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소추안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 부분이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이런 탄핵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표라는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을 채우기 위해 이 부분을 제외하자는 요청이 여당 비박계에서 나온 것.
야3당은 지난 3일 공동 발의한 탄핵소추안의 '탄핵 사유' 부분에서 "대통령은 국가적 재난과 위기상황에서 국민이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고결정권자이자 책임자인 대통령이 아무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 재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같이 대응한 것은 사실상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할 것이고, 이는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관련 기사 : [전문]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탄핵소추안 기초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이 부분은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최순실 씨와 어떤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든지 또는 무슨 의료행위를 받았다는 등의 의혹과는 별개로 '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로서 탄핵 사유가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금태섭 "국회, 탄핵마저 제대로 못하면 끝이다")
그러나 9일 오전,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탄핵 동참의 조건은 전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지금 새누리당 내에서 '세월호 부분'이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의원들이 확인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이 우리가 관철해야 할 국민의 뜻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야당이 숙고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야당이 진정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다면, 불필요한 다른 논쟁보다는 '탄핵안 가결'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다만 황 의원은 '세월호 부분을 빼자'는 것은 비상시국회의의 입장은 아니며, 새누리당 내 중도파 의원들을 탄핵 찬성에 동참시키기 위해 이같은 요청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전날 <한겨레>와 SBS <뉴스8> 보도에 따라, 세월호 사태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일부가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여론의 뜨거운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이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의 '요청'을 받아줄 만한 상황이 아닌 것.
당초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은 탄핵 가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유연하게 검토"(지난 5일,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30일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자신이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과 만나 "우리 국민의당 원안에는 그러한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설득했다고 공개 회의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9일 현재 시점에서는 두 야당 모두 고개를 젓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세월호 부분에 따라) 상당한 변동 가능성이 있다. 고민 중"이라면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왜 강하게 반발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7시간 사이에 대통령이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만지는 데 상당한 시간을 썼다는 보도로 국민 분노가 심한 상황에서 이게 쟁점이 돼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당은 결국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뺄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날 낮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7시간 부분을 처음부터 소추안에 반영하자고 주장했던 것은 우리 민주당"이라며 "비박계, 그리고 수도권 등 뉴스에 민감한 지역에서 적은 표차로 당선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민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소추안 수정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당은 아예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세월호 7시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금 현재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그대로 갈 것"이라고 공개 선언까지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부에서 이 '7시간'을 제외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야3당이 합의(해서 소추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이것을 제외시키려면 반드시 야3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당은 아무런 요구도 없었다"고 천명했다.
문제는 "과연 이것을 넣으면 부결될 정도의 사안인지"(우상호 원내대표, 기자 간담회) 계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9일 오후 현재, 야권 '전략가'로 꼽히는 우 원내대표의 계산은 이렇다. "세월호 문제가 쟁점이 안 되는 경우라면 (비박) 29명에 일부 (새누리당 내) 개별 참여자 5~6인으로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복잡해졌다."
일각에서는 비박계의 '요청' 배경에 대해 의심 어린 시선도 나오고 있다. 비박계가 확보한 표가 실제로는 29표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고, 때문에 만에 하나 탄핵안이 부결됐을 때 '왜 29명 찬성이 안 나왔는지'에 대한 명분을 미리 마련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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