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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순협 대안 대학을 소개합니다

[지식순환협동조합] ② 지순협 대안대학 학생, 그들의 1년을 돌아보다

파편적 지식 습득이 아닌 전인적 교양교육을 표방하며 지난 2015년 1월 개교한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지순협 대안대학)’이 지난해 말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순협 대안대학을 이끌어온 심광현 지순협 운영위원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지순협과 대안 대학과 관련된 글, 그리고 지순협 졸업생의 논문 1편을 보내왔다. 지순협의 의미와 대안대학의 미래에 관한 글을 3회에 걸쳐 싣는다. 2회는 인터뷰다. 인터뷰는 지순협의 김기영, 유지원 씨가 진행했다. 편집자

갓 시작하는 실험대학에 용감하고 절실하게 지원서를 내민, 그리고 어느새 1년을 잘 버텨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했지만, 각자가 느끼는 지순협의 1년은 그들의 수만큼 다양할 것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시공간과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모두들 나름대로 제 몫의 알을 깨느라 안간힘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맞닥뜨리며, 이 지면을 빌어 그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입학
관심분야부터 연령대까지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지순협 대안대학. 그들은 어디에서 왔고, 어떤 상상을 가지고 이 학교에 모였을까?

우선, 하림의 말을 빌리자면, ‘대학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더 이상 대학 말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때, 잉여 그 자체로 지내고 있을 때’ 이곳을 발견하고, 들어온 학생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20대 초반. 대학을 대학답게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장본인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제도권 대학에 대한 의문과 불안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대안대학에 대한 의문과 불안 역시 지닌 채.)

우성: 대학은 가고 싶지 않고, 공부는 해야겠는데 혼자 공부하자니 잘 안 될 것 같아서 이곳저곳 찾아보다가 커리큘럼 보고 딱 내가 원하는 학교다 싶어서 들어왔어요.

솔잎: 가치의 중요성을 따져봤을 때 일반 제도권 대학은 저에게 중요한 가치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몇 천 만원 내고 대학 졸업장을 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부’로 인한 변화를 기대하고 상상한 친구들도 보인다.

용진: 대체 사람들이 말하는 공부란 무엇인가? 그것을 배우면 무엇이 달라지는 것일까 싶어서.

지원: 모든 게 한 순간에 무너지고 나는 일어설 곳이 필요했어. 동기도 힘도 다 부족했어. 살아야 할 이유조차 잊어버렸고 내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어. 그래서 내 세계관을 깨고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지.
또한, ‘주관이 단단해지고 커지길 바라며 들어간 극단에서 1년간 활동을 하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껴 인문학과 철학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유정이를 비롯해, 예술 활동을 꿈꾸다, 인문학의 필요성을 느끼고 학교에 들어온 친구들도 꽤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전통연희’를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예술학교에서는 미처 채워지지 않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이 학교에 들어왔다.
그 외에도 시민활동가로 한창 활동을 하다, 이 학교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것을 청산한 뒤 공부하러 들어온 청년도, “남들은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하고 실력 있어 자신 있게 인생을 사는 모습을 보고 늘 배움의 길을 생각했다.”라는 예순이 훨씬 넘는 열정적인 학생, ‘흰소(흰머리소년)’님도 계신다.

▲ 지순협 정기총회 ⓒ지순협

변화
이처럼 각양각색의 이유와 개성을 지닌 친구들이 모인 지순협 대안대학. 그렇다면, 이들은 1년간 이곳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그들의 성장이 궁금하다.

우성: 시야가 맑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평소에 가졌던 어렴풋한 생각들이 이 학교에 와서 배울수록 명확해져간다는 게 느껴졌어요. 아직 뚜렷하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말 스스로도 뿌듯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죠.
‘지순협에 들어오고 나서 무엇이 가장 달라졌냐’는 질문에 시야가 넓어지는 체험에 대한 답변이 꽤 보인다. 지순협에서 배우는 공부가 세상과 나를 연결 짓고, 그 관계를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나보다.

경은: 읽는 책 장르가 바뀐 거? 전에는 판타지 소설 같은 걸 엄청 읽었거든. 그게 아니더라도 어쨌든 소설류였어. 그 외의 역사책이나 과학도서 같은 건 거들떠도 안 봤었는데, 요새는 참고도서 외에도 종종 이것저것 찾아 읽고 있어.

