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폭탄'이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정부가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을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 나온 말이다. 정식 명칭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갭(gap)투자 같은 투기를 억제해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정부가 시장에 부동산으로 투기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 전지역에 LTV, DTI 비율 축소,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청약 가점제 100%, 다주택자 양도세소득세 중과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이 대부분 들어가 있다.
효과는 어떨까. 발표 직후 투기지역으로 묶인 서울 반포, 잠실 등 재건축 단지에서는 수억 원이나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면서 조합 설립을 앞둔 곳에서 급매물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핵심목표인 갭 투자자들, 즉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자들(다주택자들)은 정부 대책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는지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들어갔다.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세 증액은 2018년 4월에나 진행될 수 있기에 그때까지는 버텨보자는 식이다. 시장과 정부 간 대결양상으로 들어간 모양새다.
이번 8.2 부동산대책을 두고 시장중심주의자들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즌2'가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전 노무현 정부와 현재 문재인 정부는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꼽는다. 노무현 정부 때는 택지개발 지연이 공급부족으로 이어졌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지연이 역시 공급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과거 노무현 정부, 그리고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과열 현상 원인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된다. 참여정부에서 강력한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을 펼쳤지만 결국, 집값을 잡지 못했으니, 수요억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공급부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도시개발, 길을 잃다>, <리씽킹 서울>,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의 저자이자 도시계획·부동산 전문가인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를 만나 이번 8.2 부동산 대책에 관한 평가를 들어보았다. 아래 인터뷰 전문.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 아니다"
프레시안 : 지금 시장에서 8.2 부동산 대책이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발표한 부동산 정책과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돈이 풀려 유동성이 활발한 시점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지 않고 수요억제책을 펴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가열된다고 이야기한다. 노무현 정부 때도 수요억제책을 펼쳐서 부동산을 잡지 못했다며, 이러한 전철를 밟지 않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경민 : 개인적으로 2015년 프레시안 연재에서 상당한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해 염려했었는데, 이게 현실화되어 저소득 서민들이 타격받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부동산 시장 변혁기‧上] 주택 보유 위험? 장점도 있다!)
우선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제로 실패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한다. 시장 및 언론에서는 당시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면서 이를 정책의 실패로 귀결한다. 하지만 노무현 시대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해석은 틀렸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0년대 초중반은 전 세계적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한 시기였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 모두 부동산 가격이 2000년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이는 당시 저금리로 인한 상당한 유동성 그리고 중국발 경제발전으로 인해 세계경제 호황 등 다양한 이유에서 연유한다. 당시 다른 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어땠는지를 자료를 보면서 살펴보아야 한다.
프레시안 : 당시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폭등한 것으로 기억한다.
김경민 : 2000년~2006년 동안 OECD G20 국가 중 한국은 일본, 독일,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장 오르지 않은 나라였다. 일본은 80년대 주택시장 버블 붕괴 후 경제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도 90년대 이후 주택시장 버블을 경험한 후 주택시장이 활기를 되찾지 못한 점을 생각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매우 낮은 주택가격 상승폭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다. (<표 1> 참조)
혹자는 당시 강남구 집값은 우리나라 평균을 상회했기에 해당 자료가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이다. 강남구 집값 상승률은 국가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그런데, 미국은 그 큰 나라의 주택평균 가격이 7~9% 올랐다. 당시 뉴욕 집값 상승은 어마어마했다. 영국 역시 마찬가지다. 런던 집값은 살인적이다. 당시 주택가격 폭등은 전세계적 트랜드였다.
만약 우리나라 부동산이 폭등했다고 하면 OECD 중 TOP으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당시 모든 나라의 부동산이 유동성 팽창으로 급등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여기에서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두고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 나는 아니라고 본다.
<표2> 2003~2007 평균 집값상승률과 위험도 분석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노무현 정권 당시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으면서 위험도가 낮은 국가에 속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상황속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 우리나라 자체만으로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으로 전세계적 트랜드 안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 분석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장이었다.
"서울 집값 매우 올랐다. 그러나 실수요층, 막을 수 있나"
프레시안 :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김경민 : 부동산은 유동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자가 낮으면, 즉 돈이 풀리면 부동산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일례로 2016년 중반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시점, 강남 재건축 시장을 포함한 부동산가격이 팍 올랐다. 금리와 부동산간 상관관계는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잘한 것은 LTV와 DTI로 레버리지(leverage, 차입)를 조절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일본 주택의 경우, 돈 한 푼 없이 빚내서 살 수 있었다. 그 결과 너무도 쉽게 부동산 매입이 가능하여 심각한 수준의 폭등이 일어났고, 이후 정점에 이른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그러면서 경제에 연쇄적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는 그런 전례를 봐왔기에 리스크 관리를 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몰고 온 미국의 경우도 주택 가격의 5% 정도 자기 돈이 있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모두 빚이었다. 그것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가져왔다. 가뜩이나 유동성도 높은데, 여기에 레버리지까지 원활하면 부동산은 금세 달궈진다. 하지만 우리는 DTI, LTV를 통해 위험을 관리했다. 그것이 다른나라와 우리의 차이점이었다.
