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청문위원이 이 후보자의 강정 해군기지 관련 답변에 "낙제점"이라고 비판하는 등 정책 질의가 진행됐다. 보좌진의 당비 대납 문제 등 도덕성 검증도 이어졌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이날 오전 이 후보자에게 "제주 강정마을과 관련해 많은 아픔이 있었다"며 "해군에서 평화 활동가와 시민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했고, 금액이 상당히 많다. 150억 원 정도인데, 낼 수 있는 경제적 능력도 없고 법 위반도 아니다"라고 질의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구상권(행사를) 철회했다고 했을 때 어떤 파급이 올 것인지, 다른 유사 사건들과의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살펴봐야 한다)"라며 "그 동안 있었던 여러 일들에 대해 최소한의 신뢰 회복 조치가 필요하다. 구상권 철회와 신뢰 회복 조치를 동시에 추진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그러자 "구상권 청구는 국가 권력에 의한 보복행위"라며 "후보자에게 분명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 저로서는 이 점에 대해 낙제점을 메기겠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윤 의원이 질의한 선거권자 연령 18세 인하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찬성"이라고 했고, 대선 결선투표제 문제에 대해서는 "차기 권력구조 논의와 연계되기 때문에 함께 논의할 문제"라고 답했다.
인권 사안인 사형제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 시절 사형제 폐지 운동 회원이었다"며 "사형 집행이 수십년 간 없었다. 그런 태도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인정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한 아이디어"라며 "군 복무기간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사회복무를 시키는 방안을 (문 대통령이) 제시했는데, 의미 있는 방안이라 생각한다. 대신 병역자원 수급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여성 문제와 관련,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는 "참 어렵다"며 "개인적으로는 (낙태가) 없었으면 좋겠으나 여성의 선택권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고 특정한 개인적 불행한 상황도 있다. 일률적으로 무조건 찬성·반대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성적 지향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되고, 사회가 그 분들(소수자)에게 보다 포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동성혼 합법화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 질의한 전교조 합법화 문제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법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존중하면서 그 틀 안에서 갈등을 완화하는 방안을…(고민하겠다)"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 후보자는 정책 사안에 대해 전반적으로는 문 대통령과 유사한 기조를 유지했으나, 전날 나온 규제프리존특별법 문제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좀더 보수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박명재 의원이 성과연봉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취지는 충분히 이해된다"며 "공기업의 생산성 향상, 내부 개혁을 위해 기안됐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간 과정에서 노사 합의 없이 이뤄진 것이 무효 한정을 받는 문제가 있었고 그것이 노사갈등의 진원처럼 비쳐졌다"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이 "성과연봉제를 근본적으로 파기하는 게 아니라 개선·보완하는 게 맞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노사 합의를 전제한다면 그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20일 "박근혜식 성과연봉제, 성과평가제는 문제가 많다. 즉각 퇴출하겠다"고 했었다. (☞관련 기사 : '박근혜표 노동개악', 文·安의 입장을 찾아봤다)
이 후보자는 재벌에 대한 시각을 묻자 "재벌은 신생 독립국인 대한민국 경제가 짧은 시간 성장하는 데 기여한 바가 많다. 다만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나 공정한 거래에 아쉬움이 있었고 최근 최순실 사태에서 보듯 정경유착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답했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군사에 관한 주요 사항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게 돼 있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국무회의에서 심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국무회의 심의 사항인지 의결 사항인지 논란이 분분한데, 국무회의에서 논의되는 게 자연스런 일"이라며 "그런 점에서 정치적 의미의 심의라도 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총리가 된 이후 사드 배치 문제를 국무회의에서 소급해 논의할 수 있는지 이 의원이 재질의하자 그는 "논의해볼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역시 사드에 대해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왜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을 국민이 모르게 하고 국회를 기만했는지 감사원을 통해 경위와 진상을 조사할 의향이 있나"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감사원을 통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그 과정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사하겠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동안 전작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운 데 대해 한국당 경대수 의원이 "과연 준비가 돼 있느냐. 2014년 전작권 연기를 논의하며 3개 조건(지역안보 환경 조성, 군사능력 확보, 초기대응능력 확보)을 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악화된 상황"이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네, 악화됐다고 생각한다"며 동감을 표하고 "(문 대통령의 말은) 그 조건을 빨리 갖춰 가고 싶다는 데 비중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전작권 환수 합의의 이름 자체가 '조건에 기초한 이양'이기에 조건이 전제되는 것"이라며 "국방력 향상이 대전제가 되는 것이고, 북한이 저렇게 군사력 증강과 도발에 '올인'할 정도인데 웬만큼 해서는 (북한과의) 간격이 메워질 거냐 확신하기 어렵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경 의원이 "핵심 군사능력에서 북한데 뒤쳐져 있는 것 아니냐"고 한 데 대해 동의하는 취지였다.
