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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천하무적, 닭 키우는 법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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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천하무적, 닭 키우는 법 알려 드립니다

[귀농통문] 가족노동으로 가꾸는 자연양계

생태 가치와 자립하는 삶을 찾아 귀농하면서 시작한 자연양계가 벌써 13년째가 되었다. 요즘에는 알에서 깨어난 지 넉 달을 지나 다섯 달째로 접어들면서 제법 벼슬이 올라오고 엉덩이가 통통해진 두 번째 닭장의 닭들이 초란을 낳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달걀 세는 재미가 쏠쏠하다.

처음엔 고물상 아저씨에게 인수받은 낡은 하우스 자재로 집 옆에 닭장을 짓고 병아리 500마리로 시작한 자연양계장이었다. 지금은 제법 넓은 배밭에 제대로 된 방목장을 갖춘 세 동의 축사에서 3000마리가 알을 낳아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린다.

내가 적용하고 있는 자연양계는 '자연농업협회(자닮)'에서 보급한 것으로서 일본 '야마기시공동체'의 양계 방식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핵심은 인간의 간섭을 최소로 줄이고 닭의 자립심을 최대로 길러주며 가족노동력만으로 운영이 가능한 소규모 양계 방법에 있다.

▲ 배밭에서 흙목욕하며 노는 닭들. ⓒ김경호

남향의 천창이 트인 축사

자연양계 축사는 폭 8미터 내외로 정남향을 향해 천창과 양쪽 측창이 열려 있는 구조로 짓는다. 해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서 열려 있는 천창을 통해 햇볕이 축사 바닥을 하루 한 번씩 훑고 지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닭에게 햇볕을 쬐어주는 동시에 바닥을 소독하는 효과도 얻는다.

한여름에는 측창을 닭의 코 높이까지 내려놓는다. 이는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 천창을 통해 배출되고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해 측창에서 공기가 들어와서 자연적인 대류가 일어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닭장 안의 공기 순환이 활발하게 되어 한여름에 선풍기를 틀어주지 않아도 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닭이 시원해야 하기 때문에 닭의 코 높이로 측창의 높이를 맞춰주는 것이다. 모든 환경을 닭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거친 먹이로 춥게 키운다

보통 일반 양계장에서는 중추(생후 75일경의 중병아리)를 공급하는 회사나 농장에서 중추를 들여와 키운다. 하지만 자연양계는 부화장에서 갓 부화한 1일령 병아리를 가져와 키운다. 집에서 자기가 직접 부화시키면 안 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가 부화한 병아리들은 나중에 커서 산란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생물 과목에서 배운 F1, F2, 열성과 우성의 법칙을 생각해 보면 된다. 또한 전문인이 아닌 일반인은 병아리를 한 달 이상 키워야 암수 구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정란 생산이 목적이라고 한다면 부화장에서 1일령 병아리를 받아 기르는 걸 권하고 싶다. 암탉과 수탉의 비율은 10:1에서 15:1이 적당하다.

병아리 부화 온도는 섭씨 37.5도이다. 중추를 공급하는 농장이나 회사는 병아리를 키울 때 밀폐된 축사에서 온풍기를 가동시키고 온도를 1도씩 내려가면서 온실 속 화초를 다루듯이 키운다. 반면에 자연양계는 인공적인 히터나 온풍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육추상자(병아리들이 모여 살 수 있게 만든 상자)를 만들어 병아리들이 자체 체온으로 버티도록 춥게 키운다. 또한 첫 먹이로 현미나 댓잎 등 거친 먹이를 주어 장을 튼튼히 단련시킨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병아리도 사흘 만에 자기 나름의 습성이 생기고 이때의 습성이 닭의 일생을 좌우하게 된다. 모든 생명은 고유한 자기방어 능력이 있다. 이렇게 춥게 키운 병아리들은 털이 더 촘촘하게 자라 웬만한 추위가 와도 견딜 수 있다. 또한 거친 먹이를 소화시키느라 장이 길어져 나중에는 어떠한 먹이라도 거뜬히 소화시킬 수 있는 튼튼한 장을 지니게 된다.

자연양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5년 겨울에 호남 지방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많은 하우스와 건물, 축사들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있었다. 온풍기로 키운 양계장의 닭들이 축사가 무너져 온풍기가 가동되지 않자 수없이 많이 폐사했는데도 자연양계로 키운 우리 닭들은 축사가 무너졌어도 한 마리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던 기적 같은 일도 경험했다.

닭이 행복할 권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행복을 추구할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 등 인권이 있다고 한다면 닭도 기본 본능을 충족하기 위해 누려야할 최소한의 권리가 있다. 햇볕을 쬐고, 바람을 맞고, 흙을 파헤치고, 다른 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 잠을 자고, 독립되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알을 낳을 권리 등이다.

닭의 기본 본능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자연양계 축사는 천창과 좌우 측창이 열리는 개방형으로 짓고, 바닥은 콘크리트 대신 흙바닥에 깔짚을 깔아주며, 횃대와 산란 상자를 제공하고 인공적인 조명을 사용하지 않는다. 달걀을 걷을 때도 혹시 알 낳고 있는 닭들이 놀라지 않도록 산란 상자에 노크를 하고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닭의 품속에서 알을 꺼낸다.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나는 행복한 삶을 찾아 귀농을 했고 농장 이름도 '행복한 농사꾼'으로 지었으니, 내가 행복한 농사꾼으로 살기 위해서는 나를 먹여 살려주는 우리 닭들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닭들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먹이를 배불리 먹고 햇빛 아래서 흙목욕을 하고 있는 닭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저절로 행복해지는 걸 보니, 닭들도 분명 행복할 거라 믿는다. 닭장에 들어갈 때마다 나를 향해 모여드는 닭들이 손님 접대용으로 한 마리 잡으려고 들어가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도망간다. 분명 이 녀석들은 내 마음을 귀신같이 감지하는 듯하다.

구제역이다, 조류독감이다 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소도 소답게 키우고 닭도 닭답게 키우자. 닭답게 키운 우리 농장 닭들은 조류독감이 뭔지도 모르고 오늘도 황금빛 유정란을 쑥쑥 잘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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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7년 10월 현재 83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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