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간첩죄 위반으로 입건된 사람이 18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첩죄와 함께 '3대 안보 위해 사범'으로 꼽히는 반국가목적행위죄, 반국가단체구성죄 위반자를 통틀어도 56명에 그쳐, 수사기관의 대공수사 업무 규모를 손질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경찰청, 대법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1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람은 총 739명, 연평균 74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간첩, 반국가단체 구성, 반국가목적행위 등 3대 안보 위해 사범은 10년 동안 56명으로, 전체 국보법 사범 가운데 7.4%를 기록했다.
특히 간첩죄 위반자는 단 18명으로 연평균 두 명꼴에도 못 미쳤다. 국정원이 '간첩 잡기'를 자신의 존립 근거로 내세웠던 데 비하면 형편없는 수치다. 대공 수사에 전력을 쏟았음에도 정작 간첩 검거는 실패하고 간첩 조작으로 인한 인권 침해 등 부작용만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기관별 국보법 위반자 입건 건수를 살펴봐도, 국정원의 역할은 미미했다. 지난 10년간 국정원이 검찰에 송치한 국보법 사범은 187명으로 25%, 경찰이 531명으로 71%, 기무사가 8명으로 1%, 군검찰 등 23명으로 2.8% 순이었다. 대공수사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국정원보다 경찰이 입건량이 3배가량 높다.
경찰의 마구잡이식 '대공 수사' 문제도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의 정당성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현행 국가보안법 하에서 국정원의 '대공 수사' 무능은 문제시될 수 있다. '간첩 대신 자국민 잡는' 국정원이었던 셈이다.
국정원은 지난 10년간 혈세를 들여 불법적으로 정권 비판 인사를 사찰하고, '관제 데모'를 조작하는 데 더 열을 올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같은 통계 자료 발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작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정원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대공 수사권은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국정원은 내부 조직 개편 논의를 통해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향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권고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공수사권 이관이 국정원의 존립 근거를 뒤흔들 뿐 아니라, 경찰이 국정원에 비해 대공 정보 수집 및 분석 역량이 취약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날 분석 결과는 이같은 반박에 대한 대응 논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진 의원은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민적 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대공수사에 대한 이관은 대통령 공약이자 반드시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찰의 국가보안법 수사 과정에 그동안 문제가 없었는지 국회 차원의 감시와 견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