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의 파장에 맞서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야당 뿐 아니라 새누리당 내에서도 나왔다.
새누리당 비박계 대선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청와대와 친박계가 트럼프 당선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청와대와 친박이 트럼프 당선을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 지사는 "벌써부터 '청와대와 친박이 최순실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얘기까지 들린다"며 "트럼프의 당선으로 경제·안보 등 국내외 정세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이 결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으로 대변되는 '실패한 리더십'의 복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남 지사는 "대통령은 하루 빨리 2선 후퇴를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새누리당 이정현 지도부를 향해서도 "친박은 마지막 패권적 욕심을 버리고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그것만이 국민과 역사 앞에 용서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도 이날 이정현 대표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충성"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진 기사를 언급하며 "'사태 수습을 위해 사퇴하지 않고 있다'는 현 지도부의 '사태 수습' 방식이 이런 읍소나 야합이라면 없던 기대가 더 사라진다. '진박(진실한 친박)' 지도부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일부 언론의 카메라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정현 대표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박지원 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이 담겼다. 이 사진을 보면, 이 대표는 박 위원장에게 "장관님, 백 번 이해하려고 해도 이렇게 반복해서 '비서' 운운하시니까 정말 속이 상합니다. 아무리 아래지만 공당의 장수인데 견디기가 힘들어집니다. 어르신이잖아요, 장관님. 정현이가 죽을 때까지 존경하고 사랑하게 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박 위원장이 "그러니까 잘 해. 이해하고, 알았어요"라고 답장을 보내자 이 대표는 "충성, 충성, 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 충성"이라고 재차 답을 보낸다.
당 비박계로부터 거듭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박 위원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것은 또다른 악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장자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 해도, 자당 대표가 다른 당의 대표에게 '충성'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본 새누리당 의원과 당원들의 기분은 썩 좋지 않을 게 당연하다. 이준석 전 위원의 반응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들어 예정에 없던 초·재선 의원 간담회를 잇달아 개최, 눈길을 끌었다. 간담회 논의 주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해법과 당내 현안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6일부터 이 대표에게 '동반 사퇴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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