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서 농성하는 활동가들을 '귀족 노조'에 빗댄 것으로 알려져 비판받았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고졸, 여성, 삼성전자 상무'라는 이력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다. 논란이 일자 양향자 최고위원과 문재인 전 대표는 사과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6일 기자들과 한 오찬에서 "삼성 본관 앞에서 반올림이 농성을 하는데, 그 사람들은 유가족도 아니다. 그런 건 용서가 안 된다"면서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 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반올림 활동가인 임자운 변호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귀족 노조'에서 일하는 '전문 시위꾼'으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올렸다. 임 변호사는 "나는 양향자 씨가 반올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그 밖의 노동 인권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삼성 반도체 출신인데다가 여러 노동 인권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삼성전자에 오래 있었고, 또 그 경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치인이 되었으니까"라고 적었다.
임자운 변호사는 "그런데 이번 발언은 그 두 가지에 대한 그의 인식 수준이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아니라 여전히 '삼성전자 상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은 물론, 그 제1야당의 실상, 그를 정계에 화려하게 데뷔시킨 사람의 자질까지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적었다.
논란이 일자 양향자 최고위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저의 취지와 뜻이 잘못 전해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미숙함 탓"이라며 유가족과 반올림 구성원들에게 사과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사망 문제에 대해 항상 가슴 아프게 생각해왔으며, 모든 유족이 수긍할 수 있는 해법이 찾아질 때까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올렸다.
양 최고위원은 7일 <프레시안>과 한 전화 통화에서 "반올림을 귀족 노조라고 말한 적은 없다"면서 "반올림이 순수하게 유가족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해명했다. 양 최고위원은 "그런데 보도의 진위를 따지면 또다시 유가족에게 상처를 줄까봐 제 페이스북에 사과를 올렸다. 제 불찰이다. '유가족이 아프면 안 된다, 유가족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어야 한다'는 것이 제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향자 최고위원 본인이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고, 어쨌든 삼성 백혈병 피해자 분들, 유족들은 저나 우리 당이 늘 함께해왔다. 그분들께 상처가 됐다면 대단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고졸 출신 여성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에서 상무 자리에까지 올랐던 양향자 최고위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 전에 영입한 인사다.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출신인 양향자 최고위원의 고등학교 후배들이 양 최고위원과 같은 직장인 삼성 반도체에서 죽어갔다는 사실로 더 주목받기도 했다.
양 최고위원은 지난 2015년 8월 27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유은혜 의원을 누르고 노인, 청년 등 부문 가운데 여성 몫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여성 최고위원으로서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인 발언을 해왔으나, 삼성전자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침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앞서 반올림은 삼성 측이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자체 보상안'을 강행하자, 2015년 10월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강원도 속초에서 서울까지 건너와 일주일에 2~3일씩 꼬박꼬박 농성장에서 반올림 활동가들과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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