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지금 이 증언을 누구한테 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피해자들끼리 모여서 이렇게 논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느껴집니다. KBS와 MBC 관계자가 여기 있다면, 부디 경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드는 현재 진행형인 사안이기 때문에 피해 사례 고발도 해야 하겠지만, 앞으로 우려되는 언론의 왜곡도 막아달라는 당부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안보 보도의 가장 나쁜 예, 사드 보도의 5가지 특징
방금 성주 주민들의 투쟁에 '종북'이 함께 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보셨듯이, 사드는 사람들이 꺼리는 국방, 안보 관련 이슈입니다. 사드 관련 보도는 안보 관련 보도의 가장 나쁜 교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론들이 안보 이슈를 다룰 때 어떤 국민이 단지 말실수만 해도 고무찬양죄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서 보도해버립니다. 사드도 마찬가지입니다. KBS‧MBC는 물론 종편, 신문들 모두 사드와 관련해서는 막말에 가까운 보도를 쏟아냈고, 주민들의 참담한 현실을 외면했습니다.
특징 1. 정부 발표 받아쓰기
사드 관련 보도의 특징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일단 국방부나 정부의 발표를 무조건 받아쓰고 홍보하는 것입니다. 작년 7월에 갑자기 사드 배치가 전격 결정되자,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전문가가 되었는지 KBS‧MBC를 비롯한 방송사들이 기술력과 인력을 총동원해서 현란한 그래픽으로 사드를 선전했습니다. 어떻게 배치가 되고, 요격 각도가 어떻게 되며, 어디를 얼마나 방어하는지 보여주면서 한국과 미군 기지를 방어하는 가장 유력한 무기체계라고 홍보했습니다. 보도가 아니라 마치 전쟁영화 같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드는 제조사인 록히드마틴 사에서도 생산을 중단한 고물에 불과합니다. 더 이상 사용 가치가 없기 때문에 추가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실제로 요격해서 적중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런데 보도에는 마치 100% 요격 가능한 것처럼 나옵니다. 당연히 사드의 효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여론은 조명하지 않습니다.
특징 2. 반대 여론은 '반국가 세력' 프레임
둘째, 당연히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여론이 있기 마련인데, 지역 주민들이나 많은 시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 거의 협박하는 수준으로 '국가 안위를 해치는 무리'로 규정하는 겁니다. 작년 7월 14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국가 안위를 해치는 것은 대한민국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행위이므로 적극 대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이걸 대서특필합니다. 이어서 7월 20일 황교안 총리가 "사드를 반대하는 이야기들, 전자파의 위험이나 사드의 무용론은 모두 괴담이다. 그러므로 처벌해야 한다"는 발언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전파를 탑니다. 이런 보도들로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서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는 겁니다.
특징 3. 사실 왜곡과 정보 조작
또 있습니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에 한국의 국토와 국민이 담보가 됐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악화와 무역보복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KBS‧MBC는 문제가 없다거나, 중국에 사대외교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사상 초유의 대중 무역 적자와 사드 보복입니다. 지난 5월 3일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에 의하면 중국의 보복에 따른 무역 손실이 8조50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IBK 경제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17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피해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것도 언론이 정정하거나 사과한 바 없습니다.
특징 4. 사드 반대하면 '종북'
넷째, '북풍 몰이', '종북 몰이'입니다. 국방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면 곧 친북 행위라는 겁니다. 주민들과 시민들이 종북이고, 친북이고, 이적단체라는 겁니다. 방금 보신 MBC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작년 8월 15일 처음 성산포대 배치가 발표되었을 때 8.15를 기념해서 815명이 삭발을 하면서 결사 항전을 다짐하자고 했는데, 1000여 명이 자발적으로 나설 만큼 성주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사드 반대 투쟁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성주에서 진행된 '사드 결사반대' 행사를 외부세력, 외부 빨갱이 집단이 들어와서 조장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KBS 노조 증언에 의하면, 작년 7월 8일 사드 배치가 전격 발표된 지 3일 만인 7월 11일 고대영 KBS 사장이 간부 회의에서 사드 관련 보도지침을 내리면서 '외부 불순세력 개입'을 적극 보도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성주에 사드반대 촛불집회가 시작된 것이 7월 13일인데, 성주 주민들의 사드반대 행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외부세력 개입' 왜곡보도를 준비한 셈입니다.)
특징 5. 정작 필요한 보도에는 '침묵'
다섯 번째,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정작 보도를 해야 할 사실들은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 소성리는 매일 전쟁터인데, 이걸 아시는 분들은 매우 적을 겁니다. 정부가 새벽에 몰래 사드를 반입했던 지난 4월 26일은 마치 '80년 광주'가 경상북도 성주 소성리에서 재현된 것 같았습니다. 80여 명에 불과한 주민들을 포위하기 위해서 8000명의 경찰 병력이 동원됐습니다. 경찰 병력은 성주, 김천으로 들어가는 나들목(IC)부터 모든 도로를 다 봉쇄했습니다. 당일 새벽에 소성리 인근 지역에 있는 모든 주민들의 집집마다 경찰들이 4명씩 배치가 돼서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결국 학교에 못 가서 시험을 놓친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마을 회관 앞을 지키고 있었던 80여 명이 있었을 뿐인데 경찰 수천 명이 에워쌌습니다. 사드와 레이더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 새벽 1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7시간을 봉쇄한 겁니다. 이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한 언론, 없습니다. 유일하게 경북 지역 언론 <뉴스민>만 제대로 보도했고, <뉴스민>의 영상을 받아서 JTBC가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KBS‧MBC는 침묵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성주 소성리의 언론은 JTBC입니다. JTBC 기자가 오면, 소성리 주민들은 마치 대통령이 온 것처럼 반가워합니다. 다른 언론들은 없습니다. 놀라운 점은 또 있습니다. 소성리는 지금 세계 언론의 중심에 있습니다. 소성리에 있으면, 정말로 많은 언론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다 방문합니다. 아랍방송,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미국에 있는 독립 언론들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KBS, MBC 못 봤습니다. 현장에 없는 것이 우리 언론들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서북청년단 오줌 싸고 인분 뿌리고 욕하는데, 공영언론은 '무보도'
마지막으로 언론이 이런 문제점들을 지금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성주 소성리는 아직도 공권력과 대치 중입니다. 경찰들과 주민들은 매일 몸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충돌을 야기하는 원인에는 언론도 있습니다. 지난 6월 12일 내내 관심이 없던 <문화일보>에서 뜬금없이 보도를 하나 내놨는데, '미군의 사드 기름 반입을 성주 민간인들이 검문하고 있다. 치안 부재 상황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연히 <문화일보> 기자는 성주에 오지 않았습니다. 취재 요청도 확인된 바 없습니다. 받아쓴 기사였습니다.
