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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리스크, 미국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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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리스크, 미국 급해졌다

[정욱식 칼럼] 지지율 5% 박근혜, 사드 밀어 붙일 동력 없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 한국 내 사드 배치에 쐐기를 막으려고 하는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은 11월 4일 "사드 포대의 한국 전개는 한미 동맹 차원의 결심으로,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8∼10개월 안"이라는 목표 시점을 처음으로 밝혔다. 또한 "한국에 오는 사드 포대는 괌 포대보다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루 전날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현 시점에서 사드 배치 계획을 포함해 한미 동맹 관계의 중요한 우선순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는 필수적이고 상식적인 체계"이고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어떤 신호를 주려는 목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동맹국인 한국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초래된 '자괴감'과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시민 혁명의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민주주의 동맹국임을 자처하는 미국이라면 차분히 이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런데 조바심을 느낀 나머지 사드 배치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다.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편협한 잇속만 챙기려고 한다. 이건 경우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대단히 염치없는 짓이다.

사드는 미국이 만들고 미국이 배치를 요청했으며 미국이 운용할 '전략 자산'이다. 그런데 7월 8일 사드 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대해 한국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사드 배치에 가장 강력하게 반발해온 중국을 납득시키는 데에도 실패했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나면서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그 최대 피해자가 바로 사드로 지켜주겠다던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는 점이다. 날벼락을 맞은 성주 군민과 김천 시민들은 일손을 놓고 매일 저녁 촛불을 밝히고 있다. 벌써 120일(성주)과 70일(김천)을 넘겼다. 중국의 유무형의 보복이 지속되면서 한국 국민들이 입고 있는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오바마 행정부는 박근혜 정부에게 계속 밀어붙이라고 채근하고 있다. 미국은 지지율이 5%까지 떨어진 박근혜 정부에게 이럴 동력이 있다고 믿고 있는가? 루비콘 강을 건넌 한국인의 민심이 사드는 봐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이 이럴수록 '내가 이러려고 한미동맹을 지지했는가'라는 한국민들의 의구심이 증폭될 것이라는 점을 정녕 모르고 있단 말인가?

이미 많은 한국 국민들은 사드의 효용성과 득실 관계뿐만 아니라 그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더 빨리 더 크게 사드 기지를 만들려고 할수록 한미 동맹의 건강한 발전은 더더욱 힘들어진다.

안타깝게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여러 가지 업적을 이루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 하에 북핵을 방치하고, 북핵 위협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무기 판매를 늘리고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축하려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컸던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백해무익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이를 하루속히 백지화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도 나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차기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새로운 시작'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자, 지난 4개월 동안 사드 배치 결정으로 고통을 받아온 많은 한국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성주와 김천,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는 한국인들이 작은 촛불로 추위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조속히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함으로써 이들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한미 동맹이 이 정도로 흔들릴 정도로 약하지는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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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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