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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부산·안희정 충청·이재명 진보, '빅텐트'는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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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 부산·안희정 충청·이재명 진보, '빅텐트'는 여기다

[이충렬의 정권+교체] 안희정의 부상과 헤게모니 전쟁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급부상이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대 후반으로 수직 상승하면서 대세론의 문재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한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5%언저리에서 머물던 안희정 지사가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치밀하게 계산된 도발적 메시지를 들 수 있다. 그는 기득권층의 혁명적 청산을 공언하는 이재명 시장에게 각을 세우는 전략을 채택했다. 보편적 복지에 대해 '공짜밥'이라는 도전적 표현을 사용했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드(THAAD) 배치에 대해서도 '국가간에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변경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미완의 과제인 대연정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굳이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안희정의 대연정이 '구(舊)새누리당' 세력과의 연정이라는 뉘앙스를 강력하게 풍겼다.

만약 그가 아닌 다른 민주당의 후보가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면 언론과 SNS상에서 융단폭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정반대로 포용력이 있다는 주류언론의 칭찬을 받았다. 맹렬히 비판할 것으로 보였던 SNS의 진보적 빅마우스들도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의 정치적 홈그라운드인 충청도와 중도·보수층의 표가 본격적으로 그에게 몰리기 시작하여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야권의 본진인 호남에서도 문재인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적극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둘째, 이미지 정치를 잘 활용하였다. 인자한 아저씨로 보이는 문재인 전 대표와 비타협적 혁명가라는 이미지를 가진 이재명 시장과 대비하여 세련되면서도 온건한 젊은 이미지로 자신을 투영하였다. 설날 연휴를 앞둔 22일의 출마기자회견을 동숭동 대학로에서 5시간의 즉문즉답 토크쇼라는 파격적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을 벤치마킹한 것같은 분위기였다. 민주당의 다른 주자들과는 달리 청년들과 여성층에 어필하기에 좋은 모습이었다.

셋째, 틈새시장을 잘 포착하였다. 촛불민심을 문재인 전대표와 이재명시장이 양분한 가운데 촛불항쟁이 약간은 불편하다고 느끼는 중도와 보수 층을 타겟층으로 잡은 것이었다. 문재인 집권이야말로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보수언론과 보수층은 뉴 안희정을 문재인에 대한 대안으로 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성향의 보좌관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안희정을 밀기 위해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자는 때이른 논의가 나올 정도라 한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야권 내부에는 문재인 대안을 찾는 반문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문재인이 50%에 육박하는 절대적 대세론을 만들지 못하고 30% 전후한 지지도를 기록하면서 야권 내부의 반문세력은 끊임없이 문재인 대안을 찾아왔다. 이들의 눈에 안희정이 띈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안희정 현상은 본격적인 검증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첫 번째로 그가 부딪힐 검증대는 촛불민심일 것이다. 그가 취한 우향우 노선은 지난 몇 달간 광장과 SNS를 달군 촛불민심과는 명백히 결이 다르다. 박근혜 탄핵과 적폐청산에 집중하고 있는 촛불항쟁은 헌재 판결이 나면 대선 주자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돌입할 것이다. 지금 말을 아끼고 있는 SNS여론이 본격적으로 그를 해부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는 그의 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까지 야권 주류적 경향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놓은 것이 전부다. 아직 자신의 고유한 정책을 내놓은 것은 별로 없다. 자신의 정치와 정책에 대한 원론적 원칙만 내놓았을 뿐이다. 그러나 대연정, 재벌개혁, 경제정책, 외교통일정책 등 각론에 들어갔을 때 그의 새로운 변신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여하튼 안희정 현상은 민주당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기득권세력의 청산을 주장하는 이재명 시장과 기득권세력과의 협치를 강조하는 안희정 지사, 그리고 안정감있는 변혁을 내거는 문재인 전 대표의 3자 구도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3자의 치열한 경선구도는 자칫 대세론으로 맥빠질 가능성이 있었던 민주당 경선을 역동적으로 바꾸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문호를 개방한 완전국민경선제로 인해 경선의 흥행과 역동성은 배가될 예정이다.

