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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반기문은 과연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가?

[분석] '기름 장어' 반기문의 '자격'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정국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벌써 '검증 국면'에 돌입한 듯한 모양새다.

'박연차 게이트'의 주인공인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반 총장이 23만 달러를 받았고, 지난 2009년 검찰 수사에서 관련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권에서도 설왕설래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 총장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 예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 '찬양가'도 나왔다. 반 총장 팬클럽 '반딧불이'는 민망한 가사로 충청권의 '맹주'가 될 반기문을 '거목'으로 표현한다.

'혹독한 검증'은 시작됐다그의 대권 행보는 순항할까?

반 총장은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인가? 이미 반 총장의 대선 행보가 시작됐다는 분석은 정치권에서 '정설'이다. 반 총장은 지난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과 간담회에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그 과정에서 보고 느낀 게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이 한 몸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불사르겠다"는 표현은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및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부진한 지지율을 보이던 반 총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고 친박계와 거리를 두면서 대선 출마 선언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친박계가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섰을 때는 별다른 말이 없다가, 박 대통령이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은 후 곧바로 선을 그은 것은 '기회주의자'로 비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소폭이지만 반등하고 있는 중이다. 마침 보수 진영의 분열과 맞물리며, 반 총장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기성 정치 혐오'에 기반을 둔 '반기문 현상'은 '현상'으로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2012년 '안철수 현상'에 비하면 그 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메시지 기획의 정황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라, 반 총장의 귀국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 총장은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나 성일종 의원과 같은 충청권 인사들이 반 총장 귀국에 맞춰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여의도에서는 파다하다.

어쨌거나 시계는 빨라졌다. 반 총장은 워밍업 중이다. 이 순간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과연 반 총장에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을까? 관련해서는 법적 자격에 대한 시비도 있고, 정치 자질 문제에 대한 시비도 있다.

유엔 총회 결의안 위반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반 총장의 대선 도전은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에 위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강제적 조항은 아니지만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의무감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프레시안>의 지난 5월 23일 첫 보도로 시작된 이 논란은 1946년 1월 24일 제1차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Terms of appointment of the Secretary-General, 결의안 번호 A/RES/11(I))'를 근거로 한다. (☞관련기사 : [단독] 반기문, 대선 출마하면 UN총회 결의안 위반)

이 결의안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여러 나라들의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직위이기 때문에 최소한 퇴임 직후에는 회원국의 어떤 정부 직위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는 각 회원국과, 사무총장 본인 모두에게 의무 조항(should)으로 규정돼 있다.

"4-(b)항. 사무총장은 여러 정부로부터 비밀스러운 상담역을 하기 때문에, 모든 회원국은 그에게,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그의 비밀 정보가 다른 회원국을 당황시킬 수 있는 어떠한 정부 직위도 제안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 자신으로서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삼가아 한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은 이 조항에 왜 자신은 예외여야 하는지 설명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반 총장이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반 총장이 만약 대통령이 되면 유엔 소속 국가들, 특히 한국과 껄끄러운 입장을 가진 국가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다.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이 지난해 <포린폴리시> 인터뷰에서 밝힌 데 따르면 "반 총장은 1946년의 유엔 총회 결의안에 대해 매우 잘 알고(fully aware of) 있다"고 한다. 이 결의안의 의미를 알고도 반 총장은 "이 한 몸 불사르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자격 시비를 거는 인사들도 있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11월 한 방송에 출연, "우리 헌법에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사람'이 대통령 출마 자격이 있다. 반기문 총장은 헌법에 따라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진짜 그럴까? 공직선거법의 피선거권 조항은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 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 거주 기간으로 본다"고 돼 있다.

반 총장은 국내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피선거권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다만 유엔 사무총장 재직을 "공무로 인한 파견"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에서 논쟁이 발생할 수는 있다.

'정치 혐오' 업고 '반기문 현상' 노린다고?

법적인 자격에 이어 정치적 자질에 대한 문제도 가볍지 않다. 반 총장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며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인가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인지 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반기문 "정당이 뭐가 중요한가"…또 정치혐오 부추기나)

정당이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은, 그가 한국 사회 특유의 '정치 혐오'에 기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미 2012년 '안철수 현상' 때 한번 겪은 바 있다. 결국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5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을 가지고도 대권을 잡지 못했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현재 기관마다 다르지만 20~30% 수준으로 추정된다.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LGBT)의 인권을 강조하던 반 총장이 자신의 '소신'을 뒤집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더해준다.

반 총장은 자타공인 성소수자 인권 옹호론자다. 일례로 그는 2012년 3월 7일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현대의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나라가 동성 간의 사랑을 계속 범죄화하고 있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고, 2014년에는 유엔 직원의 모든 동성결혼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에는 뉴욕에서 열린 성소수자 인권 보장 행진에 참여, "LGBT 인권이 침해될 때, 우리가 모두 작아진다"며 "내가 이끄는 UN은 차별에 맞선 싸움에서 결코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반 총장의 측근인 임덕규 전 의원은 최근 반 총장과 통화에서 그가 "자신은 동성애 옹호론자가 아니"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의원은 "UN 입장에선 만민이 평등하다 그런 개념이지 동성애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반 총장의 해명이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만약 반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는 한입으로 두 말하는 인사가 된다. 반 총장의 그간 발언들이 이른바 '핑크 워싱(pink washing, 본인의 소신과 상관 없이 표 등을 위해 성소수자 옹호 발언을 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신을 바꾸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 총장은 어찌됐든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반기문 정치'는 누구도 알고 있지 않다. 그만큼 그의 정치 철학, 정책 비전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또한 그의 사생활이나 재산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성완종 새누리당 의원과 반 총장 주변인들의 관계들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도 여전히 잠재돼 있다. 반 총장의 동생들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들도 나온다.

반 총장이 국내에 귀국하는 즉시, 많은 이들이 그를 검증하려 들 것이다. 반 총장의 '정치'는 그런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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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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