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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99일만에 바른정당 와해…제2의 '후단협'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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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99일만에 바른정당 와해…제2의 '후단협' 사태

바른당 탈당파 13명 "좌파집권 저지"…유승민 "어렵지만 내 길 간다"

바른정당이 창당 100일을 하루 앞두고 두 동강났다. 유승민 후보에게 '반문 삼자(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단일화'를 요구하던 의원들 중 13명이 2일 오전 집단으로 탈당을 선언하면서다. 호남이 지역구인 정운천 의원 등 추가 탈당자도 조만간 나올 조짐이다. 당 전체 의원 수에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대선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제 당의 후보를 남겨둔 채로 집단 탈당을 하며 당을 비교섭단체로 만드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의원,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으로 활동한 장제원 의원, '최순실 청문회'로 일약 스타가 됐던 황영철 의원 등이 탈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권성동, 황영철, 장제원 포함 13명 집단 탈당

탈당파 의원들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부터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서 탈당을 위한 최종 논의를 진행했다. 전날 밤에는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를 만나 지지 선언을 하는 등 회동을 하고 불과 몇 시간 후에 이어진 회동이다. (☞ 관련 기사 : 바른정당 14명 홍준표와 심야회동 후 '백기투항')

2시간 가까운 조찬 회동을 마친 후 탈당파 의원 13명은 국회 기자 회견장으로 이동해 "보수 단일화를 통한 정권 창출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권성동·김재경·김성태·김학용·박순자·박성중·여상규·이진복·이군현·장제원·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은 "바른정당을 떠나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월 보수의 새 가치를 걸고 새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는 의기로 바른정당을 창당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정치 경제 안보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상황이라 보수 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보수의 분열은 있을 수 없으며 친북 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보수는 단결해야 한다는 준엄한 요구를 하셨다"며 "저희 13명은 홍 후보와 보수의 집권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탈당 명분으로 '좌파 집권 저지'라는 색깔론을 들먹인 셈이다.

탈당파 "유승민, 양자 단일화 끝내 거절친박 문제 상당히 해소"

탈당파 의원들은 탈당이 불가피한 또 다른 이유로 유 후보가 당에서 쏟아진 단일화 요구를 외면했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저희는 유 후보에게 보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지난달 24일 심야) '의총'으로 '당대표 권한대행 면담'을 통해, 그리고 '다수 의원 의견' 형식 등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더욱이 어제는 3인의 공동선대위원장단(김무성·정병국·주호영)이 유 후보를 만나 최종적으로 보수 단일화(홍 후보와의 양자 단일화)를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애초 탈당 내지 통합 조건으로 물밑에서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던 친박계 청산과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탈당파 의원들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생각한다(이진복 의원)" "오로지 보수 대통합 통해 좌파 집권 막아내기 위한 일념밖에 없다(김성태 의원)"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황영철 의원은 탈당 선언 후 "우리가 지금까지 결정하고 행동해왔던 것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다"며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는 보수 대통합과 나아가 보수의 승리를 위해 과거의 모든 아픔과 상처를 씻고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행태는 지난 2002년 대선 막판,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물의를 빚었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사태의 재판이라는 지적이다.

▲ 바른정당 홍문표 의원(가운데) 등 비유승민계 의원 13명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집단 탈당,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으로의 복당과 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당초 14명이 이날 탈당하려고 했으나 정운천 의원은 3일 후에 지구당에서 탈당을 선언하기로 했다고 홍문표 의원이 전했다. 왼쪽부터 박성중, 여상규, 박순자, 이군현, 홍문표, 김재경, 김성태, 황영철, 이진복, 장제원. ⓒ연합뉴스

홍준표 어차피 단일화 안 한다는데…탈당은 왜?

