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하다며 기존 정당 중 한 곳에 입당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반 전 사무총장은 16일 저녁 경남 김해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동안은 고용된 신세였는데 지금은 자동차 2대, 운전수도 2명, 비서도 따로 고용하고 마포 사무실 두 곳도 내 돈으로 직접 얻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홀로 하려니 금전적인 것부터 빡빡하다"면서 "꼭 돈 때문에 당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 중에 당이 없었던 사람이 없었다"며 "설 이후 입당 여부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이 같은 반 전 사무총장의 발언은, 대의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주요 주체인 정당을, 득표 가능성이 높은 한 개인의 대선 행보에 '금전적·인적 지원'을 해주는 지원 부대로 전락시키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이 '정당 정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대선 출마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서는 반 전 사무총장은 "처음엔 유엔 사무총장 연임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언론에서 계속 언급됐다"며 "최순실 사태와 탄핵 이후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내가 안 한다고 해서 될 게 아니구나, 이게 운명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애초에는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선거를 치를 생각이었음을 대놓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탄핵 사태로 당이 쪼개지지 않았다면 새누리당에 들어가 경선을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입당 선택지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으로 좁혀진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17일 "반 전 총장의 측근이 한 달 전 구체적으로 '새누리당 민주당으로 가지 않겠다. 국민의당으로 와서 경선을 하고 싶다. '뉴DJP 연합'을 희망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 측이 2년반 전부터 저희를 접촉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의당을 노크한 것만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누리당, 국민의당 등을 노크해 왔던 것이다. 반 전 총장 입당이 유력한 정당 중 하나로는 바른정당이 꼽히기도 한다.
한편, 반 전 사무총장은 17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예방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생전에 많은 노력을 해주신 데 대해서도 마음 깊이 감사드렸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과 리더십은 아직도 국민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변혁과 통합, 개혁과 통합을 외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그런 면에서 노 대통령께서 '정치 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도 아직 우리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 전 대표의 '정권 교체' 프레임에 맞서 '정치 교체'를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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