보좌진 당비 대납, 아들 재산 형성 과정 등 도덕성 검증도 이어져
오전(☞관련 기사: 이낙연 '보은 인사' 논란에 "부끄럽다. 제 불찰")에 이어 도덕성 검증도 이어졌다. 한국당 박명재 의원과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이 후보자가 의원 시절 비서였다가 전남지사 선거를 앞두고 당비 대납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모 씨를 전남지사 정무특보로 채용한 과정에 대해 화력을 집중했다.
박 의원은 "이 씨를 오늘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오늘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교감이 있었나"라고 의혹을 제기했고,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본인이 영어의 몸이 됐을 때도 학생인 딸이 몰랐다고 한다. 제가 그런 교감을 할 수 없다"고 맞섰다. 박 의원은 "당비 대납이 후보자를 위한 것은 맞지 않나"라고 했고, 이 후보자는 "네"라고 이 점은 인정하면서도 "저는 그런 짓 하지 말라고 했다"고 당비 대납이 자신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씨를 전남지사 정무특보로 임명한 데 대해서 이 후보자는 "밖에서 보기에 여러 가지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 사람들 눈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제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저로서는 그 사람의 역량을 활용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김광수 의원이 이 씨의 역할에 대해 묻자 이 후보자는 "도의회, 언론, 시민단체와의 소통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 씨가 특보로 받은 급여는 월 300만 원 수준이고, 이 씨가 총리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참여한 적은 없다고 했다. 앞으로도 이 씨를 데려다 쓸 것인지 묻자 "글쎄, 서울에서 할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고 했다. 박 의원이 "앞으로도 이런 유사 사례가 있을 수 있다. 보은할 사람이 많을 텐데 소위 '보은 인사'가 또 이뤄질 거라는 우려가 있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보은이라기보다 아주 예외적으로 역량이 필요한 경우는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도지사 시절 전남도 감사관실에서 국민권익위 청렴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호의적 답변을 유도한 사실이 적발됐다는 지적에는 "작년에 감점을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이 후보자 자신이 이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김광수 의원은 이 후보자의 아들이 2015년 수입이 3400만 원인데 지출은 9300만 원이고 이듬해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며 "두 해만 1억700만 원이 수입보다 더 지출됐다. 이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모르겠다"며 "저는 그것이 부채라고 생각한다. 마이너스 통장에서 빼다 쓴 것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이 "장남 마이너스 통장은 2014년 결혼 이후 다 해지됐다"고 반박하자 이 후보자는 "아니다. 지금도 8000만여 만 원 정도 빚이 있다"고 재반박했다.
한편 전날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문자 폭탄'을 맞은 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이날 청문회 도중 신상 발언을 통해 경 의원 본인의 아들 관련 의혹을 해명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유권자들이 '경 의원 아들 병역 면제 사유가 비공개인데 그 사유부터 밝히라'고 주장한 데 대해 경 의원은 "제 아들은 뇌파 병변으로 인한 경련성 질환, 이른바 간질 때문"이라며 간질의 경우 사회적 시선 등으로 인한 차별의 우려가 있고 때문에 병역공개법 8조 3항에 따라 적법하게 비공개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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