안희정 현상은 예선의 역동성이라는 관점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정치사적으로 한 획을 긋는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띌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이 최종 후보로 확정되는 것과는 관계없이 그는 이제 충청의 새로운 맹주라는 지위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우리는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충청도는 김종필(JP)이 61년 박정희를 도와 쿠테타의 2인자로 자리매김한 이래 그의 정치적 아성이었다. 충청도가 가진 독특한 지정학적인 위상이 김종필로 하여금 민자당의 김영삼과 국민회의의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킹메이커 역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김종필은 현대사의 3주역인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든 킹메이커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김종필이 은퇴하고 반기문조차 중도하차한 지금, 안희정 지사는 새로운 충청도의 맹주로 부상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되면 그동안 보수정치세력이 주도했던 충청도가 향후 야권의 주요한 기반으로 넘어오게 된다는 말이다. 안희정은 충청인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파묻혀있던 한에 불을 질렀다. 김종필이 결국 2인자의 숙명에 머물렀던 점을 지적하며, 자신은 2등이 아닌 1인자가 되겠다고 공언해왔다.

안희정으로 말미암아 충청도가 야권의 주요 축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큰 지금 호남 역시 최근 민주당으로 민심이 선회하고 있다. 호남민심이 안철수와 국민의당 보다는 민주당을 정권교체의 주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문재인과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50%를 넘고 있다. 앞으로 역동적인 경선을 통해 최종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호남민심은 민주당 후보에게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경남(PK지역)에서도 심상치않은 변화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문재인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과반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1990년 김영삼이 3당합당으로 건너간 이래 부산경남지역은 야권의 불모지역으로 변했다. 지역출신의 노무현 전대통령조차 27% 득표에 만족해야했다. 그런데 이제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기 시절의 김영삼조차 60% 미만이었다.

거기에 더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진보유권자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시장은 정의당 지지자를 포함하여 범 진보성향의 표를 결집시키고 있다.

최근의 추세를 종합한다면 호남, 충청, 부산·경남, 그리고 진보 유권자까지 민주당 주자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알고 보니 빅텐트는 민주당이었던 것이다. 민주당으로 집결하고 있는 유권자들을 화학적으로 결합해내고 묶어낸다면 민주당이야말로 진정한 빅텐트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가능성을 헤게모니 교체라는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는 박근혜 탄핵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60-70년대 개발독재를 기반으로 형성된 박정희 패러다임의 해체'라고 본다. 즉 전체주의적 국가운영 헤게모니의 해체로 본다는 말이다.

그는 "박정희식 국가운영 모델은 권위주의 시기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 시기에서도 한국사회의 모든 영역, 모든 수준에서 헤게모니를 가졌던 국가의 운영원리이자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였다"며 "민주화를 통한 정치체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당체제의 차원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던 것도 권위주의적 국가운영 모델의 헤게모니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이 헤게모니가 사실상 해체됐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붕괴는 민주화를 통해서도,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통해서도 가능하지 않았던 역사적인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붕괴는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민주화에 이어 두 번째의 정치적인 대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3당합당이래 민주당계열의 야당은 항상 기울어진 운동장을 한탄하는 소수세력이었다. 영남과 보수층, 기득권층을 묶은 새누리당 계열 세력은 영원한 다수세력이고 헤게모니 세력이었다. 그런데 이제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권위주의적 헤게모니가 해체되고 있다면, 지금 민주주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헤게모니가 대안으로 구축될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당의 새로운 가능성이 중요한 의미를 띄게된다.

이 가능성이 현실화하려면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민주당의 어떤 후보도 경선에서 탈락한다고 해서 탈당하거나 당을 등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경선과정과 본선은 물론이고 이후 정권운영에서도 민주당식 빅텐트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

경선이 제로썸 게임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중 차원의 유권자연합과 지도부들의 연합정치로 그 정치적 기반을 최대한으로 확장해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TK출신의 김부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포함하여 경선에 참여한 모든 세력이 정권교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팀웍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민주당이 범야권 결집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민주당의 경선은 촛불민심을 최대한 받아안으면서, 향후 우리 사회를 바꿀 어젠다와 정책에 대해 컨센서스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이 자신의 어젠다를 내걸고 치열한 경쟁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과정을 통해 어젠다의 우선순위가 교통정리되어야 한다.

촛불항쟁이 혁명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헤게모니의 교체로 이어져야 한다. 박정희 헤게모니는 산업화혁명을 배경으로 작동했다. 김대중·노무현정부는 IT혁명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정부는 토건우선정책과 시대착오적 통치방식으로 공동체의 정신과 성장잠재력을 붕괴시켰다.

차기 정부는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씨를 뿌린 IT혁명을 재건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의 새로운 구조변혁까지 이루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박정희 헤게모니를 지탱해온 구체제를 효율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민주당이 범야권을 결집시키는 빅텐트가 되어 새로운 민주적 헤게모니를 구축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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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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