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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사법주권의 탈환, 이것이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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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빼앗긴 사법주권의 탈환, 이것이 민주주의다

[내가 알아야 민주주의다] ② 대한민국의 사법권력

헬조선을 바꿀 수 있는 길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같은 질문을 던진 박승옥 기적의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주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첫 걸음이라고 답한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에 대한 세뇌와 여론 조작의 늪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촛불 혁명을 통해 주권자 연대와 연합의 힘을 자각한 국민이 직접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민주주의야말로 내 삶과 세상을 바꾸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주인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에 앞서서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와 왜곡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만민공동회, 3.1운동, 4.19 혁명, 6.10항쟁 등에 이어 주권자가 국가 권력을 한 발 뒤로 물러나게 한 다섯 번째의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정치의 근본을 고민하는 박승옥 상임이사의 글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내가 알아야 민주주의다] ① 청와대 주인 없는 정치, 이것이 민주주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재건 이후 지금까지 한국의 현실 정치 체제는 이중 권력의 대치 상태를 계속해 왔다. 헌법 제1조의 민주공화국 체제를 이룩하고자 하는 인민의 광장 정치세력과 그리고 헌법 제3장 40조 이하 대의제 조항을 근거로 현실에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과두정, 독재 참주정이었던 대의제 극장 정치세력 간 대립이 그것이다. 그렇다. 민주주의의 밝은 광장 정치와 대의제의 음습한 권력투쟁 극장 정치가 벌이고 있는 투쟁은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엄연한 현실이다.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조선의 정부는 미군정이었다. 미군정은 일본 제국주의 대신 들어선 군사 정부로서 대한민국 정부의 재건을 집행하고 제헌 헌법 제정을 주도한 실제 권력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은 1945년 9월 미군의 조선 점령 초기부터 조선 인민은 자치 능력이 없다고 철저하게 경멸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정경모, <시대의 불침번>, 한겨레출판, 2010.)

그들의 눈에는 해방이 되자마자 일제 권력이 물러간 권력의 진공 상태에서 조선 인민들이 친일파를 제외하고 좌우합작으로 스스로 조직한 자치 기구 ‘인민위원회’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미국은 조선에 진주하자마자 일제의 친일부역 조선인 경찰과 관료들을 대거 다시 미군정 경찰과 관료로 재기용했다. 그리고는 1945년 12월 12일 곧바로 인민위원회를 불법화 시켰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은 자치능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조선에 대한 신탁통치를 강하게 추진했다.

그런데 이처럼 미국이 제안한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신탁통치안을 친일파 언론과 관료들은 완전히 거꾸로 소련이 제안한 것으로 백팔십도 왜곡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거센 반탁운동을 통해 자신들이 마치 민족주의 세력인 것처럼 포장해 친일 매국 전력을 세탁하는 데 일정하게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은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할 때도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은 선언으로만 표현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민주주의의 제도화 대신 민주주의와 정반대되는 대의제 국가의 제도화를 설계했다.

▲ 박승옥 저, 내가 알아야 민주주의다 ⓒ한티재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해서 미합중국을 건설할 당시의 유산자 대표들이 갖고 있던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과 똑같이 1948년 당시 미국은 조선 인민과 조선 인민의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조선 인민에게 주권자로서의 자치권을 주는 순간 그것은 공산주의자들에게 권력을 넘겨주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조선 인민의 절대 다수는 공산당을 지지하고 있었다.

한국이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인민의 박탈된 사법주권만 생각해 보아도 자명하다. 한국의 사법권은 하다못해 미국의 군(county) 단위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선거를 통한 인민의 위임 절차도 거치지 않는다. 그저 법전만 달달달 외우고 사법시험과 경찰 시험을 통과한 공무원들이 대통령과 대법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나면 그 순간부터 무소불위의 사법 권력을 움켜 쥘 수 있다. 대한민국의 사법 주권은 이들 검사, 판사, 경찰이 갖고 있다. 오늘날 현실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사법공화국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명백한 범죄자인 재벌 총수의 구속영장을 인민의 머슴인 일개 판사가 서슴없이 기각하는 기가 막힌 일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 탄핵을 인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도 없고, 몇 명 법 기술자들이 하는 꼴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썩은 내 나는 구체제의 사법주권 찬탈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3권 분립 원칙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사법부 수장의 대통령 임명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19혁명 직후인 1960년 6월 15일 의원내각제를 주요 골자로 3차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3차 개정안 제78조는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로써 조직되는 선거인단이 이를 선거하고 대통령이 확인한다.”라고 사법부 법관들이 대법원장을 간선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권자인 인민들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직선으로 임명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폐기했다는 점에서는 일대 개혁 조처였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과 대법관 선거가 1961년 5월 17일 실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루 전날인 5월 16일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헌법 자체를 중지시켰기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툭하면 사법기관에 정치 쟁점의 판단과 결정을 맡기곤 하는 일은 정치 활동을 스스로 포기하는 직무유기이자 정치의 폐기를 자초하고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정말로 무지한 행위이다.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은 당연히 시민과 노동자들의 연대 연합과 정치력으로 인민을 조직해서 그 힘으로 국가나 지방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꾸고자 하는 사회운동이자 정치운동이다.

그런데 그동안 사실 환경, 노동 관련 소송을 비롯해서 숱한 시민사회운동 관련 소송이 빈번하게 제기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최후의 수단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그 절박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는 사법주권 대리인들인 국가 공무원들에게 인민의 정치를 내맡기는 시민정치와 노동정치의 포기, 정치 청산주의의 행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심하게 말하면 사법주권을 인민들로부터 강탈해 간 사법주권 찬탈자들에게 주권자 인민의 정치 활동까지 의존하게 만드는, 국가주의의 노예의식을 강화시키는 반정치의 활동, 이적행위라고까지 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공무원과 국가기관은 자신에 대한 임면권을 가진 사람의 눈치를 보고 말을 듣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인민이 공무원의 인사권을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는 순간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 아니라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에게 충성하는 주구(走狗, 사냥개)가 된다.

사법권 일부를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순간 경찰과 검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을 때려잡는 몽둥이가 된다. 자신에 대한 인사권이 인민과 지역 주민에게 있지 않고 대통령에게 있는데, 공무원과 경찰과 검찰이 인민에게 봉사하고 잘 보여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오직 인사권자의 지시 명령에 따라 충성하고 잘 보이면 된다.

공무원은 인민의 심부름꾼, 비서, 서기로서 그들의 인사권은 당연이 인민이 갖고 있어야 한다. 공무원을 채용하고 해임할 수 있는 권력은 인민의 핵심 주권 가운데 하나이다. 인민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많다. 인민이 아무런 조건도 없이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에게 인사권을 위임하는 현재의 한국 대의정 체제는 그래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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