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실장은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 박주선·심재철 부의장을 만나고, 오후에는 바른정당,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국민의당 원내대표들을 차례로 만났다. 한국당 지도부와의 회동은 오후 3시 30분으로, 순서상 3번째였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대행은 임 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털어버리려는 듯 "축하 말씀드린다"며 "(16대 국회에서) 임 실장과 같이 의정 활동을 했고, 체육관에서 운동도 하고 소주도 한잔하는 좋은 관계였는데 청와대 비서실장이 돼서 제 앞에 나타나니 감개무량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정 원내대표는 회동 중간에 비판적 발언을 하던 중에도 "사적으로는,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소주 한잔해야 하는데 기회 되면 하도록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나 인사말 이후부터는 임 실장에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덕담만 드려야 하는데 드릴 수 없다. 당에서 걱정의 소리가 많이 나온다"며 "청와대 인사가 발표되니 당에서는 '엔엘(NL), 피디(PD)가 청와대에 포진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임 실장의 학생운동 전력을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어제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가 남북 정상회담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그것은 제가 판단하기에 정제되지 않은 말"이라며 "내정자 신분에서 개인적 소견을 얘기한 것은 적절치 않다. 정식으로 자리에 앉기까지 절제하고 조심스럽게 처신해야 한다. 흠집으로 잡혀서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고 서 내정자의 발언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예전 전대협 의장으로서의 과거 문제나 성향 문제에 대해서 저희들이 좀 비판적"이라고 했었다. 전날 정준길 한국당 대변인은 임 실장 임명과 관련해 논평을 내어 "첫날이지만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임 실장은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냈으며, 주사파 출신으로 알려졌다. 임수경 방북 사건을 진두지휘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년 6개월간 복역했다"고 '흠집'을 잡았다. 정 대변인은 "권력 핵심 중 핵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란 중책을 주사파 출신이자 개성공단 추진자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깊다"며 "문 대통령은 민심을 잘 살펴 비서실장 임명을 재고하라"고 촉구까지 했다.
정 원내대표 등 한국당은 '안보 불안'이라는 공세적 발언을 계속 이어 나갔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오셨을 때도 말씀드렸지만, (문 대통령의) 불안한 안보관을 저희가 많이 비판했고 아직 국민적 시각에서 봤을 때 대통령 안보관이 든든하다기보다 불안하다는 인식을 가진 국민도 많이 있다. 이 점이 아직 불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안보적 측면에서 보면 국제 정세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 점을 강조해서 잘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그는 "승자가 되면 독식하고 패자를 누르는 행태가 있었는데, 관용의 정치를 해 달라"며 "18대 대통령(박근혜) 취임 때의 여러 과정을 보면 우리가 그만큼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발목잡기나 대선 불복이 아니라 새로운 청문회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정책 측면의 검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특히 그는 '관용'에 대해 말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말씀도 언젠가 드리겠지만, 관용이라는 말의 의미에 여러 뜻이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야당 목소리는 더 크게 듣겠다"며 협치 의지를 강조하고, 자신의 운동권 전력에 대한 공격에는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만큼만 하겠다. 우 원내대표가 민주화 운동 세대의 대표적 분이지만, 1년간 원내대표를 하면서 정 원내대표와 가장 대화가 잘 통하고 원만하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받지 않느냐"고 말했다. 임 실장은 안보 관련 지적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차이 있는 부분은 더 귀 기울여 듣겠다"며 "외교안보 분야도 야당과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며 협력하겠다. 잘 지도헤 달라"고 했다.
