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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서민 등쳐 재벌에 돈 갖다 준 게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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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서민 등쳐 재벌에 돈 갖다 준 게 본질"

[현장] 박근혜 최악의 실정 4년…'최순실 게이트' 계기로 민심 폭발

날씨는 초겨울에 접어들었다. 영상 4도를 기록한 쌀쌀한 날씨,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 촛불을 들고나온 3만 여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평화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9월 백남기 씨 사망을 계기로 벌어진 규탄 시위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집회였다.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인 지난 2014년 5월 24일 대규모 집회와 비슷한 수준인 3만여 명(경찰 추산 1만여 명)이 모였다.

2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7시 30분경부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시민들은 "하야해",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종각역 인근을 돌아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향했다. 시민들은 청계광장에서 북인사마당까지 약 1.8킬로미터(km) 가량 이동했다.

이날 집회는 비단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태 때문만에 성사된 것은 아니다. 경제·민생 정책 실패, 재벌 개혁 실패, 각종 공공 부문 민영화 등를 비롯해, 그간 벌여왔던 검경을 앞세운 공포 정치, 공안 정치, 최악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 등 박근혜 정부 4년 간의 총체적 실정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다.

"박근혜 정권이 재벌과 함께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의료 민영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고발하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재벌들은 지금 마치 박근혜 정권에 '삥을 뜯긴(돈을 빼앗겼다는 의미의 속어) 척'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벌이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입니까? 재벌들은 박근혜 정권의 공범입니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보십시오.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돈을 집중적으로 거뒀습니다. 800억 원입니다. 2015년 12월 31일부터 현대차가 400억 삼성화재가 34억, LG가 30억, 마지막 1월 12일 SK가 25억 이렇게 냈습니다. 바로 그 다음 날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해서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을 해야 하고 의료 개혁을 해야 하고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해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바로 그것이 지금 철도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있는 노동개악에 대한 법이고,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있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반대입니다.

여러분, 이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이게 나라입니까. 돈 800억 받고 재벌 세금 수 조원 깎아 주고 이런 것을 거래하는 것이 박근혜 정권입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재벌들이 피해자입니까. 재벌들은 이 정권의 공범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명한 것, 기억하시죠? 장관들 다 줄줄히 서명해서 1000만 명 서명했다고 난리쳤습니다. 바로 사유화된 국가 권력을 가지고 박근혜와 최순실이 이 나라를 말아먹고 서민을 등쳐서 재벌들에게 돈을 가져다 준 것이 바로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입니다."

▲29일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에 모인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헌정 중단'에 분노한 시민들, '박근혜 4년'을 폐기하다


행진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행진 인원이 워낙 많은 탓에, 선두 대오가 종각역 인근에서 경찰차벽에 막히자 대오 끄트머리에 있는 시민들은 행진 시작 20분이 지날 때까지 청계광장조차 빠져나가지 못했다. 종로 방향으로 가던 시민들은 방향을 틀어 광화문광장으로 향했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대치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대오가 광화문 북단을 향해 행진하자, 오후 8시경 경찰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을 기준으로 좌우에 병력을 길게 배치해 행진을 막았다. 경찰은 오후 8시 40분께부터는 "도로 점거나 폴리스라인 훼손은 평화적인 모습이 아니"라며 "캡사이신을 사용하겠다"고 경고 방송했다. 시민들은 "백남기 농민처럼 우리도 죽이려 하느냐"고 분노하며 "비켜라" 구호를 외쳤다. 시민과 경찰은 밤 11시 현재까지 광화문광장서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큰 충돌은 없었으나, 양측간 대치는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이날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게이트'의 피상적 사건을 보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 지난 4년 간 곪아왔던 거대한 부조리극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해괴한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온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이었던 보수층마저 충격에 휩싸인 상황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2월 25일 열린 취임식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나는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했다.


그런데 헌법 수호의 최일선에 선 박 대통령 스스로 헌법을 파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이 권력을 위임했던 대통령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일개 사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통치가 자행돼 왔던 셈이다. 그 사실이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나면서, 헌정 질서가 이미 중단돼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시민들이 알게 됐다. 이날 집회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이해될 수 있다.

이날 집회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풀뿌리시민연대 등 5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주관했다. 여기에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태에 분노한, 조직되지 않은 시민들도 다수 참여했다. 투쟁본부는 다음달인 11월 12일 약 15만 명 규모의 민중총궐기 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투쟁본부는 매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박 대통령 하야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다"며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인근에 출동한 경찰 살수차.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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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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