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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2시, 대통령과 대면했다. 뭐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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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후2시, 대통령과 대면했다. 뭐했는지 모른다"

[전문 요약] 헌재 탄핵심판 7차 변론 정호성...대통령 두둔하기 급급

지난 18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7차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기일에는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실 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청와대 문서를 최순실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발언한 내용의 주요한 부분을 요약·정리한다. 프레시안은 앞으로도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기사화되지 않은 부분까지도 충실히 전달하려 노력할 계획이다. 편집자

1. 대통령도 대포폰 있다고 인정

국회 탄핵소추 위원 : 증인은 본인의 형사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한 걸로 아는 데 맞나.
정호성 :맞다.
위원 : 최순실과 대화하면서 증인 전화기로 녹음을 했나.
정호성 : 네.
위원 : 대통령이 주중에 청와대 관저에 머물 경우, 보고문건은 어떻게 보고하나.
정호성 : 여러 가지 경로로 문건을 전달한다. 직접 올릴 때도 있고, 이영선, 윤전추를 통해 올리기도 한다. 저녁 때 오는 건 팩스로 하기도 한다.
위원 : 안봉근에게 전달하는 경우는 없나.
정호성 : 없다. 1부속실(정호성 담당)과 2부속실(안봉근 담당)의 차이는 1부속실은 대통령의 공적인 활동을 담당하고 2부속실은 개인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수석실 보고 문건은 1부속실에서 처리한다. 안 비서관이 하는 경우는 100% 모르겠지만 많지 않다.
정호성 : 1998년 당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최순실을 알게 됐나. 그때부터 최순실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나.
정호성 :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그렇게 불렀다. 그 전에는 같이 뭘 하고 그러지 않았다.
위원 : 최순실은 증인을 정 과장이라고 불렀나.
정호성 : 그렇다.
위원 : 대통령은 최순실을 어떻게 불렀나?
정호성 : 그건 검찰에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위원 : 최순실과는 하루 평균 2,3회 정도 전화와 문자 연락을 했나.
정호성 : 맞다.
위원 : 서로 차명 전화(대포폰)로 했나. 굳이 그런 이유는 뭔가?
정호성 : 우리 정치의 아픈 부분인데, 예전부터 어느 정권도 도청 감청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과의 통화가 반드시 도청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만에 하나 대비해서 우리 이름으로 된 전화로 통화를 하지 않았다.
위원 : 대면보고 이외에 전화통화한 적도 있었나.
정호성 : 주로 업무용 전화로 했다. 물론, 대통령과는 따로 직접 구두로 말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통령과 차명폰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위원 : 대통령도 차명폰을 가지고 있었나.
정호성 : 그렇다.
위원 : 차명휴대폰을 본인이 가지고 있나? 수행비서가 가지고 있나?
정호성 : 그건 잘 모르겠다.

