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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이 줄어든다는데 왜 서점은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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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책 읽는 이 줄어든다는데 왜 서점은 늘어날까

[표지 너머 책 세상 ⑩] 서점 독과점 심화, 매대 판매 관행만 키운다?

출판의 위기다,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든다, 서점이 고사 직전이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듯 여겨져 위기감이 잘 닿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출판계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새해가 가장 큰 위기인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역행하는 지표가 있습니다. 서점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1년 7개월 사이 전국에 새로 개점한 대형서점이 52개입니다. 교보문고 39개 매장 중 17개가 최근 생겼습니다. 영풍문고 30개 매장 중 9개도 최근에 문을 열었습니다.

새로운 사업 방식도 등장했습니다. 영풍문고는 세종점과 송도점을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오픈했습니다. 영풍문고 본사가 프랜차이즈 지점에 책을 직접 납품하고, 매장은 판매와 운영관리만 하는 방식입니다. 서점에도 가맹사업 방식이 진출한 셈입니다.

온라인 서점은 중고매장을 늘려가며 오프라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주요 지점에 적극적으로 중고서점을 낸 알라딘은 이제 37개 매장을 통해 알라딘 굿즈와 중고서적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 발 늦은 온라인 서점 1위 업계 예스24도 지난해 강남점을 시작으로 홍대점, 목동점, 부산 서면점, 부산 해운대 장산점을 열었습니다.

독립서점 창업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수 책 애호가만의 전유물이리라는 문화적 한계를 넘어, 일부 독립서점은 주요 상권의 '핫스팟'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입니다.

책이 안 팔리는 시대, 더구나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에 왜 서점이 이처럼 늘어날까요.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달 '표지 너머 책 세상'은 서점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출판문화연구소에서 열린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와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의 대담을 정리했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좌)와 이홍 한빛비즈 이사(우). ⓒ프레시안(최형락)

대형 서점만 늘어난다

-'출판의 위기'가 고유명사화하는 지금, 특히 지난해부터 서점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형 서점 위주로 공격적 경영이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만, 새롭게 사회적 조명을 받는 지역서점, 자기 색깔을 가진 독립서점 중에도 언론의 조명을 받는 곳이 늘어났습니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말 책이 안 팔리는 시대가 맞긴 한가 싶습니다. 왜 서점이 늘어날까요?

장은수 : 기본적으로는 도서정가제의 직·간접적 효과가 작용했다고 봐야죠. 동네 서점이 온라인 서점과 가격 경쟁이 가능해졌으니, 서점의 사업성이 그만큼 확보됐습니다.

다만 모든 종류의 서점이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동네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참고서를 주로 팔던 이른바 문방구형 서점은 줄어들고 있죠. 출판계에서는 대략적으로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참고서 수요가 종전보다 30%가량 줄어들었다고 평가합니다.

서울 불광문고, 진주 진주문고, 충주 책이있는글터 등 각 지역 거점 서점의 영업 환경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이곳도 중요 매출 수단인 참고서 매출이 줄어들었지만, 지역도서관이 지역 서점에서 공공구매하는 추세가 정착돼 그만큼 영업 환경이 좋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성장세가 가장 돋보이는 건 대형 서점입니다. 신도시나 새로운 대형 아파트 단지에 대형 브랜드 서점이 들어서면 집객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했기 때문입니다. 유휴공간의 초기 주목도를 높이려는 시도와 서점 업계의 의욕이 맞물렸죠.

-기본적으로는 도서정가제가 안착함에 따라 서점 환경이 개선됐다고 하셨는데, 출판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출판 시장이 커졌다는 느낌이 들진 않습니다. 서점이 늘어나면 그만큼 책도 많이 팔려야 하지 않나요?

이홍 : 오프라인 서점이 늘어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서점 증가세가 일부 대형 서점의 팽창과 시장 점유율 확대 결과일 뿐임을 고려하면 반드시 건강한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서점의 확장은 독서 생태계의 발전과 출판 유통의 활성화로 이어져야 바람직한데, 후술하겠습니다만 일부 시장 참여자 주도에 따라 일부 서적의 노출과 판매 양극화만 심화한다면 긍정적이지 않죠.

