 전 손목 뼈 발견하고도 은폐 논란)
김 장관은 '유골 은폐' 논란이 인 지 하루 만인 23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김 장관은 "현장 책임자의 예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 세월호 선내 객실에서 유골 한 점이 나왔다. 당시 수색 현장에 있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가 현장 책임자인 김현태 해수부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에게 해당 유골이 사람 뼈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보고를 받은 김 본부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의 추모식과 장례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발인 및 삼우제 이후 공지하기로 결정했다. 즉각 장관에게 보고되지 못한 셈이다. 만약 이같은 일이 제대로 처리됐다면, 미수습자가족에게 설명을 한 후 영결식 진행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 또 유골에 대한 정밀 조사와 함께, 선체 재수색 작업을 결정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영결식은 다음날인 18일에 진행됐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목포를 떠났다. 김 부본부장은 이철조 본부장과 논의한 후, 장례 절차가 끝난 21일 선체조사위원회와 고(故) 조은화‧허다윤 학생의 가족에게만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두 가족에게만 사실을 알린 이유에 대해 이 본부장은 "육상 거치 후 해상과 선체에서 꼼꼼하게 수색을 해왔고, 어디에 (누구의) 뼈가 있을지 검토하고 결과를 지켜봤고, 여러모로 합리적 추론을 해보니 이는 은화와 다윤이 유해일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에 대해선 장례식 절차가 끝난 후 심리적 안정을 찾은 다음에 말씀을 드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장관 보고는 그보다 하루 앞선 20일 오후 5시경 이뤄졌다. 보고를 받은 김 장관은 책임자들을 크게 질책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유해를 발견하면 (선조위,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등에게) 통보하는 절차와 매뉴얼이 있는데 왜 그대로 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고 그대로(매뉴얼대로) 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장관의 지시에도 김 부본부장과 이 본부장은 조은화‧허다윤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22일까지 알리지 않았다. 이 이유에 대해서도 이 본부장은 '인간의 도리'로 설명했다. "장례식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은 너무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조금만 기다리고 추스르면 그때 말씀드리자는 현장의 보고가 있었고 그걸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장관 지시를 임의로 무시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보고를 해야 하는데, 업무를 하다 보니 보고 시간이 늦어졌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미 논란이 벌어진 후인 22일에야 지시 불이행 사실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김 부단장을 보직해임하는 한편 진상 조사 지시를 내렸다. 보고 받은 즉시 공개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선조위와 가족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20일 지시대로 이행될 줄로 알고 22일까지 확인하지 못한 것은 제 불찰"이라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이 일을 마무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고 국민의 뜻에 따라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나 유골 발견 직후 장관에게 보고가 올라가지 않은 점, 뒤늦게 보고를 받은 장관이 지시 이행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점 등은 논란 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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