한국당 소속인 심재철 부의장도 이날 오전 임 실장을 만나 '안보 불안'을 지적하는 등 당 지도부와 일맥상통하는 우려를 전했다. 심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있을 때 압박을 같이해서 (북한) 핵무기 문제를 풀었으면 싶다"고 했다. 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실용적이고, 오히려 대화가 잘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국민·바른 회동선 훈풍…주승용 "호남 인사 환영", 주호영 "과연 준비된 대통령" 찬사
반면 같은 야당임에도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도부와의 회동 자리에서는 비교적 우호적인 대화가 오갔다. 임 실장은 한국당 지도부와의 회동 후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겸 대표 대행을 만나 "이상하게 야당에 왔다기보다는 친정에 온 느낌이다. 같이 정치해온 분들과 함께하니 집에 온 것 같다"고 친밀감을 강조하며 "한국당, 바른정당과 만나며 '야당 목소리를 크게 듣겠다'고 했는데 특히 우리 국민의당 목소리는 정말 크게 듣겠다"고 했다. 입장할 때 사진기자들이 악수하는 포즈를 요청하자 "주 선배님하고는 이렇게 해야지"라며 주 원내대표를 껴안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도 "임 실장과는 17대 국회의원을 같이 지냈고 서울시 부시장을 하면서도 자주 소통해 친근감이 든다"며 "이낙연 전남지사를 총리로 내정하고, 임 실장이 임명된 것에 대해 호남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게 생각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 내정자와 임 실장은 모두 호남 출신 인사다. 주 원내대표는 또 "다음 주가 5.18인데,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박승춘 보훈처장 사표도 수리했기 때문에 호남인들의 한이 맺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이번에는 이뤄져서 과거 대통령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에 대해 "정체성이 같다"고도 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송영길 전 문재인 캠프 선대본부장이 '안철수 후보 정계 은퇴'를 언급한 데 대해 "대통령이 계속해서 강조한 국민 통합에 위배되는 발언이다. 아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하고, 이낙연 총리 내정자 인선과 관련해서도 "어제 대통령께서 (국민의당을) 방문해서 그런 부분을 말씀해 줬다면 그게 협치 아니겠느냐. 우리가 언론을 보고 아는 것보다는 당을 방문했을 때 언급해 줬으면 좋았을 것인데, 이런 부분은 아쉽다. 조그만 것 하나하나가 오해와 불통의 요인이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실질적 협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들러리 협치는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이룬 것에 만족하고 있고, 원내대표로서 임시국회에서도 개혁 입법이 하나라도 더 통과되는 데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잘못된 국정 운영이 됐을 때는 강한 야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더 세심하게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임 실장은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좋은 평가에 감사드린다"며 "인수위 없이 국정을 시작한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리가 빨리 임명돼 안정을 꾀하는 것인데, 국민의당에서 이 총리 후보자가 빠른 시간 내에 임명돼 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역시 국민의당 소속인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임 실장의 오전 회동에서도 훈풍만 불었다. 박 부의장은 "개인적으로 임 실장의 능력, 자질을 높이 평가한다"며 "취임사 내용이 정말 좋더라. 취임사만 지킨다는 자세로 간다면 국회에서의 협치가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고, 임 실장은 "제가 16대 국회에서 처음 의정 활동을 할 때 부의장님 도움을 받았다"며 "수시로 전화 드리겠다"고 답했다. 임 실장은 "국회와 대통령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자리도 가급적 자주 만들겠다"고 했다.
임 실장은 또 한국당 지도부 회동에 앞서서는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 대행을 만났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 후보 시절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고 해서 선거 때 으레 하는 말인가 했는데, 막상 취임 직후부터 인사 발표가 나는 것을 보니 과연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느낀다"고 문 대통령을 칭찬하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도울 일 있으면 적극 돕겠다"며 "저희도 필요한 일 있으면 임 실장에게 연락하겠다. 저희가 드리는 말씀도 오랜 고민 끝에 드릴 테니,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 실장은 주 원내대표에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은 우리 사회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도전을 하고 있다. 더 큰 도전과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덕담으로 화답했다. 그는 "대통령도 실제로 '바른정당과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보니 경제·사회 부분은 정말 큰 차이가 없고 거의 같더라'는 말을 많이 한다.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외교안보 부분에 대해서도 귀 기울이겠다. 많이 지도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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