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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꼼수'를 원천봉쇄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른백년 칼럼] "개헌 논의는 시민의회로 넘겨라"

현재 기득권 여기저기에서 피워 올리고 있는 개헌론은 '연막탄 기만술'이다. 개헌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우선 제1야당이 반대하는 한 그런 식의 개헌은 원천적으로,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개헌을 운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연막이 자욱한 가운데 재빠르게 장소 이동, 신분 세탁을 해 '신(新)주류'와 '신다수'를 만들어보겠다는 속셈이다. 소위 '신보수 정계개편론'이다.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에도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의 암시가 있었다. 탄핵 시도를 물 먹이고 촛불 민심이야 어떻든 끝까지 버텨보겠다는 검은 심보에도, 요상한 개헌론이 기만의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야,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한 존재다. 기만적 개헌론의 선봉이 될 수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세 번째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약은 구렁이는 물샐 틈을 잘도 찾는다. 그 선봉은 김무성 씨 등 비박과 친박을 왔다 갔다 하는 새누리당의 동요 세력이다. 이들이 흔히 끌어들일 대상으로 운위하는 인물로 안철수 씨, 손학규 씨, 더하기 포장지로 반기문 씨가 있다. 그렇게 얼기설기 이어 붙이면, '제1야당을 압도하는 큰 덩어리가 된다'라고 꿈을 꾸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는 버리고'라는 전제 위에서다.(그러나 박 대통령은 끝까지 이들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들 기만적 개헌파의 목표는 현행 헌법상의 대선이지, 개헌 자체가 아니다. 어차피 안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저 그렇게 모아서 대선에서 이기면 된다고, 게임 오버(게임이 끝났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 얄팍한 수작에 야권은 넘어가고 말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나는 정의당 심상정 씨와 노회찬 씨의 팬이다. 요즘 국민의당 박지원 씨의 노련한 활약에도 놀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무력한 행태에 많이 실망했지만, 그럴 정도로 어수룩하게 몽땅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침몰하는 여권의 연막 개헌론을 따라가자니 말이 안 되고, 무시하자니 그도 말이 안 된다. 개헌은, 제대로 된 총체적 개헌은, 국민의 여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씨가 개헌 논의는 다음 정부로 미루자고 하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그냥 무(無)대책으로 들린다. 무성하게 말이 나오는데, 그걸 다 없는 것으로 무시할 수 있는가. 그러다 보니, 지금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부동의 제1주자로 그저 버티기로 일관한다는 항간의 사시(斜視)를 풀어주지 못한다. 정치적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계속 놓치고 있는 셈이다. 그 부동이라고 해봐야 딱 붙은 20%다. 그렇게 '안전빵'으로 끝내자는 허약한 전략이 험난하고도 무쌍(無雙)할 전도에 결국 승리로 마감될지 누가 확신하겠는가. 지난 대선의 모든 허약함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 가슴이 섬뜩하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퍽 다른 존재라는 것을 지난 대선에서 느꼈다. 대통령 후보는 오히려 결사적이다. 그런데 그와 다르게 느긋한 국회의원 계급이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지역구와 재선이 중요하지, 대선 결과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제 지역구만 지킨다면, 재선만 보장된다면, 정치적 이합집산은 캐비어처럼 즐기는 입안의 고급 도락(道樂)이다. 이들의 도락은 찬란하다. 최순실 씨는 그런 문화 풍토에 활짝 피었던 요화(妖花)일 뿐이다. 어느 국회의원, 어느 고급관료가 그들의 은밀한 유혹을 거절했던가? 지금 국회, 여야는 자신의 힘으로 제대로 된 개헌을 할 수가 없음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지금 촛불 민심은 거대하고 특별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과도 다르고, 1987년 6월의 열기와도 다르다. 2008년에는 좌절했고, 1987년에는 속았다. 이젠 좌절하지도, 속지도 않을 거대한 힘이다. 국가 권력, 주권의 핵심 문제를 매일 뚫어보고 있다. 광화문 광장만이 아니다. 사이버 광장에서 수천만 건의 교신 학습이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대통령이어야 하는가, 어떤 국회여야 하는가, 어떤 나라여야 하는가, 매일 주시하고 공부하고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나라를 새로 세우려는 에너지요, 입헌적, 제헌적 민심이다. 제2의 건국을 요구하는 국민적 의지다.