-특히 영풍문고는 프랜차이즈 영업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장은수 : 영풍문고뿐만 아니라, 송인서적을 인수한 인터파크까지 아울러 언급해야 할 문제입니다. 소매영업을 해야 할 서점 브랜드가 도매상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입니다. 알라딘도 이미 지역 서점에 책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소매서점의 도매상화가 이렇게 쉽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입니다. 지역의 건전한 거점서점이 대형서점의 사실상 계열사가 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지역 서점 고유의 전시 기준 등이 모두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유통혁신을 통해 지역서점이 손쉽게 책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합니다.

이홍 : 서점 수가 늘어남에도 오히려 독과점으로 인해 소비자의 책 선택권이 크게 약화할 수 있습니다. 출판 유통 시장이 크게 교란될 수 있습니다.

출판사는 서점 하청업?

-두 분은 지금의 서점 성장세를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모습으로 보셨네요. 영화계의 스크린독과점 논란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습니다. 최근 서점의 성장세를 두고도 출판의 위기는 계속 거론됩니다. 서점이 많아진다는 건 그만큼 출판 시장 상황이 좋다는 뜻 아닐까요?

장은수 : 아닙니다. 우선 서점의 증가세가 그리 빠르지 않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출판문화진흥원 통계를 보면 2013년 한해 신간 발행종수는 6만1500종이었는데, 지난해는 7만5700여 종으로 늘어났습니다. 3년 사이 한해 발행되는 신간이 23%가량 늘어났죠. 서점 증가세가 책 발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판시장이 감당 가능한 수준 이상으로 출판계 경쟁이 격화했다는 뜻입니다.

더 중요한 건, 서점이 늘어났다고 해서 독자 눈에 진열되는 책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홍 이사가 지적한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과거보다 베스트셀러의 매대 진열 집중화가 더 심화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잘 팔리는 책만 독자 눈에 잘 띄는 매대에 진열되는 현상이 과거보다 더 극심해진다는 이야깁니다.

특히 대형 매장의 경우, 책의 진열 종수가 매장 크기만큼 크지 않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요즘 새로 생기는 교보나 영풍문고 매장의 트렌드는 이른바 '츠타야형 서점'에 가깝습니다. 장서를 많이 확보하기보다 독자가 편히 책을 읽거나 다양한 기타 상품도 함께 관람 가능하도록 변화한 서점이죠.

이홍 : 극장 중 대형 브랜드인 CGV나 롯데시네마 점포만 늘어난다고 영화제작자들이 웃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만 늘어난 결과, 오히려 다양한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지 않는 것과 현 서점 증가 트렌드가 비슷합니다.

여러 매장을 확보한 브랜드 서점이 늘어나는 만큼, 전체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가 통일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더 소수의 책이 더 많이 노출되니까요. 서점마다의 차별적인 경영 철학이나 지역적 특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되고 일극화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소수 서점의 거대화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서점과 출판사 힘의 관계를 바꾸게 됩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20개 서점이 시장을 나눠 점유할 때와 5개 서점이 시장을 지배할 때 질서는 달라질 수밖에 없죠.

서점은 점유율 집중화가 일어나지만, 공급 파트너인 출판사의 점유율과 지배력은 이에 대응하는 형태로 재편되기 어렵습니다, 바람직하지도 않고요. 대형화와 점유율 확장이 전략이 꿈꾸는 최종 목적지는 '시장 지배'입니다.

-출판사가 일종의 서점 하청기업화한다는 뜻인가요?

장은수 : 정확히는 유통업이 제조업을 지배하는 현상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증거가 서점의 매대 판매입니다. 매대 판매 관행이 출판의 양극화를 촉발하는 주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서 시장 흐리는 매대 판매

-매대 판매가 뭔가요?

장은수 : 간단히 말해, 서점이 책이 잘 노출되는 자리(매대)를 출판사에 분양하듯 판매해 광고비 수입을 추가로 얻는 겁니다. 서점 MD가 자기 판단에 좋은 책을 전면에 노출하는 게 아니라, 광고비를 많이 내는 출판사의 책을 진열하죠.