ⓒ사진공동취재단

2. 최순실이 '비선실세'였다고 실토하기도

위원 : 최순실 씨는 취임 이후 직접 전화통화 하지 않고 증인과 연락했다는데...
정호성 : 저와 연락했고, 대통령과 연락했는지는 잘 모른다.
위원 : 공무상 비밀이라는 문건 47건을 최순실에게 보내줬나.
정호성 : 그렇다.
위원 : 증인 이외에 다른 이도 최순실에게 보낸 이가 있나?
정호성 : 없을 걸로 안다.
위원 : 알려지기로는 대통령 뜻에 따라 47건을 보냈다고 하는데 맞나.
정호성 : 하아... 그게 참... 어제(18일) 형사재판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대통령이 최순실 관련해서 2012년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잘 알듯이 대선 때는 말씀 자료가 워낙 많다. 그런데 대통령이 다른 사람보다는 말씀 자료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 본인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중요성이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펜을 들어 고친다. 그런데 매일 무척 바쁜데, 이렇게 만날 펜을 들고 고치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게 이런저런 말씀도 하시면서, 최순실 말을 들어서 반영하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대선 때 말씀 자료 하는 데 있어 도움도 받고 합심도 하고 했다.
대선 이후 국정 초반에도 각 수석실에서 자료가 오면 연설기록실에서 취합해서 대통령이 말하기 좋게 다듬고, 대통령에게 올려드리는데, 처음에는 그대로 올려드렸더니 대통령이 매일매일 수정을 했다. 그게 매우 힘들다. 그래서 대통령이 내게 오랫동안 대통령 메시지 이런 것을 담당했기에 챙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최순실 의견을 들어서 반영할 것은 반영하라고 했다. 그런 말씀 이후 대통령은 건건이 이걸 보내라, 저걸 보내라 하지 않았다. 47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봐서 의견 들어야 할 거 같은 거는 보냈고, 보낸 다음, 보냈다고 문자를 보냈다. 최순실 씨도 본인 생활이 바빠서 못 보는 경우도 있고, 굉장히 늦게 (피드백을) 보내는 경우도 있고 간단히 전화로 자기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순실이 수정해서 보내는 경우는 내가 봐서 잘 고쳤다 하는 경우는 반영하고, 또 아니다 싶은 거는 킬(미반영)하고, 그렇게 해서 작성해서 올려드리면 그것을 대통령이 또 고쳤다. 그런 과정을 거쳤다. 대통령이 챙기라는 말을 했고 수정하라는 건 정책 내용을 바꾸는 게 아니기에, 말투 어투, 싫어하는 표현 등이었다. 해당 수석실에서 올라올 때는 반복되는 경우가 있는데, 좋아하는 표현으로 바꾸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위원 : 최순실 의견에 의존했나.
정호성 : 의존을 했다기보다는 참고 했다. 최순실은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이다.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이 상황까지 오게 된 이유는 이 분이 밖으로 뭔가 등장하면서 일이 꼬인 거 같은데....
위원 : 그 말이 바로 비선실세라는 거다.
정호성 : 허허허...
위원 : 네. 됐습니다.
정호성 : 최순실은 대선 때부터 이런저런 신문도 많이 보고, 인터넷도 보면서, 대통령 비판 등이 걱정되어 의견을 제시하곤 했다.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의견이든 조언을 할 수 있는데, 그걸 최종 판단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여러 상황과 보좌진 의견을 확인해서 하는 거다. 최순실이 그런 의견을 제시한다고 그대로 따른다는 건, 일방적인 단정이라 생각한다.
위원 : 2013년 3월 김영재 원장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진출하려던 때, 최순실에게 김영재 관련 들은 게 있나.
정호성 : 김영재 관련해서 특별히 들은 적은 없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았다.
위원 : 어떻게 알았나.
정호성 :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고만...
위원 : 어떤 관련이?
정호성 : 제가 이번 사태 직면해서 굉장히 좀.... 뭐랄까... 참... 이거는 너무 그렇다라고 생각해서 검찰에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게, 김영재 원장은 기본 성형외과 의사이지 않나. 대통령이 여성이고 여러 가지 특수성이 있다. 내가 모시는 분의 여러 가지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 알려고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 어떤 이야기가 들려도 알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영재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더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3. 세월호 당시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다했다?

