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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싸움의 규칙'을 주도하라

[프레시안-정치발전소 공동기획] ⑦ 양극화 정치를 넘어서는 다당제의 길

정치발전소,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프레시안의 공동주관으로 신정부 출범을 맞아 "새 정부,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이 기획은 정권인수, 신정부 출범의 조건, 외교안보, 행정, 협치, 복지, 노동, 개헌문제 및 선거제도 등 신정부가 직면해야 될 다양한 과제와 조건에 대해 분야별로 총 10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편집자

기획 전편 보기


0. 더 나은 정치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시작하자

신정부는 ①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통한 양극화된 정당체계로의 회귀와 ② 현 다당제적 정당체계를 잘 다뤄서 합의의 정치를 만드는 것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양극화된 정당체계로의 회귀는 또다시 모두가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향해 항의하고 화를 내게 만들어 국정운영을 어렵게 할 것이다.

반면 지금의 다당제적 정당체계를 잘 관리한다면 정당, 시민사회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가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고 새로운 종류의 협력을 도모할 유인책을 만들 수 있다. 더 나은 민주주의와 국정 운영을 위해 다당제적 정당체계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을 의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선거제도는 중요하다. 선거는 정치권력의 배분을 결정하는 싸움이며 그 싸움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의 결정은 의회에서 하지만 신정부를 구성하는 집권당이 의지를 가지고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당제와 조응하는 현행 선거제도를 다당제와 조응하도록 바꾸는 논의를 신정부와 집권당이 주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1. 양극화된 한국 정치

양극화 정치가 확대되어 가는 한국 사회에서 여당은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는 안팎의 압박에 노출된다. 이런 상황은 여당이 과반 이상의 확보를 위해 무리를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야당 혹은 사회 전반에 걸쳐 모두가 여당/청와대를 공격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이는 사회적 기반이 취약하고 정당 간 차이도 명확하지 않은 한국의 정당체계와 맞물리며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문화를 재생산하게 된다.

한국 정당체계의 특징


1. 이념적 경쟁의 거리가 좁고 사회적 기반이 취약함
2. 종편, SNS 등 언론 의존도가 높음
3. 종북좌파, 수구꼴통 등 상대를 이념적으로 적대시
4. 부패, 비리, 막말 등 도덕적 이슈에 대한 경쟁에 열중

→ 양당제와 다당제의 혼재 속에서 양극화 정치의 확대

이런 구도에서 매 번의 선거는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싸움이 되고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적대적인 방식으로 선거가 진행된다. 뿐만 아니라 선거와 선거 사이의 기간에도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정치가 이뤄진다. 이는 각 정당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집권당에게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게 한다. 과반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양극화 정치를 벗어나 온건 다당제적 정당체계를 자리 잡게 하는 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 다당제로의 변화는 왜 필요한가

온건다당제 하에서 정당들이 각자의 사회적 기반과 내용을 통해 경쟁하고 필요에 의해 협력하고 타협하는 정치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사회, 정당, 정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1) 정당의 입장에서

정당의 입장에서 다당제는 정당조직을 강화하고 발전을 위한 장기적 전망을 가능케 한다. 안정적인 다당제적 문화와 환경이 만들어지면 매 번의 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할 유인이 줄어들고 독자적 정체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망을 그릴 수 있다.

2) 정부의 입장에서

신정부의 입장에서도 현재 만들어진 다당제적 환경을 활용해서 정치적인 성과를 도모해 갈 수 있다. 정당들 간의 다원적 갈등을 활용해 국정운영에 필요한 파트너십을 관리해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영역에서의 개혁을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게 된다.

3) 사회의 입장에서

다당제 하에서 정당 조직이 강화되고 정당 간 경쟁의 내용이 변화하게 되면 사회적 요구의 표출과 그에 대한 대표 기능이 개선된다. 사회적 대표 기능이 개선되고 각 정당조직이 강화되면 장기적으로 사회적 통합과 안정화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또한 다당제 및 다당제와 조응하는 선거제도는 최근 유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회의 극단적인 의견을 적절히 제어하고 정치의 역할을 강화하는 효과를 갖기도 한다.

다당제 및 결선투표제가 극우정당의 확대를 제어하는 사례

2017년 3월 15일, 네덜란드 총선 결과는 다당제가 극우정당의 집권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럽의 다당제· 결선제, 포퓰리즘 방어막 역할 '톡톡', 뉴시스, 2017.03.16.)

'반 유럽, 반 이민' 공약을 내건 극우자유당(PVV)는 예상만큼 선전하지 못했고, 연정 구성에서도 사실상 배제됐다. 영국의 주간지 가디언은 이 결과를 다당제에 기반한 네덜란드의 선거시스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 프랑스의 경우 극우 대선후보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4월 23일 1차 투표를 통과했지만 결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셰(En Marche!) 후보에게 완패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FN의 대선후보는 결선에서 중도우파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에게 완패한 바 있다.


다당제와 조응하는 선거제도를 도입하고 그에 맞게 정치관계법을 개정하는 것은 온건다당제를 자리 잡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한국의 정치문화를 바꾸는데 기여할 것이다.