그러나 이들의 이런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 유 후보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에 3자 단일화를 제안키로 한 지난달 24일 심야 의총을 마친 후 주호영 선대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과만 하는 양자 단일화도 추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논의는 없었으나 양자 단일화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게다가 양자 단일화는 홍 후보 쪽에서도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탈당파 의원들의 최종 논의가 한창이던 때 자신의 페이스북에 "TK(대구·경북 민심은 바른정당 모든 사람은 용서하지만 유승민 후보 만큼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이미 국민 의사로 단일화가 되었는데 언론에서 단일화 운운하는 것은 우리의 힘을 빼려는 저의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탈당파 의원들의 요구대로 유 후보가 홍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받아들였더라도 홍 후보의 거부로 단일화가 추진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던 셈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최순실 청문회' 저격수까지 자임했던 의원들이 유 후보의 단일화 거절을 명분 삼아 탈당을 결행한 데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이혜훈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보수 집권을 위해 단일화해야 한다는데 이번 선거는 보수가 단일화되어도 집권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유한국당에서 여러 꽃보직을 준다든지 제안을 많이 하셨다는 여러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년으로 예정된 "지역구에 있는 구의원, 시의원, 이런 분들 구청장 이런 분들이 그분들(국회의원)의 지역 정치를 대신해 주는 분들이 많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조직이 무너지는 것을 생각(우려)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당협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탈당 의원들을 겨냥해 "배신자들은 그들에게 과분한 칭호라고 본다. 적절한 칭호는 저렴한 표현이지만 '쫄보'라고 본다"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입당 바로 안 돼도 홍준표 선거운동 시작입당은 무난할까

탈당파 의원들은 곧장 각 시·도당에 자유한국당 입당 서류를 제출하고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자유한국당의 사무총장인 이철우 총괄선대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탈당 의원들의 '복당'이 완료된 후 생길 수 있는 당협위원장 갈등 문제에 대해 "(분당 후 자유한국당이 새로 정한 당협위원장들이) 이미 있기 때문에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양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이 선대위원장의 말과 별개로,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분당을 주도한 의원들의 집단 복당을 내키지 않아 하는 기류도 읽힌다.

특히나 복당 의원들이 주로 3선 이상의 중진인 터라, 이들이 탈당한 후 사고 지역구가 된 곳에서 새롭게 당협위원장이 된 원외 당협위원장이나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은 복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경계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각 지역구에서 복당 의원들과 비교해 조직 장악력이 낮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를 공격하는 데 앞장섰던 일부 의원들과 자유한국당 내 '발언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의 충돌 또한 잠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역구를 전북 전주을로 하는 정운천 의원은 이날 탈당하지 않고 지역구 의견을 더 들은 후 사흘 후 탈당을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선거운동은 일반인도 할 수 있다. 후보 당선을 원하는 사람이 지금부터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탈당 의원들의 한국당 입당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도 홍준표 선거운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힘든 길 같이 가고 싶었는데가짜 보수로는 보수 정치 소멸할 것"

선거 운동 중 집단 탈당 소식을 접한 유 후보는 "같이 어렵고 힘든 길을 가고 싶었는데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분들 심정도 제가 이해한다"면서 참담한 심경을 표했다.

유 후보는 그럼에도 완주 의사를 밝히며 "낡은 보수 부패한 보수 가짜 보수로는 대한민국을 바꿀 수 없고 오히려 보수 정치가 소멸할 것"이라며 "바른정당에서 바른 정치를 해서 새로운 보수에 희망을 반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고 있고, 대선도 그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들어야 하는 그런 일이 처음부터 쉬운 길이라 고는 생각 안 했다"면서 "어렵지만 그 길을 계속 가겠다"고 밝혔다.

당에 잔류한 김용태 의원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저는 탈당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바른정당을 창당한 취지는 여전히 옳고 유효하다. 다만 지금 대선 가도에서는 힘에 부치고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뼈아픈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김 의원은 "유 후보는 적법한 절차로 선출된 바른정당의 대통령 후보"라면서 "유 후보가 끝까지 대선을 완주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바른정당 구성원들은 그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정당 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김영우 의원이 집단 탈당 결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파에게 정권을 넘겨주기 싫었으면 좀 더 제대로 정치를 잘했어야지 반기문 눈치 보고, 안철수 눈치 보고, 오락가락하다가 인제 와서 당을 떠나는 건 도대체 이해가.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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