매대 판매가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3~4년 정도입니다. 대형 서점의 평대(책꽂이 매대가 아니라 고객의 동선에 책 전면이 노출되도록 세워진 매대) 대부분이 매대 광고비를 받는다고 보셔도 됩니다.

이홍 : 매대 판매가 일반화하면서, 예전에는 서점의 아이디어로 꾸려진 ('여름 밤 오싹한 미스터리 모음' 같은) 기획 코너도 이제는 출판사 광고비에 따라 결정될 지경입니다.

-당연히 대형 서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영업력이 좋은, 즉 광고비를 많이 책정한 대형 출판사 책이 주로 노출될 수밖에 없겠군요?

장은수 : 맞습니다. 그러니 서점 증가세를 두고 출판계에서 양극화 이야기가 나오죠. 이는 독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현상으로도 이어집니다. 서점이 지대 판매에 익숙해질수록 출판사가 광고비를 많이 책정한 책에만 집중하려는 욕구도 커지기 마련이고, 서점 고유의 콘텐츠 해석력, 기획력은 약해지기 때문이죠.

이홍 : 광주 충장서점 등 지역 거점서점도 나름의 힘을 가질 때는 지금처럼 베스트셀러 쏠림 현상이 심화하진 않았습니다. 교보문고에서는 베스트셀러가 아닌데 충장서점에서만 특히 잘 팔리는 책이 나오곤 했죠. 그만큼 지역 서점 자체의 정서와 차별적인 진열이 가능했으니까요. 지금보다 베스트셀러의 다양성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베스트셀러 순위가 거의 비슷합니다.

▲지난 6일 교보문고를 찾은 독자들이 책을 읽는 모습. 서점은 점차 책을 파는 곳에서 사람을 모으는 곳으로 콘셉트를 바꿔가는 듯합니다. ⓒ연합뉴스

서점은 사람을 잇는 공간

-지금의 베스트셀러가 건강성을 잃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장은수 : 물론 모든 서점이 대형 서점 매대만 바라보고 책을 전시하진 않죠. 독립서점은 나름의 안목으로 좋은 책을 노출합니다. 비록 독립서점이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그나마 독립서점의 성장세에서 출판계의 질적 성장을 기대할 여지는 있습니다.

한국 출판 산업이 크게 성장한 시기가 1980년대입니다. 운동권 학생들이 사회과학 서점을 중심으로 모였죠. 그러니 적어도 이 분야에 관해서는 서점의 기획력이 크게 좋아졌습니다. 서점 점원이 누구보다 사회과학분야 좋은 책을 잘 아니 손님에게 서점 나름의 추천 리스트를 제시할 수 있었고, 그만큼 서점의 색깔도 뚜렷해졌죠.

최근 출판계 사람을 만나면, 최근 독립서점이 늘어남에 따라 출판기획자, 편집자와 좋은 책에 관한 이야기가 가능한 서점인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결국 단순히 대형 서점만 늘어난다고 좋은 게 아니라, 서점의 개성이 다양화되어야 좋다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독립서점은 특성상 성장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다양한 좋은 책이 독자와 만날 기회도 그만큼 작을 수밖에 없는 셈인데, 돌파구가 있을까요?

장은수 : 결국 지역에 밀착해야죠. 독자와 서점이 깊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도서관, 학교, 독서공동체 등 지역의 책 문화 주체들이 서점을 중심으로 협업하는 네트워크 구조가 만들어지면, 지역마다 필요로 하는 책이 서점을 중심으로 다양화할 것입니다.

하다못해 대형 서점 브랜드의 체인형 서점도 이 같은 지역의 욕구를 잘 반영하는 게 필요합니다. 단순히 우리 동네에 교보문고가 들어오니 편하다는 수준보다, 우리 동네 교보문고가 친근하게 다가오게끔 하는 방법을 서점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홍 : 양적 확대보다 질적 확장을 고민해야 합니다. 어차피 독립서점이 현재의 출판 산업을 떠받치는 주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대형) 서점이 단순한 책의 매대 역할을 넘어, 굿즈 판매에 집중하는 공간 형태를 넘어 사람이 교류하는 공간으로서 특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역서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연대할 것이냐, 어떻게 변신하느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지역서점은 독립서점이 채우지 못하는 규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대형서점이 주도하는 획일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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