20대 총선과 촛불집회를 거쳐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5당 체계를 인위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신정부의 임기가 시작되는 지금이 5당 체계를 존중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으로서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기 좋은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오찬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3. 선거제도 개혁, 결선투표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확대부터

이러한 다당제의 긍정적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서 이에 맞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정치관계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제도의 변화는 ① 결선투표제 도입 ② 비례대표제 확대를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결선투표제 도입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선택과 정당들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 경쟁, 당선자의 대표성을 보장한다.

결선투표제의 제도적 장점

1. 유권자의 자유로운 선호가 표출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함

2. 2차 투표에서 정당연합과 전략투표를 통해 최악의 대안을 제압하고 현실적 최선을 추구할 수 있게 함


현행 단순다수제는 안정된 양당제에서라면 집권당의 효과적 정부 운용과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당제 하에서는 끊임없는 정치 불안과 소수파 배제, 대표의 공정성 훼손이라는 단점이 있다. 더욱이 양극화된 정치에서의 단순다수제는 상호 적대적인 정치 문화를 강화하게 된다.

결선투표제의 도입으로 적대적인 정치문화를 개선하고 공정한 대표성을 통해 책임 있게 정부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소수정당도 제 목소리를 내고 선거연합을 통해 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얻을 수 있다.

결선투표제를 우선 제안하는 이유는 앞의 이유와 더불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도입 요구를 해왔고 대부분의 후보들도 제도 도입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합의가 넓게 만들어진 제도를 우선 도입하는 것으로 다당제적 정당체계를 자리 잡게 하는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우선 2018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볼 수 있으며 현직 단체장들에게도 유리한 점이 있어 도입에 어려움이 적다.

2) 비례대표제 확대

비례대표제가 확대되면 단순다수제의 단점을 보완하여 사표가 줄고 비례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례대표제 확대는 지역대표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비례대표 확대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의원의 정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단순다수제의 틀 내에서 비례대표제적 요소를 늘려가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여 이론적으로 기대되는 효과와 현실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잘 다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비례대표제 확대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합의를 넓혀나가는 과정을 잘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정당 및 시민사회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연대를 할 수 있고 이것은 또다시 사회적 공론이 형성되는데 활력이 될 것이다.

또한 비례대표제 확대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강한 정당조직이 있어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당제 하에서 정치관계법 개정 및 정당들의 발전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4. 정치관계법 개정, 정치개혁의 필수조건

선거제도의 변화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위해서는 정당 조직이 강해지고 유권자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2004년의 정치관계법 개정은 반부패 정치 개혁을 목적으로 이뤄졌지만 그 결과는 의도와 다르게 정치·선거활동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2004년 정치관계법 개정의 주요 내용

1. 정당법 : 법정 지구당 폐지 / 정당 유급 사무직원 수 제한
2. 정치자금법 : 정당 후원회 폐지 / 법인·단체의 기부 금지 / 집회에 의한 모금 금지

3. 공직선거법 : 정당 활동·선거 운동 제한 / 단체의 선거 운동 제한 / 선거 기간 축소


2004년의 정치관계법 개정은 정당의 활동을 제약하고 사회적 지지기반과의 연결고리를 약화시켰으며 사회적 약자들이 집단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당과 유권자의 접촉면이 줄어들면서 점차 정당·후보자의 활동은 유권자가 아니라 언론만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는 자유와 공정이라는 개정 취지에도 어긋나는 결과일 뿐만 아니라 소수정당의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정치관계법은 지금의 다당제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정치관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내고 있는데 그 방향과 내용은 아래와 같다.

<참고> 정치관계법 개정 관련 선거관리위원회 의견(2016.08.25. 제출)

2016년 9월 1일, 국회 정치발전특위와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선거·정치자금·정당 개혁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아래와 같은 취지의 개정안이 제시되었다.


학계와 선관위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그 방향에서 일치하고 있다. 시민사회 역시 정치관계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방향은 학계나 선관위의 개정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은 제기된 지 오래되었으며 방향과 내용에서 상당부분 합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당 간 합의와 개정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정할 수 있다.

5.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한 다당제로의 변화

민주주의는 다양한 부분들이 모여 전체를 운영하는 체제다. 정당체제 역시 다양한 이념이나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들 사이의 경쟁이 이뤄질 때 좋아질 수 있다.

이러한 다당제적 정당체제를 자리 잡게 하는 선거제도 개혁이나 정치관계법 개정을 이야기하면 수많은 정당이 난립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과다해진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하지만 다원주의적 가치가 약한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정당들이 등장하고 활동하게 된다면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던 집단이 대변되고 다양한 가치들이 경쟁하고 타협을 이뤄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이러한 사회적 경험은 정당 난립으로 인한 비용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30년이라는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세 번의 정권교체를 만들었고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 수준도 매우 높다. 특히나 20대 총선, 19대 대선을 거치며 후보의 선거가 아닌 정당의 선거를 볼 수 있었고 정부 운영의 주체로서 정당이 호명되었다. 정당이 민주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제도의 변화가 뒷받침 되어야 할 때이다.

※ 이 기획은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분권과 협치의 대한민국 국가 운영 모델 연구"의 일환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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