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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정당이 뭐가 중요한가"…또 정치혐오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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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정당이 뭐가 중요한가"…또 정치혐오 부추기나

대선 가능성 열어놓으며 "盧 배신 안해…새마을 언급, 박정희 찬양 아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서라도 노력하겠다"며 귀국 후 정치 활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 사무총장은 "정당이 뭐가 중요한가"라고 하기도 했다.

반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0일(현지 시각) 연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제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에 기여할지에 대해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자신의 귀국 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귀국 후 각계 국민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직 사무총장으로서 국제무대에서 기여할 가능성'에 대해 묻자 "현 단계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더 시급한 것 아닌가"라며 "'국내 일'을 하면서 국제적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든 겸할 수 있다"고 '국내 일'을 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반 총장은 기성 정치에 대해 부정적인 시류를 의식한 듯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며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인가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인지 저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안철수 현상' 등의 연료가 됐던, 광범위한 정치 혐오 정서에 편승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는 "정당은 그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기존의 정당 정치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위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과, 반 총장처럼 '정당이 무슨 소용이냐'고 대중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굳이 말하자면 후자는 '틀린' 것이다.

반 총장은 또 그러면서도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기성 정치인들과 손잡을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와 같이 답하고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가 깊이 생각을 안 해봤다"고 했다.

앞의 '친박-비박 등의 정파가 무슨 소용인지, 정당이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다'는 말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보통 '기성 정치인들과 손을 잡는 것'으로서 정파(政派)가 구성되며, 반 총장의 말대로 '정치를 하기 위한 수단과 비전'이 정파 또는 정당이 된다.

반 총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 국면에 대해 "국민이 선정(善政)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외국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언급해 왔었다며 그런데 "뜻밖에 국민들이 촛불을 드는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니 제가 상당히 민망하다"면서 "귀국을 하지만 상당히 참담한 심정이고 가슴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이 지난 16일 미 외교협회(CFR) 간담회에서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서 특정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자신이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배신'으로 비친다는 세평에 대해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본다"며 "신뢰가 없었다면 사무총장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는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얘기 들어본 적이 없다",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생면부지의 저를 외교 보좌관으로 발탁하고 외교장관, 유엔 사무총장까지 되게 도와준 것을 (노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묘소에 참배를 했느냐 안 했느냐 문제는, 사무총장으로 있어 어려웠고 2011년 부산 국제회의 때 참배를 했다. 권양숙 전 영부인과도 얘기하며 조의를 표했고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매년 새해가 되면 권 전 영부인에게 전화를 드렸다"고 해명했다.

국제 회의 등에서 새마을 운동을 언급한 것이 박근혜 정부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 그는 "특정한 지도자를 찬양한 것은 아니고, 느끼고 들은 바를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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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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