<문화일보>가 보도를 내자 6월 15일부터 7월 17일까지 소성리에 서북 청년단이 와서 한 달간 집회 신고를 해놓고 날마다 와서 주민들을 괴롭혔습니다. 농사짓고 밭에서 일하고 있는 주민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빨갱이 새끼들 다 죽여버려야 하는데 여기서 뭐 하고 있느냐"고 욕을 하고, 부녀회장님 앞에서 오줌 싸고, 인분 뿌리고, 집집마다 가서 집 마당에다가 인분을 갖다 놓고, 현수막 다 찢어버리고 이런 짓을 했습니다. 그러자 경찰 병력이 또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말로는 주민을 보호한다면서 정작 서북청년단을 향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항상 주민들을 감시합니다.
저희 원불교와 천주교, 개신교 성직자들이 주민과 함께하면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의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서북청년단의 행진을 보호하기 위해서 종교 활동을 하고 있는 성직자들을 강제로 들어내고 종교 재단 예물들을 부수기도 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 자유가 유린당하고, 성직자와 주민들의 인권침해가 비일비재한데 이거 보도해줬습니까? 아무도 안 했습니다. 이런 폭력 상황에 대해서 어디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가 이 상황 때문에 지난 7월 19일 경찰청 앞에서 항의 기자 회견을 하고, 경찰청장 사과와 성주경찰서장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지금 소성리는 주민들 대부분이 타박상과 크고 작은 부상이 없는 분들이 없습니다. 이빨 부러지고, 골절되고, 들려 나가고, 이런 분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했던 기자회견도 보도해주지 않습니다. 촛불 이전이나 이후나 오로지 <뉴스민>과 JTBC만 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유지가 됩니다.
성주 상황 변한 것 없는데, 폭력 부르는 선동적 보도만 계속돼
여기 KBS‧MBC 기자가 계신다면 묻고 싶습니다. 이런 성주 상황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취재하고 싶지 않습니까? 저라면 하겠습니다. 지난 4월 26일 군은 마치 계엄령에 준하는 작전이라도 행하듯이 사드 장비 일부를 불법 반입했습니다. 전시도 아니고, 긴박한 대치 상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8000명의 경찰 병력을 움직이도록 한 근거가 무엇인지, 그렇게 특종 경쟁을 사명으로 하는 언론이라면 도대체 왜 군과 경찰이 평시에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지, 그 비용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이런 것들이 먼저 궁금해야 정상 아닙니까?
당연히 보도해야 할 현장 상황을 보도하지 않는 대신, 경찰의 폭력 대응을 유도하는 선동적 보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조선일보>가 또 ‘어떻게 민간인이 군을 검문하느냐. 소성리는 치외법권이다'(7월 9일 자)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7월 11일 이른 아침에 경찰병력 1500명이 소성리에 투입돼 주민들을 포위하고 대치했고, 13일에는 원불교 법회 중인 여성 성직자를 여경도 아닌 남자 경찰이 팔을 꺾고 사지를 들어내는 폭력 행위가 반복되었습니다. 소성리 마을 주민들이 차량을 검문하는 것은 군이 주민들을 속이고 부식 차량에 기름을 싣고 들어가려다가 들킨 후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군과 경찰이 암묵적으로 동의해서 몇 달째 진행되어온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 없이 불쑥 '치외법권' 운운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경찰의 폭력진압이 강화되는 일련의 상황이 반복되는데 언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이 유감입니다.
KBS‧MBC 사장 교체 이상이 필요하다
KBS‧MBC 지금 사장 바꾸고 잘 해보겠다고 하시는데 사장 바꾼다고 다 해결되는지, 일단 자문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사장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기본적으로 사안을 대하는 기자들의 기본적인 소양의 문제인가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장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예견되는 충돌 상황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예방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환경영향평가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환경영향평가는 배치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절차입니다. 이것도 정권 바뀌면서 겨우 하게 된 것인데, 그렇다면 당연히 지금 현재 운영 중인 레이더와 사드 발사대 2기는 철거해서 원래 상태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합니다. 철거가 어려우면 운영 중단이라도 해야 하는데, 국방부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레이더가 계속 운영되면서 전자파도 문제이지만, 소음으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 골프장 바로 직선거리 500미터에 월명1리와 2리에 있는 주민들은 이미 발전기 소음으로 인해서 소들이 유산될 뻔하고, 신생아가 위험해져서 젊은 부부 두 가족이 그 마을을 떠났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이렇습니다. 취재하고 보도해줘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일종의 의무 방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침도 법제화되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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