프레시안 : 시장에서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수요억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비판한다.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급부족 상황에서 수요만 옥죄면 결국 시장의 왜곡, 즉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다는 게 이유다.
김경민 : 예를 들어보자, 2008년에 잠실에 5층 규모 아파트가 재개발돼서 거대한 30층 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했다. 상당량의 물량이 공급된 셈이다. 강남권에 그 정도 거대 단지가 새로 들어섰으면 가격은 안정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불과 10년도 안된 2017년 잠실 집값은 어떠한가? 대단히 죄송하게도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공급측면에서 가해지는 정책은 효과가 매우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당 지역에 상당한 어메니티(교육, 대중교통접근성, 강남과 CBD 등 직주근접성 등)가 있다면, 주택 수요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완벽하게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집값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서울의 집값은 너무나 올랐다. 이대로는 서울에 사는 원주민들은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김경민 : 맞다. 서울의 집값은 매우 올랐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가 서울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분당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가격을 고려하면, 약간 내려간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서울과의 접근성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일자리는 서울에 있다. 여의도, 강남, 상암, 종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를 출퇴근하려면 접근성이 높은 게 이득이다. 그런 면에서 분당은 서울과 비교가 안 된다. 일자리가 서울에 몰린 상태에서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을 정부가 잡을 수 있을까. 나는 어렵다고 본다. 분당에서 살던 사람이 접근성 때문에 서울로 오려는 것을, 즉 좀 더 좋은 여건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을 정부가 어떻게 막을 수 있나.
개인적으로 여의도-강남-종로를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삼각형 내부, 혹은 인접지역의 집값을 한번 보자. 과거 분당 집값은 마포구와 성동구 옥수동 등과 비교가 안됐다. 더 높았다. 그런데 현재 평당가격을 비교해보라. 어느 지역 가격이 높은지.
프레시안 : 현재 정부는 그런 실수요는 내버려두고 투기수요를 잡는다는 게 취지 아닌가.
김경민 : 투기수요에 8.2 부동산 대책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내가 말하는 것은 실수요자들을 이야기다. 실수요자들이 좋은 조건에서 살고 싶어 하는 욕구를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부동산은 사이클이다. 부동산은 한 동안 가격이 올랐다가 정점에서 다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는 시장이다. 부동산 시장은 크게 공간시장(건설시장)과 자본시장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수요(저금리 및 소득의 상승)가 존재할 때 디벨로퍼들이 주택을 건설하게 된다. 그런데 주택(한국의 경우, 아파트)은 하루아침에 시장에 주택이라는 재화가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간격(아파트는 대개 3년)을 두고 시장에 나오게 된다. 따라서 이런 간극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가격은 불안정하게 되고 내재적 사이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재화가 내재적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이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도 있다. LTV 등이 낮아지면서 집을 사는데 필요한 자금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김경민 : 맞다. 그렇기에 선의의 피해자는 구제해줘야 한다. 1주택자 중 중산층 이하 서민 그리고 무주택자들이 그 대상이다. 이들은 주택을 사려고 계획을 가졌다가 이번 대책 발표로 그 계획이 망가졌다. LTV 등이 축소되면서 집 살 기회가 멀어지고 있다. 다주택자도 잡아야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프레시안 : 서민 다수가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다세대 주택이다. 이곳에서 살려고 했던 수요층도 직격탄을 맞았을 듯하다.
김경민 : 서울의 경우 주택거래량을 봤을 때, 제일 많은 게 다세대주택이다. 아파트는 그 다음이고 오피스텔순이다. 그렇기에 이쪽 이야기를 안 하는 건 문제다. 다세대주택은 아파트만큼 레버리지를 못 누린다. 다세대주택 매입 시 은행 담보를 구하는 경우, 아파트에 비해 번거롭다. 어찌보면 서민용 주택 구입에 있어서 서민들이 더 힘들게 금융서비스를 받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이 좀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
"보유세, 반드시 인상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시장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으나 강한 시그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부동산으로 더는 투기를 할 수 없다' 식으로 말이다. 다주택 보유자들이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기를 하는 것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김경민 :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이는 양도세, 보유세 등으로 일정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프레시안 : 이번 대책에서 양도세 증세는 나왔으나 보유세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증세에 대해 청와대에서 조세저항을 우려하는 듯하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초안을 만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보유세 도입 관련,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경민 : 보유세는 반드시 인상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매우 낮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0.279%로 10억짜리 아파트 보유시 일년 보유세가 기껏 300만 원 정도다. 3500cc 자동차 1년 보유세가 100만 원인 것과 비교하기 바란다. 이 정도 금액은 10억 자산가에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다. 보유세 인상에 대해 과민반응 할 것이 아니라, 이 정도 금액이 자산가에게 부담이 되는지부터 따지기 바란다.
