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제왕적 대통령' 대신 '제왕적 총리'를 만들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제왕적 대통령' 대신 '제왕적 총리'를 만들자?

[프레시안 뷰] "내각제로 권력 분산?…대처를 보라!"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이제 국회에서 본격적인 개헌 논의가 벌어질 것입니다.

지금 가장 큰 쟁점은 내년 대선 전에 개헌을 하느냐입니다.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선 전에 개헌을 하려면 앞으로 2달 정도 이내에 국회가 개헌 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탄핵 결정이 언제 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 것처럼 내년 2~3월에 탄핵 결정이 난다면 그로부터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정으로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지금 시민들은 '앞으로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주권자인 국민들은 완전히 배제하고 국회의원들끼리 개헌안을 만들어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에 과연 국민들이 동의할까요?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미 개헌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국회의장 자문기구를 만들어서 몇몇 학자나 정치인들이 토론을 해 왔다고 해서, 충분한 토론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많은 국회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권력구조 개편만 하더라도 숱한 쟁점들이 존재합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 없이 권력구조 개편을 할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바꾼다고 해서 권력이 분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한 정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의원내각제는 대통령제보다 더 큰 권력 집중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 마거릿 대처 전(前) 영국 총리. ⓒ연합뉴스


아래의 표는 1983년에 치러진 영국과 독일의 선거결과를 보여줍니다.


이 해의 선거에서 영국의 보수당은 42.4%를 득표했지만, 지역구 1위대표제(소선거구제) 선거제도 덕분에 61.1%의 국회의석을 차지했습니다. 영국은 비례대표가 없고 무조건 지역구에서 1등하면 당선되는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득표율과 의석비율 간에 이런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당시 선거에서 영국 유권자들의 절반 이상은 노동당과 사회민주당/자유당 연합을 찍었지만, 국회의석 배분은 정반대의 결과였습니다. 특히 사회민주당/자유당 연합은 25.4%를 득표했지만, 국회의석은 3.5%밖에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사회민주당/자유당 연합은 꽤 많은 표를 얻었지만, 1등을 할 수 있는 지역구가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식의 선거를 통해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은 안정적인 과반수를 차지했고, 대처는 '제왕적 총리'로 군림하며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밀어붙였습니다. 대처가 누렸던 권력은 대통령에 못지않았습니다. 의원내각제 국가의 총리는 연임제한도 없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표. 1983년 영국과 독일의 선거 결과



반면 같은 해 독일에서 치러진 선거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시 선거에서 기독민주당과 기사당 연합은 48.79%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덕분에 기독민주당/기사당 연합은 49.0%의 의석을 얻었습니다.

만약 영국같은 선거제도였다면, 기독민주당/기사당 연합은 단독집권을 했겠지만, 독일은 달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민주당/기사당 연합은 국회 과반수를 만들기 위해 중도우파 정당인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독일의 선거제도는 특정 정당의 단독집권이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연립정부가 구성됩니다. 지금도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장기집권을 하고 있지만, 여당인 기독민주당/기사당 연합은 연방하원에서 49.29%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므로, 다른 주요정당인 사회민주당과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연립정부에서는 아무리 제1당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연립정부의 파트너인 다른 정당을 무시하면, 연립정부가 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당간에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게 됩니다.

이처럼 같은 의원내각제라고 하더라도 어떤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느냐에 따라 권력은 집중될 수도 있고 분산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을 하기 전에, 선거제도 개혁부터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300명의 국회의원중에 253명은 정당득표율에 관계없이 지역구 1위대표제로 뽑기 때문에, 영국과 유사한 선거제도입니다.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부터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헌 자체를 일정에 쫓겨 졸속으로 해서도 안 됩니다. 이번에 개헌을 한다면, 국민 소환, 국민 발안, 국민투표, 국민참여예산 등 직접민주주의 확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고, 기본권, 지방자치 등 논의해야 할 주제들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이 의원내각제만 도입되면 권력이 분산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이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잘못된 선거제도 아래에서 의원내각제를 도입할 경우에는 '제왕적 총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임기 제한도 없는 '제왕적 총리'가 독주할 경우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퇴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도 개혁에서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정치개혁의 입구는 선거제도 개혁이고, 법률만 고쳐도 되는 선거제도 개혁부터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하승수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