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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바보야, 문제는 부동산 특권이야"

[기고] 부동산특권 해체와 19대 대통령 선거

기로에 선 대한민국, 방향은 특권 해체에서 찾아야

작년 10월 중순부터 시작된 촛불민심의 목소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기존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상식,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책무가 국가에게 있다는 자유민주주의적 상식이 시궁창에 내던져진 것에 대한 울분과 저항을 넘어 1000만 촛불시민들은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면 4월이나 5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시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이 시점에서 이것을 묻고 토론하고 답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어야 '형성'이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를 '특권 없는 사회'라고 정리하고 싶다. 다시 말해서 낡은 질서의 핵심은 '구조화된 특권'이고 새 질서는 이런 특권이 해체된 사회라는 것이다. 특권이 해체되어야 기회균등이 가능하고, 특권이 해체되어야 자유경쟁의 원리가 비로소 작동하며, 특권이 해체되어야 노력의 결과를 존중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특권에는 정치특권과 경제특권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경제특권에 관해서만 논의를 한정해보자. 경제특권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금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재벌특권이다. 재벌이 중소기업을 착취하고 시장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황폐화시킨 것은 재벌특권이 작동한 결과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경제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재벌이 시장경제의 최대의 훼방꾼이 되어버린 것이다.

ⓒ연합뉴스

모든 특권의 어머니, 부동산특권에 주목해야

그러나 나는 재벌특권보다 부동산특권에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부동산특권은 모든 특권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다른 특권은 부동산 특권을 기반으로 해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런지 질문해보자.

정치특권층의 물적 토대가 무엇인가? 부동산이다. 고위공직자들 혹은 선출직 공무원들 거의 대부분이 고액 부동산 자산가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박정희의 정치특권을 제도화한 '유신'도 부동산특권 위에 세워졌다. 박정희는 자신이 세운 정치특권 체제의 유지비용을 강남 부동산투기를 통해서 조달했다. 정치특권과 부동산특권이 결합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유신인 것이다. 재벌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의 상위 1% 기업이 법인 전체가 소유한 부동산의 76%를 소유하고 있고, 재벌 소속인 상위 10대 기업은 법인 전체가 소유한 부동산의 무려 35%나 소유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 재벌의 부동산특권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2008~2014년 6년 사이에 상위 1%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은 546조 원에서 966조 원으로 1.8배 증가했고, 더욱이 상위 10대 기업의 보유 부동산 가격은 18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무려 2.5배나 폭증했다.

'부동산공화국'이라는 신조어가 바로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공화국 앞에 '민주'가 아니라 '부동산'이 붙은 이유는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이 국민 일반이 아니라, 고가의 부동산을 과다하게 소유한 소수의 개인들과 재벌들이기 때문이다. 이 부동산특권을 해체하지 않으면 '민주'공화국은 요원하다.

특권은 불로소득을 낳는다!

특권은 불로소득을 낳는다. 특권이 노리는 것은 바로 불로소득이다. 일하지도 않았는데 소득이 생겼다면, 그것도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그것은 특권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노력한 성과를 재벌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가로채는 것은 재벌의 특권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정확히 말해서 토지를 단지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으로 소득이 생기는 것 역시 부동산특권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동산특권을 해체한다는 것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부동산특권이 낳은 불로소득의 규모는 대체 얼마나 될까? 토지+자유연구소의 추산에 의하면 2015년 현재 무려 357조 원이나 된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연 평균 GDP의 22.4% 정도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했다. 실로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 엄청난 불로소득은 대체 누가 가져간 것일까? 거의 대부분을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한 개인과 재벌이 가져갔다. 우리나라 토지의 경우 1% 인구가 개인토지의 55.2%를 10%의 인구가 개인토지의 97.6%를 차지하고 있고, 무(無)토지소유세대가 무려 40.1%에 이른다. 주택의 경우에는 무주택가구는 44.0%에 이르고 있고, 다주택자 중 11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가구 수만 무려 3만7000에 이른다. 무주택자, 땅 한 평 없는 세대에게 부동산 불로소득은 그림의 떡이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점점 가난해진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하위계층에 속한 집 없고 땅 없는 서민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의 상당 부분이 상위계층으로 이전되는 통로가 바로 부동산이라는 것이다.

부동산특권 해체 방안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대통령 선거가 되어야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부동산 정책은 주거복지정책에 머물러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그런 정책들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부동산특권을 해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주거복지정책은 한계가 매우 크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얼마 전에 발표한 국토보유세(와 토지배당)과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은 의미 있다고 하겠다. 이것은 부동산특권이 노리는 불로소득을 정조준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토지보유세 만큼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 내지 차단하는 좋은 방안도 드물다. 이 시장이 말한 대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서 15.5조 원을 징수하게 되면 부동산특권은 상당히 약화될 것이다.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한 재벌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다. 환수한 국토보유세 전액을 전 국민에게 배당형식으로 지급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이렇게 하면 95%의 국민이 혜택을 보고 5%만 부담이 늘어난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나라 경제를 짓누르고 있던 높은 땅값도 하향 안정화 되어 일반 시민들의 주거비는 경감되고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은 줄어들고 경제 전체에 활력이 살아날 것이다. 이렇게 특권이 해체되면 그동안 특권에 짓눌렸던 개인과 기업이 살아나고 사회의 역동성도 증진된다.

고위공직자 취임 시 투기용 부동산을 백지로 신탁하게 하는 부동산백지신탁제는 또 어떤가? 이 정책이 제도화되면 부동산특권을 지닌 자가 고위공직을 맡을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고,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정책을 내놓았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동산특권층의 힘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힘을 극복하기 위해선 '부동산특권 해체'가 대통령 선거의 핵심 이슈로 부상되어야 한다. 다른 후보들도 부동산특권을 해체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고 서로 경쟁해야 한다. 돌아보면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어제 오늘이 아니었다. 김영삼 대통령도 임기 초반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세법을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고 할 정도로 보유세 강화에 적극적이었지만, 실패했다.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인 종합부동산세는 보유세 강화에 첫발을 떼는 의미있는 정책이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결국 형해화시켜버렸다. 대다수 사람들이 환영할 부동산백지신탁제는 2005년 지병문 의원(열린우리당)이 입법발의 한 적이 있고, 2012년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안철수 의원이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때는 지금이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지금이 적기다. 모든 특권의 어머니인 부동산특권이 사라진 사회가 지금 우리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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