위원 : 세월호 참사 때 사고 소식은 언제 알게 됐나.
정호성 : 오전 9시 반에서 열시 사이였던 듯하다.
위원 : 어떻게 알게 됐나
정호성 :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마 TV를 틀었던 거 같다. 사고 소식은 부속실 직원들에게 들었다.
위원 : TV를 보기 전 먼저 사고 소식을 들었다는?
정호성 : 그렇다.
위원 : 그때 사고 소식은 뭐였나.
정호성 : 배가 지금 가라앉고 있다는...
위원 : 이후 조치를 취한 게 있나.
정호성 : 있다가 안보실에서 보고가 올라왔고, 기억하기로는 관저로 안보실 자료가 올라왔다는 보고가 있었던 것 같고, 대통령이 그거 보고 안보실장에게 전화한 듯하다.
위원 : 안보실장 보고건이 10시 맞나.
정호성 : 아마 그때쯤 부속실에도 올리고 관저에도 올렸다고 했다.
위원 : 인편으로 받았나.
정호성 : 안보실에서는 모두 인편으로 보낸다.
위원 : 세월호 참사 관련, YTN 보도에서 배가 많이 기울어진 것을 보았나.
정호성 : 온종일 틀어놨기 때문에...
위원 : 당시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나.
정호성 : 대통령은 둘 중 하나다. 관저, 아니면 본관이다.
위원 : 촌각 다투는 상황에서 말하는 거다.
정호성 : 김장수 안보실장도 아셨을 거다.
위원 : 김기춘 비서실장도 몰랐다고 하니 말하는 거다.
정호성 : 제가 지난 3년 넘게 경험한 거로는 본관 아니면 관저다.
위원 : 그날 대통령은 몸이 안 좋아서 관저에서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피곤해서 모든 일정 빼고 말이다.
정호성 : 일정은 내가 뺀 거다. 그즈음 피곤해했기에...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고가 발생했다.
위원 : 그럼 다른 부속실도 다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세월호 당일 피곤할 일이 있었나.
정호성 : 대통령 업무는 굉장히 과중하다.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한 상황에서 내가 굉장히 가슴 아픈 것 중 하나가 요즘 언론에 나오는 대통령은 관저에서 쉬고 미용시술 받고, 외국 순방 다니는 것만 좋아하는 식으로 매도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위원 : 4월과 5월 매주 수요일은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다.
정호성 : 매주 그런 적 없다, 지난 3년 반 동안 일정 보면 안다, 당시 한 두 달 정도 수요일에는 가급적 일정을 안 잡으려 했다. 그 다음에는 그런 적 없다.
위원 : 세월호 참사 당시 정오 이전 대통령과 대면한 적은 없나.
정호성 : 없다.
위원 : 인터폰은?
정호성 :없다.
위원 : 오전에 세월호 사고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나.
정호성 : 대통령이 안보실장과 2번 통화했고, 해경청장과 통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점심 먹으면서 전원 구조 방송을 보면서 직원들과 다행이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마 여기 있는 분들도 다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위원 : 오보 방송이 나온 게 오전 11시 2분이었다. 상황실은 그게 오보라는 것을 파악했고, 오후 12시 30분에 배가 뒤집혀 있는 것을 증인이 봤다. 대통령이 피곤해도 나와야 한다고 증인이 판단했나.
정호성 : 대통령만이 아니라 어떤 조직의 리더도 본인이 다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위원 : 변명하지 말고, 증인은 당시 대통령이 위기상황관리실에 가야 한다고 판단했나.
정호성 : 필요한 긴급조치를 다 했다고 들었고, 그 뒤 (오보 관련) 보고를 받은 거다.
위원 : 12시 이후 대면한 적 있나.
정호성 : 2시 조금 넘어서다.. 내가 그냥 올라갔다.
위원 : 왜 올라갔나?
정호성 : 상황이 잘못된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전원 구조가 오보라고 들었다.
위원 : 증인이 갔을 때 대통령은 뭘 하고 있었나.
정호성 : 뭐 했는지 나는 모른다.
위원 : 대통령은 증인에게 뭐라 했나.
정호성 : 기억으로는 전원 구조가 아니라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보고했고, 대통령이 안보실장 등에 확인해보라고 했다. 대통령은 오전에도 안보실장에 전화하고, 해경청장에게 연락하는 등 할 일을 다 했다. 대통령이 구하는 것도 아니다. 탄핵하고 비판하는 것은 정부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지만, 마치 그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굿을 했다느니 누구를 만났다느니, 미용시술을 했다느니... 이런 것은 우리 스스로가 누워서 침 뱉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이전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누구도 국민이 사고 났는데 그렇게 딴 짓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안 됐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가족이 없어서다. 대통령은 일 아니면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어디 가서 놀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불행한 삶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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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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