이럴 때 주권자인 국민의 힘을 진실로 믿는 '진국(眞國)'(민(民)) 정치인, 국회의원들,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제2건국을 요구하는 거대한 국민적 의지에 몸체를 부여하는 일에 이들이 겸허하게 자기 희생적으로 나서주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미 시민 사회 일각에서는 밑으로부터의 광범한 민회 운동이 제안되는가 하면, 놀랍게도 '혁명정부를 수립하자‘고 용감하게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놀랍게도, 이 같은 제안은 '중고생연합'에서 나왔다). 원론적으로 다 좋다. 그러나 현 상황에 선명한 효과를 가져다줄 실효성과 현실성, 국회와의 연계와 협력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과거의 원론 수준에서 두세 단계쯤 진화된 형태의, 그 실효성과 현실성이 널리 검증된 확실한 방법이 있다. 시민의회가 그것이다. 앞서 '백년포럼'에 쓴 칼럼 중 일부다.(☞ 바로 가기 : 차은택의 머리는 누가 깎아 주었나?)

"시민의회를 소집하라. 국회의원과 동수의 시민의회 의원을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한 층화무작위 샘플링(stratified random sampling)으로 뽑으면 된다. 이 시민의회에서 제대로 된 개헌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가 최대한 협조하면 된다.

시간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다.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개헌안을 시민의회 의원들 앞에 충분히 개진하라. 시민의회는 그 개진된 의견들을 놓고 가장 공정하고 사심 없는 토론을 통해 최선의 개헌안을 채택할 것이다.

시민의회(Citizens Assembly)는 이미 선례가 많다. 바로 이 시간에도 아일랜드에서는 시민의회가 소집되어 개헌을 논의 중이다. 2013년에도 시민의회에서 개헌안을 논의한 바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2012년 시민의회에서 새 헌법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을 위한 시민의회 소집으로 영역을 넓히면 그 사례는 크게 늘어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온타리오 주, 네덜란드, 영국, 벨기에, 호주 등이 그렇다."

시민의회는 국회가 소집해 줘야 한다. 우선 '시민의회법'을 가능한 한 빨리 발의해 가결해 줘야 한다. 야3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법을 실행하면 된다. 입법 취지는 간단하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야 할 국가의 중대한 사안에 관해 시민의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하면 된다. 이하 여러 구체적인 법률적 사항들은 이미 여러 나라에 '시민의회법'이 존재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된다.

거대한 입헌적 에너지가 끓어오르고 있는 대한민국의 이 순간은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적인 형태의 시민의회가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누가 말했다는 '우주적 기운'이 바로 이 곳에 모이고 있다. 이번에는 진짜다. 평화로우면서도 거대하고 강력한 기운이다.

시민의회의 본체는 물론 무작위 선발된 시민의원단이다. 여기에 정당, 시민사회단체의 지도적 힘을 적절히 배합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다. 개헌논의는 시민의회에서 하면 된다. 차분하게, 가장 투명하고 공정하게 논의하고 검토할 것이다. 국회는 그 결과를 받아 심의 가결하면 된다.

기만적 개헌 논의를 원천 봉쇄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민의회 소집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다. 개헌 논의는 시민의회로 넘겨라. 그럴 때 연막용 개헌 논의는 사라지고 실효 있고 내실 있는 개헌 논의가 차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또 그래야 대통령 탄핵, 퇴진, 잔당 척결, 차기대선 준비라고 하는 만만치 않은 정치 일정이 기만적 개헌론에 휘말리지 않고 한 길로 힘차게 나갈 수 있다. 또 하나의 큰 부수 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시민의회 소집에 대한 동의 확산 과정, 법률 입안, 통과 과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정당, 국회, 시민사회를 넓게 포괄하는 정치적 연대가 형성될 것인데, 그렇게 형성된 연대는 민주적 차기 정부의 태반이자 등뼈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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