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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뇌종양, 첫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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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뇌종양, 첫 산재 인정

대법원, 故 이윤정 씨 사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걸린 뇌종양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지난 8월에는 삼성전자 LCD공장 노동자의 다발성경화증이 산업재해로 인정됐었다. 백혈병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이 반도체 및 LCD 공장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받아들여진다. 위험한 물질을 다루는 노동자의 안전 및 건강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는 결정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고(故) 이윤정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 새로 사건이 다뤄진다.

고교 3학년 때 삼성 공장 취업, 반도체 칩 테스트 업무 한 뒤 뇌종양

이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7년 5월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입사했고, 2003년 퇴직했다. 2010년 5월5일 뇌종양 판정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하자 2011년 소송을 냈다. 이 씨는 2012년 5월 사망했으며, 유족들이 소송을 진행했다. 사망 당시 이 씨는 32살이었다. (☞관련 기사 : "맨손으로 만진 반도체, 그리고 어린이날 시한부 선고")

1심 법원은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씨는 삼성전자 공장에서 반도체 칩 테스트 업무를 했었다. 이 씨가 걸린 뇌종양과 이런 업무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깼다. 이 씨의 병이 산업재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이 뇌종양을 산업재해로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해인자에 복합적 노출, 평균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뇌종양 발병"

재판부는 "이(윤정) 씨는 (삼성전자 온양 공장에서) 6년 2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납 비전리방사선 등 여러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며 "발암물질의 측정 수치가 노출 기준 범위 안에 있더라도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장기간 노출되거나 주·야간 교대근무 등 기타 유해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입사 전에는 건강에 별 이상이 없었고 뇌종양과 관련된 유전 요인이나 가족력도 전혀 없는데 우리나라의 뇌종양 평균 발병 연령보다 훨씬 이른 30살 무렵에 발병했다"며 "이 사건 사업장이나 비슷한 근무환경인 다른 반도체 사업장의 뇌종양 발병률이 한국인 전체 평균발병률이나 비슷한 연령대의 평균발병률보다 유달리 높다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아울러 뇌종양의 경우 발암물질에 노출된 뒤 상당 기간 이후에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여러 해를 지나면서 악성도가 높은 교모세포종으로 변화한 사례도 보고된 적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퇴직 후 7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 고(故) 이윤정 씨 1주기 추모행사에서 이 씨의 남편 정희수 씨가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프레시안(최형락)

부실한 역학조사로 산재 은폐하는 관행에 제동

눈에 띄는 대목은, 이 사건 관련 역학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한 역학조사는 이 씨가 근무한 때부터 여러 해가 지난 시점에 실시됐고 발암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 등에 대한 노출 수준이 측정되지도 않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재해 관련 분쟁에선 역학조사 결과가 종종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부실하게 진행된 역학조사는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곤 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대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대법원은 지난 8월에도 비슷한 판결을 했다. 당시 대법원은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걸린 다발성경화증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하면서, 부실한 역학조사의 한계를 지적했었다.

삼성 직업병 사망자 118명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접수된 삼성 직업병 피해 사례는 모두 320건이다. 이 가운데 118명이 사망했다.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피해자와 사망자는 각각 263명, 95명이다. 이 가운데 산업재해가 빈발했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피해자와 사망자는 각각 196명, 65명이다.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발생한 피해자와 사망자는 각각 40명, 15명이다. 반도체 및 LCD 공장(DS부문)에서 80명이 사망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망자는 고(故) 이혜정 씨다. 추석 명절인 지난 10월 4일 세상을 떠났다. 이 씨 역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취업했다. 반도체 웨이퍼를 굽고 씻어내는 일을 했던 이 씨는 퇴사 이후 '전신성 경화증'에 걸려 사망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 씨의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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