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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밥 먹고 빗자루 들고…'국회 청소'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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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벽밥 먹고 빗자루 들고…'국회 청소' 분투기

[광장편지] 공장 담벼락을 넘어야 할 민주주의

새마음애국퉤근혜자율청소봉사단. 광화문 캠핑촌 촌민들이 결성한 청소단체가 12월6일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를 청소하러 갑니다. 국회에 악취가 진동한다는 민원이 캠핑촌에 제보됐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국회에 어떤 쓰레기들이 쌓여있는지 궁금합니다. 녹색 '새마을 모자'를 쓰고, 빗자루, 쓰레받이, 쓰레기 봉투를 들고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넙니다.

국회 본관이 보입니다. 국회 정문에서 담배 꽁초를 쓸고 낙엽을 치우던 봉사단원들이 하나둘 사라집니다. '순간이동' 실력으로 국회 안으로 들어갑니다. 화들짝 놀란 경찰들이 청소단원들을 찾아 이리저리 헤맵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청소는 청소업체에서 하니까 밖으로 나가주세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 청와대와 국회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 청소봉사단이 온 거예요."
"수백억 뇌물을 갖다 바친 재벌들의 부패와 비리를 청소해야죠. 박근혜만 내려오면 되나요? 박근혜 적폐를 청소해야죠."

청소봉사단 일원인 스님은 청소 현장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합니다. 학생, 예술가, 해고자, 시민들 30여 명이 신나게 국회를 청소합니다. 전경련 집회를 마치고 돌아온 현대차, 기아차 비정규직, 유성기업 노동자들도 청소에 합류합니다. 30여분 만에 국회 밖으로 밀려나오고, 국회 정문은 철문으로 닫힙니다. 청소봉사단은 국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합니다.

ⓒ정택용

국회 청소에 나선 시민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수억 씨가 보입니다. 그는 6일 새벽 화성공장을 나와 국회 본관 후문으로 갔습니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작은 현수막 하나를 챙겼습니다.

그가 호주머니에 챙긴 현수막에는 '불법파견 전원 정규직 전환'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는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노조의 대표, 1877명 조합원이 뽑은 기아차화성 사내하청분회장입니다. 2014년 9월25일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공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기아차 정규직 노사는 지난 10월31일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기아차 비정규직 4712명중 20.1%인 950명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안에 합의했습니다. 법원이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정규직이라고 인정한 생산공정 근무자 3400명 중 27%입니다.

김수억 분회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화성공장 1900여 조합원 중 600명만 정규직화, 나머지는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사측 안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항의로 독자 파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규직 노사는 합의안에 서명했습니다.

김수억 분회장은 정몽구 회장이 법원에서 정규직이라고 인정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요구는 외면하면서 박근혜-최순실 재단(미르, 케이스포츠재단)에 128억을 갖다 바쳤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기아차에서 일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을 거부하면서 최순실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62억 원의 광고를 주고, 정유라 친구 부모가 운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이 11억 원대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뒷거래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 용서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새벽밥 먹고 국회를 찾은 이유입니다.

기아차 비정규직이 국회를 찾은 이유

국회 청문회장 입구. 수많은 카메라가 재벌 총수들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9시25분 가장 먼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도착했고, 10분 후 드디어 정몽구 회장이 국회에 나타났습니다. 김수억 분회장은 가까이 다가가 현수막을 높이 들었습니다.

그는 젖 먹던 힘까지 목청껏 구호를 외쳤습니다.

"재벌들도 공범이다 재벌총수 구속하라. 재벌들도 공범이다… 억, 억, 억."

10초도 지나지 않은 순간, 누군가 손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고, 검은 옷을 입은 덩치가 큰 사람들이 그를 덮쳤습니다. '모히칸' 머리를 한 키 큰 사람이 그를 뒤로 넘어뜨렸고, 누군가는 그의 손에서 현수막을 낚아채 사라졌습니다.

김수억 분회장의 머리는 아스팔트에 '쾅' 하고 부딪혔고, 안경이 떨어졌습니다. 허리와 목에 심한 통증이 왔지만, 그는 일어나 자신을 덮친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국감장 안으로 들어가자, 정몽구를 지키던 괴한들 50여 명이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언론사 기자들은 수백 대의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는 국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수억 분회장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기아차 공장 안에서,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폭'과 다름없는 경비대들에게 수도 없이 폭행을 당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아픈 몸을 추스르고 국회 앞으로 가서 기자회견을 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전경련까지 행진하고, 다시 국회로 돌아와 청소를 했습니다. 긴장이 사라지자 머리와 어깨, 허리에 심각한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정몽구 괴한 일당에게 습격당하다

공장으로 돌아간 김수억 분회장은 오후 4시쯤 <오마이뉴스>에 자신의 폭행당한 기사를 봤습니다. 동영상을 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질의를 하자, 정 회장은 "폭행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알아보겠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다"고 말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순간, 그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광화문 캠핑촌에도 알렸습니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에게 제보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울산 보안운영팀 박○○ 차장이 현장에서 20여 명을 지휘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김수억을 뒤로 넘어뜨린 사람은 보안운영팀 김○○ 사원이라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도 받았습니다. 비교해보니 정확했습니다. 한 지인이 울산에서 찍은 사진과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괴한들의 사진을 비교해 올려주었습니다. 울산에서 폭행 당사자와 책임자의 핸드폰 연락처까지 보내주었습니다.