솔직히 사회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 근데 요새는 종종 집회에도 참가하고 뉴스들도 챙겨 읽고 그래. 뭐랄까, 그냥 내 세상이 많이 넓어진 것 같아.

하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내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해 배우고 나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꼴이 이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학교에서의 배움을 토대로 나의 삶을 디자인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게 박혔다.

전에는 그저 사회가 흘러가는 대로 무기력하게 존재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주체로서 사회의 문제에 분노하고 그 분노를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할지 고민하게 됐달까.

명준: 확실히 조금씩, 조금씩 옛날에 부족했던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볼 수 없었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해. 근데 좀 많이 무서워. 때때로 끝없이 누군가를 평가하고 때로는 숙이고 또 때로는 거만해지고 하는 걸 느낄 때마다 그거에 익숙해질까 봐 너무 두렵고 싫어. 그런 부분을 최대한 조심하면서 살고 싶어.
앞서 살펴본 대로, 이곳은 커리큘럼뿐 아니라 구성원 자체가 다양성을 내포하고, 서로서로 순환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희선 언니 말에 따르면, “우리학교의 두드러지는 장점은 좀비분장을 하고 교실 구석에 앉아있어도 다들 힐끔 보고 말 것 같은”, “다름에 대한 허용치”다.

솔잎: 일반대학에 갔더라면 같은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한데 모아놓은 과에 들어갔을 텐데, 여기선 그냥 ‘이솔잎’이고,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이기에 내 공부를 하고, 자신을 스스로 찾아가게 돼. 그리고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공부를 가르치다 보니, 다른 것에 대해 인정도 해야 되고, 또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이해해야 하고. 포용력을 더 필요로 하는 공간인 것 같아. 색다른 사회야. 혼자 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무언가도 많이 배우는 것 같고.
이는 삶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성격 자체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스스로의 변화를 잘 짚어내고 있는 학생들. 실제로 입학하던 당시와 지금을 떠올려 봤을 때 표정과 자세 등 ‘몸’ 자체가 달리 느껴지는 친구도 있다.

희선: 혼자 지낼 때는 땅이나 먼 하늘에 시선을 두곤 했거든. 눈을 마주칠 사람도 없었지만 많이 두려웠기 때문에. 그런데 학교 다니고부터 정말 많은 사람들과 자주 눈을 마주쳐. 심지어 그런 일들이 두렵지가 않아.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다.)

유정: 난 나의 이야기를 진짜 안 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리 친하더라도, 심지어 가족들한테도 내 얘기를 별로 안 해. 근데 나를 더 돌아보고 내 얘기를 하고 옆 사람에게 의지를 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

지원: 내가 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네. 내가 얼마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었는지, 그래서 그걸 스스로에게까지 적용해서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는지.

우현: 전례에 없는 평화, 거기서 기원하는 나의 인간성의 교정과 발전, 그리고 행복. 이것들 외에도 내 모든 게 전반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 지순협 워크샵 과정 '연기'와 '자기탐구 ⓒ지순협

공부란
그리고 신기하게도, ‘처음으로’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공부에 대한 욕심까지 커지고 있다는 그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란?’이라는 단순하고도 어려운 질문에 당당히 대답하는 그들의 1년산 내공을 엿보자.

찬이: 내 세계관을 만들어 가는 거? 그래서 어렵고, 힘든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잘 모르겠기도 하고, 그래도 하고 싶고, 길을 찾고 싶은, 그런 것 같아.

우성: 잘못된 것들을 바로 알고 내 삶을 스스로 올바른 방향으로 개척해 나아가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공부라 생각해요.

지원: 타인을 이해할 수 있고 사유하는 힘을 기르고 또 나에게는 스스로를 용서하는 과정이야. 그리고 암묵적인 나의 느낌들을 형식적으로 바꾸어 가는 것도 공부인 것 같아. 형식적으로 바꾸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해줄 수 있어서 좋아.

명준: 결국은 자기 혼자 하는 거? 그리고 요즘 생각하게 된 건, 절대로 공부나 운동을 전문적인 업으로 삼고 살고 싶지는 않아. ‘이론’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아닐까.

임수아: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 구체적으로는 ‘앎’을 즐기고 시야를 넓히는 것 같아. 남들이 옛날에 완성해(?) 놓은 생각들과 고민을 빌려올 수도 있고!
그리고 여기, 공부의 단 맛을 느껴본 자들도 있다.

희선: 공부의 맛은 쓰지만, 견디다보면 달다! 한 3배쯤 더?