부동산에서는 'tenure choice'라는 것이 있다. 즉 잠재적 주택구매자가 임대로 살지 아니면 자가를 구입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때 구매자는 1년 임대료와 주택구매/보유시의 혜택과 비용의 합을 비교한다. 만약 1년 임대료보다 주택구매의 혜택이 크다면 당연히 주택을 구매한다. 그런데 주택구매/보유시 고려 사항은 크게 주택 대출 1년치 이자액과 각종 세금(특히, 보유세) 그리고 미래 예측한 지가 상승액 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워낙 낮기에(부담이라고 볼 수 없기에), 주택가격이 조금이라도 상승할 기미가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주택구매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거래를 지연시키는 양도세 보다는 보유세 인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대체 무엇이 무서워서 보유세 인상을 두려워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단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 실질보유세율과 비교하기 바란다. 미국(1.4%), 덴마크(0.69%), 스웨덴(0.43%), 대만(0.32%) 등에 못 미친다. OECD 평균 1.1%보다도 낮은 수치다.
프레시안 :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하나.
김경민 :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지표는 두 가지다.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이다. 이자율은 부동산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즉, 이자율이 내려가면 부동산은 상당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논의와 약간 벗어나나,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권이 2008년 글로벌 쇼크가 터지자마자 이자율을 무려 300bps 낮춘 것을 상당히 평가한다. 당시 폭락을 했어야 할 국내 부동산 시장이 큰 무리 없이 2011년까지 갈 수 있었다. 그 이후, 이명박 정권의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어이없는 정책으로 시장에 교란을 가져온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박근혜 '행복주택'이 가져올 불행…섞는 게 답이다)
따라서, 작은 이자율의 변동은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이자율 상태는 상당한 유동성을 시장에 제공한 것이기에, 개인적으로 진정으로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하면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이자율도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
인플레이션은 이자율과 반대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헷지(hedge) 효과'를 가져오는데,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으로 주택건설 자재들이 오르는 경우, 주택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오는 경우, 대개의 투자자는 주택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디플레이션 기간 일본 사람들이 주택 구매를 망설인 것이 반면교사다.
그런데 개인적 판단으로는 현재 인플레이션 압박이 상당하다고 본다. 신문에 나온 뉴스들 상당수가 물가 상승에 관한 내용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이자율이 낮은 상태와 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양도세 상승으로는 주택 가격 잡는 것이 지난할 수 있다. 양도세는 거래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더 크다.
본인 예측이 틀리기를 바라나, 경제 제반 상황들이 주택가격 상승 시그널을 주고 있고 양도세 상승분 이상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면, 시장참여자들이 다시 주택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남은 카드는 보유세 인상이다.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보유세 인상을 반드시 이 기회에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한국은행의 포지션이다. 미국연방은행의 그린스펀이나 옐런의 한 마디는 시장의 미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줌으로써 가이드를 제시한다. 한국은행도 명확한 시그널을 주기 바란다.
"정부가 주택가격 잡는다? 오히려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힘쓰라"
프레시안 : 정부에 바라는 부동산 정책이 있다면?
김경민 : 사실 부동산 가격은 정부가 개입해서 잡을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콩나물 가격도 잡기 힘들다. 하물며 거래되는 재화 중에서 단위가 가장 큰 주택 가격을 잡는다는 것이 과연 자본주의 국가의 정책이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고 쳐도, 과연 시장에서 이것이 통용될 것인가? 현재의 주택 시장은 나도 과열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 정부가 무언가 액션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본다. 그런데 그 액션이 ‘주택가격을 잡는다’가 적정한 것인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그 노력으로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힘쓰라고 강권하고 싶다. 저소득층 서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지역의 적정한 수준 주택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들에게 직접적인 인센티브(보다 현실화된 주택 바우쳐의 대폭 확대)와 더불어 그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공익적 민간디벨로퍼(미국의 커뮤니티 디벨로퍼와 같은 공익적 목적의 디벨로퍼로 적정 주택(affordable housing) 개발 업체)에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서민들 주거공간을 확충해야 한다. 이는 도시재생과 관련된 이슈이고 이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자.
결론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매달리기 보다는 저소득층 주택 공급 및 수요층 인센티브 확대 정책에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그것은 SH공사 등에서 임대주택을 만들면서 해결하고 있지 않나.
김경민 : 시대가 변했다. 더는 SH공사나 LH공사가 하는 방식, 즉 대규모 개발을 통한 임대아파트 건설 방정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서울에 그런 택지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할 경우, SH 혹은 LH아파트단지 예정지역의 인접 주민들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권의 행복주택이 중산층 지역 뿐 아니라 서민 지역에서조차도 지역민들의 반대로 진행이 더디거나 취소된 경우를 보아왔다. 공공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패러다임은 지났다. 공익적 민간 디벨로퍼들이 임대주택 개발의 전면에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있을 수 있겠나.
김경민 : 사회적 기업 등이 그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규모 주택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 즉 주택공급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주택개발을 독려하고 주거 수요자의 범위는 좀 더 넓혀 이에 대한 혜택받는 이들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 기조로 앞으로 주택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주택정책도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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