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된 택배 기사들의 노조 설립신고를 받아들였다. 사용자의 지시를 받지만 정작 신분은 자영업자인 특수고용직의 노조권을 정부가 인정한 첫 케이스라 의미가 남다르다. 앞으로 노조에 가입된 택배 기사들에게는 노동3권이 보장된다.
반면, 함께 노조 설립신고를 한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노조 설립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여전히 노조 설립신고가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맹점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3일 저녁 "택배노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설립신고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 500여 명의 택배 기사들이 소속된 택배연대노조는 지난 8월 31일 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를 한 바 있다.
노동부는 택배 기사가 지정된 구역에서 사측이 정한 배송 절차와 요금에 따라 지정된 화물을 배송하는 등 업무 내용이 사측에 의해 지정되는 점을 고려해 택배 기사가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택배 기사가 사측이 작성한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근무시간이 정해져 택배 회사 또는 대리점으로부터 업무 내용·수행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받는 점, 사용자 허가 없이 유사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
노동부, 특고 관련, 택배노동자만 노조 인정
노동부는 이번 설립신고증 교부 관련, 택배 기사에 대해서만 노조 설립을 인정한 것이지 모든 특고노동자의 노조설립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특고노동자들은 직종에 따라 근무 형태나 사용자에 대한 지배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노동부는 특고노동자로 분류되는 대리운전기사 노조가 낸 ‘설립신고사항 변경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리운전기사 노조는 택배노조와 함께 두 달 전, 설립신고를 낸 바 있다.
당시 대리운전기사 노조는 당초 대구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에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으로 조직 명칭을 변경, 설립신고를 낸 바 있다. 한마디로 지역노조에서 전국단위 노조로 노조를 확대한 셈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노조법의 변경신고제도상 두 노조(대구지역대리운전노조와 전국대리운전노조)가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지역단위에서 전국단위로만 조직을 확대했을 뿐이지만, 노동부는 두 노조가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대리운전 노조 "노조 할 권리 복원해달라는 데 외면하고 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4일, 성명서를 내고 노동부를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노동탄압의 수단이었던 설립허가제가 무색한 보완요구에 이은 장기 검토의 결론이 결국, '변경신고 사항이 아니다'라는 판단"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대구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 이후 부당하게 부정되고 있던 대리운전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복원해 달라는 것인데 이 마저도 노동부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0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하루 5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리운전은 한국사회에서 이미 3조 원이 넘는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며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서 대리운전기사의 생존권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업체들의 각종 갑질 횡포에 대리기사는 밤새 죽어라 일해도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또한, 장시간 야간노동, 장거리 도보이동, 술 취한 고객의 폭언과 폭행 위험에 시달리며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노동부의 반려조치는 20만 대리운전노동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진위를 의심케 하는 폭거로 규정 지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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