두헌: 지금은 '좋아서 하는 거'. 그게 단순히 감각적인 즐거움이 아니라 공부하는 순간은 힘들지만 어떤 보람? 그리고 뭔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른 층위들을 사유할 수 있게 될 때 오는 충족감.

우현: 궁금해지는 건 질문하고, 아는 건 콧대 높이며 말하고, 필기하고, 복기하고. 자체가 즐겁다. 공부는 아무래도 즐거워야 하고, 게으름 피울 여지를 거의 주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준영: 생각보다, 어려운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공부는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흰소님의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지”라는 말이 유독 감동적으로 와 닿는 것은 끊임없이 공부하는 어른의 모습을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고 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이주형(흰소):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도 있지. 힘을 얻기 위해 공부하는 것. 모르는 것은 언제나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지. 그러므로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지. 공부란 쉽게 말해 내게 필요한 '생활의 도구'를 갖는 것이지. 그래서 온몸(뇌과학)으로 '훈련'하는 과정이다.

수업
그렇다면,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무엇일까. 학생들이 꼽은 수많은 수업과 선생님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달리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었던 선생님이 계셨으니, 바로 1쿼터 <개인·사회·철학>의 박영균 선생님과 4쿼터 <정치경제학 개론>의 김정주 선생님이다.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공부에 맛을 느끼게 해준 두 선생님의 수업은 어땠을까. 소녀 팬, 찬이와 하림이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따라 가보자.

찬이: 개인·사회·철학 수업. 박영균 교수님. 내게 들뢰즈를 알려주시며, 철학 공부에 눈을 뜨게 해주신 분. 수업명 그대로 나와 사회와 철학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셨고, 내 삶을 철학 공부에 기대 볼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던 쌤이고 수업이지.

하림: 김정주 교수님의 '정치경제학 개론' 수업이다. 이 수업시간만 되면 나에게 이 정도의 집중력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집중력이 생기고 수업시간이 넘어서도 계속 듣고 싶을 정도다.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재미도 솔솔하다. 수업내용뿐만 아니라 교수님이 항상 수업을 여시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며) 여러분, 일주일을 어떻게 지냈어요? 재밌거나 행복했거나 슬픈 일이 있었나요?"라고 말해주시는데, 그게 성시경의 "잘 자요"보다 달콤하게 느껴진다.
한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워크숍 수업은 어땠을까. 얼마 전, 지순협 송년회 행사에 앞서 심광현 선생님의 특강 겸 대담 <workshop for workshop>이 마련되었던 것처럼, 지금까지도 워크숍의 적절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림 그리는 워크숍만으로도 자기 자신이나 사물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알 수 있고, 철학, 역사, 인문학 등을 배우고 접목 시킬 수 있다”라는 수아의 말처럼, 인문학과 삶과 예술을 내 속에서 녹여낼 수 있는 워크숍을 기대해본다.

그럼에도 그 동안 진행된 워크숍에서 기억에 남는 수업 장면을 회상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워크숍이 나아갈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우현: 힐링드라마 워크숍 중, 꿈 작업. 꿈속의 장면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내가 사람을 너무 어려워한다는 게 나왔다. 이것은 오랫동안 고민거리던 거라 이 기회에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서 다가가 안긴 장면을 연출하면서 따뜻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그 이후로 사람에 대한 어려움이 크게 줄어들었다. (물론 갈 길이 멀지만.)

두헌: 동대문 DRP옥상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면 정말 무언가 '자본주의'라는 개념적 용어와 오버랩되는 '서울의 옥상들'이 낯설게 느껴져. 마치 서울에 구속시켜두었던 내 몸과 마음을 분리해내어서 이 험한 자본주의사회를 종횡무진 누비며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되거든.

▲ 지순협 워크샵 '아프리카 댄스' ⓒ지순협

힘든 순간
그러나 어디든 힘든 순간이 있기 마련, 그 동안 학생들에겐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까.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순간으로 손 꼽혔던 것은 ‘학예발표’ 준비기간! 그 동안 배워온 지식을 스스로 소화해내고, 내 관심사와 엮어 남들 앞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터. 어떤 스트레스 속에서 학예발표가 완성되는지 그들의 비명소리가 들리는가.

우현: 프로포절(proposal: 학예발표회 준비) 때!!!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말미암아 어느 때보다 심적 압박이 거세다. 무사히 발표를 마치고 피드백을 다 받고나서야 비로소 일시적 해방을 맞을 때까진 스트레스가 통제 불가 상태까지 치솟는다.

