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개헌 주장은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 아니 반동(反動)적이기까지 하다.
봄이 가니 여름이 온다는 당연한 얘기처럼 언젠가 개헌은 필요하다.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집중을 분산시키는 개헌은 우리시대의 과제이다. 그러나 왜 지금이어야 하나?
권력분산의 대안으로서의 개헌은 내각제부터 이원집정부제까지 이해 당사자간 입장의 차가 너무 크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가능한 것이다. 차기 대권주자들이 공약을 통해 국민과 합의하고 차기 정권에서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분권의 초보적 첫걸음인 총선에서의 소선거구제 개선과 비례대표제 확대조차 거부하던 자들이 갑자기 분권을 이야기 한다.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 시급한 것은 대통령에 의해 방치되고 저질러진 국정농단과 헌법유린을 단죄하기 위해 신속히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조기 대선으로 마무리 될 수밖에 없다.
시급히 부정선수를 실격처리하고 재경기를 치러야 할 때인 것이다. 개헌은 자기 팀에서는 경기에 뛸 마땅한 선수가 없으니 관중석의 응원 점수로 승자를 정하자는 격으로 사리에 맞지 않는 궤변이다. 조기대선에 놀라 괜한 본전 생각으로 주판알 튕기지 말자. 준비가 되어도 안 되어도 그것 또한 운명일 뿐이다.
무엇보다 개헌이 갖는 정치적 퇴행과 반동성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개헌을 주장하는 자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기 보다 지역과 계파라는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이나 원로 중진 정치인인 점은 우연이 아니다.
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권력의 중심을 의회로 옮기는 것은 국민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정치의 책임성을 높이고 정당의 역할을 높일 수 있는 안정적 권력체제이다. 안정적이라는 말은 변화가 어렵고 정치체질이 보수화 된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영국이 한국보다 초선 진출이 낮고 재선 및 다선위주라는 사실의 의미를 잘 새겨보아야 한다.
내각제는 소선거구제를 대신해 중선거구제 또는 대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한다. 선거구가 넓어지면 본 선거에서는 얼마나 알려져 있는가, 즉 명망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미 의원에 진입하여 지역기반을 다진 현역 중진의원에게 유리할뿐 정치신진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또한 정당의 공천에서는 계파와 지역기반이라는 기득권세력의 입김이 보다 강화되는 구조가 된다.
현재 한국의 야당이 일하는 다수국민,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충분히 진출한 상황이 아니고 여당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대표자들이 아닌 성장과 안보에 기댄 극우들이 장악한 상황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들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내각제는 여야를 불문하고 지역, 계파, 이념의 파벌을 유지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들이 다수의 국민들의 정치적 진출을 가로막는 사다리 걷어차기 일뿐이다.
현재 내각제 개헌은 분권의 깃발을 들었으나 본질은 낡은 기득권 정치세력의 정치지분 나눠먹기 일뿐이다. 또다른 역사의 퇴행이고 반동일 뿐이다. 개헌 추진 세력들은 대통령제 문제점에 목청을 세우기 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을 대변하는 튼튼한 정당을 먼저 준비하고 있는가를 뒤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개헌의 진정성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개헌주의자들이 먼저 앞장서 대통령 퇴진과 탄핵의 촛불을 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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