7일 김수억 분회장은 울산공장 보안업무 담당 부장, 폭행 지휘자, 당사자 등 8명을 형법상 특수상해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전치 3주의 진단서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습니다. 성명불상 괴한들도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추가 고소할 계획입니다.

폭행 지휘자는 동영상까지 찍혔는데 서울에 간 적이 없고, 김○○씨가 현대차 직원이 아니라고 발뺌합니다. 김○○씨는 페이스북 사진을 삭제했습니다. 울산공장 경비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경비들이 노동자들을 폭행하는 일이 울산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울산 경찰, 검찰은 물론 언론도 이런 일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울산공장에서 늘 하던 것처럼 서울에서 회장님을 보호한 것뿐인데 국회의원과 언론이 이렇게 난리를 칠 줄 몰랐겠죠.

현대차 경비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집회에서 가장 전투적으로 싸워 부상을 입거나 혁혁한 공과를 세워야 파견직 → 계약직 → 정규직으로 승진합니다. 가장 악질적인 경비를 정규직으로 만들어주며 충성 경쟁을 벌이게 합니다. 광장의 촛불과 민주주의가 공장 담벼락을 넘지 않으면 공장의 폭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박점규

공장 담벼락 앞에서 멈춘 민주주의

국회 청문회에 나온 재벌 회장들은 모두 입을 맞추어 '삥' 뜯긴 피해자인양 행세했습니다. 어릴 적 일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는 서울 용산중앙시장에서 리어카로 과일 장사를 하셨습니다. 매일 '떡대'가 좋은 남자 둘이 나타나 어머니에게 돈을 받아갔습니다. 초등학생이던 저는 "엄마, 이상한 아저씨들에게 왜 돈을 주는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엄마는 여기서 장사를 하려면 돈을 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질서유지와 청소를 명목으로 리어카 장사를 하는 상인들 모두에게 돈을 뜯어갔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용산시장 조폭들. 이들 뒤에는 상인연합회가 있었습니다. 조폭들에게 돈을 쥐여주며 상인들 돈을 걷어오게 한 것입니다.

2016년 박근혜 게이트는 재벌들이 박근혜에게 돈을 찔러주고, 박근혜가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재벌들의 곳간을 채운 사건입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98억 원의 수수료를 주고, 박근혜-최순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국민연금 6000억 원을 털어먹고, 수조 원의 부당이득을 이재용에게 안겨줬습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재단에 128억, 최순실 광고회사와 정유라 친구 부모 회사에 73억 등 201억의 공금을 건넸습니다. 그 대가로 정부는 노동법 개악을 강행하고, 쉬운 해고,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로 직장인들 호주머니를 털어갔습니다. 10년 넘게 저지른 불법파견 범죄에 면죄부를 받았고,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정의선 경영승계의 탈·불법 행위도 모두 눈감아 주었습니다.

1978년 용산중앙시장에서 봤던 조폭과 상인연합회, 2016년 박근혜와 재벌 총수, 누가 더 나쁜 놈일까요?

국민들 호주머니 턴 조폭의 배후

7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으로 청소를 떠난 봉사단이 돌아오고,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광화문 광장에 어둠이 내렸습니다. 여섯 차례 촛불항쟁에 참여한 연인원 650만 명의 요구는 "박근혜 당신은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탄핵을 넘어, 박근혜의 부역자들, 박근혜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들어 촛불을 밝힙니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도 말합니다. 청와대로 행진합니다.

"박근혜는 감옥으로! 남은 삶 감방에서!"

목이 쉬도록 외치고 또 외칩니다. 청와대 입구,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파주에서 유모차를 끌고 전철을 타고 온 아이 엄마가 눈물로 외칩니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고립무원의 박근혜 씨, 그는 어쩌면 시민혁명 정국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재벌을 중심으로 새누리당, 검찰, 국정원, 언론들이 함께 벌인 범죄인데, 자신만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억울함을 풀어줘야겠지요. 박근혜 적폐의 범죄자들을 모두 '순실 옆방'으로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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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서 선전홍보, 단체교섭, 비정규직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2008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기구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2010년 11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5일 점거파업에 함께 했고, 이후 한진중공업, 현대차 비정규직, 밀양 희망버스에 함께했습니다. 저서로는 <25일>, <노동여지도>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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