두헌: 힘들면서 보람이 있었던 건데. 나한테는 늘 프로포절 준비 기간이었던 것 같아. 2쿼터 때에는 텃밭을 만들겠다고 나무 주우러 다니고, 올림픽경기장까지 가서 모종 사오고, 페인트칠하고. 그리고 3쿼터 때에는 정말 하루에 열 시간씩 책 읽고 글 쓰고 했던 것 같거든. 매일 밤늦게까지 교실에 남아서 혼자 책 읽다가 문 잠그면서 돌아가고 했던 게 기억나네.
또한, 나와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내가 살아가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노력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일 것이다. 아마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고민이지 않을까.

예나: 학교 적응하는 게 힘들었어요. 도대체 애들하고 친해지기가 어렵더라고요. 근데 아직도 애들하고 친해지는 게 제일 어려워요.

찬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실의 차이들도 많이 느꼈어. 배운 것대로 살아보고 싶은데 현실에서 그게 많이 힘들어서 불가능하다고 느꼈거든.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살아야 된다고 하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람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것을 배우는데 의미 없는 알바나 거기에서 오는 관계들이 너무 힘들었어. 그러다 보니까 내가 누군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그런 감정들이 다 겹쳐서 혼돈의 상태였지.
이 외에도 자신이 상상했던 학교와 실제가 달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도 있었다. 늘 우리에게 공부와 삶에의 적용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게 했던 용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용진: 저 칠판의 혹은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외우면 사람들이 말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고 내 인생이 풍요로워질까?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에서 지향하는 방향과 내가 생각하는 대안적 삶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지.

난 뭐랄까. 공부는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람과 사람이니까 수업 중에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토론을 할 수 있고 서로의 다른 이해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공부.

미래
이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 마지막으로 ‘앞으로 뭐 하며 살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구체적인 장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들은 ‘어떤’ 만화가,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결국 공부로 귀결되는 대답에 살며시 웃음이 난다.

우성: 음... 최종적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만화로 표현해서 내 만화를 읽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 생각들을 명확하게 해줄 공부를 더 해야겠죠? 그러니까 당장의 우선순위는 공부가 되겠네요. 당장은 계속 공부를 해봐야할 것 같아요.

하림: 난 인문학을 바탕으로 두는 디자인을 해나가고 싶다. 그러려면 인문학을 더 탄탄히 배울 필요가 있기에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지. 그 길은 멀고 험하겠지. 힘들겠지....
그리고 생각보다 어떤 직업이나 장르에 국한된 대답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그들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은 소박하고도 분명해보였다.

희선: 참 어려운 질문이군... 거창하게 바라는 건 없고 (무슨 일이든)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규칙적인 일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것뿐이야.

두헌: 글쎄 그건 정말 잘 모르겠어. 직업적인 측면의 압박을 내려놓는다면 그냥 지금처럼 몇 시간씩 앉아서 공부하고, 배고프면 맛있는 요리 만들어먹고, 때로 음악 생활도 즐기고, 영화 보면서 맥주 한 캔 하고, 삘 받으면 글 쓰고, 그냥 딱 지금 이렇게만... 무슨 직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싶냐 물으신다면 아무 직업도 갖고 싶지 않아.

준영: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냥 뭘 하든 좀 내가 움직이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밌게 놀면서 살고 싶어요. 그 수단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찾아가는 중이네요.
막상 글을 마치려고 하니, 그들의 1년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찌 이 짧은 글 안에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옮겨 담을 수 있겠는가. 이번 인터뷰에서는 사건보다는 1년간 이 곳을 통한 개인의 변화와 성장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보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이만 글을 정리할까 한다.

이제 우리 앞에는 또 다른 1년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또 어떤 변화와 성장을 맞이할까. 1년 전 쭈뼛대며 학교에 들어섰던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새 학기를 맞이할 신입생들은 이 공간에 또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할 2016년을 기대해본다. 그 동안과는 또 다른 과정이 되리라.

지순협 대안대학은 오는 3월 3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은평구 혁신파크에서 2017년 2학기 신입생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시간 : 2017년 3월 3일(금)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 서울혁신파크 미래청(1동) 4층 402호 지순협 대안대학

* 문의
- 메일 : kcunion2013@gmail.com
- 전화 : 02-640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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