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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도 광해군도 하야했다. 박근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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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연산군도 광해군도 하야했다. 박근혜도…

[민교협의 정치시평] 하야(下野)만이 국민에 대한 책임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통령의 하야 사건은 그치지 않았다. 국민 주권의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리거나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위반한다면 의당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

한국 현대사 속 하야한 대통령들

하야한 첫 번째 대통령이 바로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임기 12년간 정치적 무능과 부정 부패 공화국을 만든 이유로 1960년 4.19 혁명에 의해 하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대통령은 4월 혁명과 전 국민적 민주화의 요구에 힘입어 1960년 8월 내각책임제 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 윤보선이었다. 윤보선 대통령은 박정희 소장의 쿠데타에 의해 1962년 3월 하야해야만 했다. 박 소장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후, 국정을 정상화시키고 '군으로 돌아가겠다'던 스스로의 '혁명 공약'을 저버린 채, 정치적 난국을 빨리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윤보선 대통령을 사임하도록 만들었다.

윤보선을 정치적 무능을 빌미로 하야시켰던 세 번째 대통령 박정희가 결국 그 자신도 장기 독재와 정치적 무능으로 인해 최측근에 의해 1979년 10월 26일 생물학적으로 하야(?)되었던 사실은 아이러니컬한 비극적 역사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은 하야 외에 구속 사건으로도 나타났다. 1995년 11월과 12월 노태우와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 역시 12·12 쿠데타와 5·18 관련 민간인 학살, 거액 수뢰 혐의 사건으로 구속되어야 했다.

민주공화국에서 수렴청정이 웬 말인가?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2012년 12월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 5년간 엉망이 되어 버린 국정,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문제나 대학생 반값 등록금 문제 등이 주요 현안으로 논쟁될 무렵이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구체적인 답변을 생략한 채 밑도 끝도 없이 "그래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거 아니에요, 제가?"라는 말로 일축했다. 성의 없는 답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국민들은 그를 준비된 대통령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재임 3년 반만에 한국은 수렴청정의 나라가 된 듯하다. 며칠 전(10월 25일) 박 대통령은 95초 동안 최순실 사건에 대한 어설픈 해명과 사과를 했다. 그 발표 과정에서 언급되었던 임기 초반(출범 이후 2014년 7월까지라는 주장은 새로운 증거 자료에 의해 벌써 허물어졌지만) 민간인 신분의 최순실의 의견(?)을 구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역사적으로 상상하면, 성인이 되기 전의 어린 왕 대신 어머니를 포함한 최측근에 의한 수렴청정이 이뤄진 것과 유사하다.

과연 대통령은 수렴청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유아와 같은 존재였고, 그런 사람을 국민들은 국가 최고 책임자로 선출했단 말인가? 국민의 입장에서 정체성도 알 수 없고, 어떠한 국정의 책임도 지지 않는 대통령의 개인적 최측근에게 국정을 맡긴 일이 사과 한 마디로 아무 일이 아닌 듯이 무마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샤머니즘 무당이 나라를 지배해왔다는 말까지 들린다.

수렴청정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JTBC 보도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 도배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신비주의의 민낯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찍이 신비주의를 콘셉트로 삼아왔다. 2014년 정윤회 사건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최순실 사건들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문득 몇 년 전 김문수 당시 경기지사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2011년 11월 10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핵심을 꼬집었다. "실력은 검증된 게 없는데 주변에서 신비주의로 감싸고 있고 이건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다" 또한 "지금 박 전 대표는 매우 인기가 높지만 실력을 가늠할 길이 없고,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미소의 의미가 뭐고 옷을 뭘 입었고 머리는 어떻게 바뀌었다는 게 관심의 초점"이라는 식의 내용이다.

최근 몇 달간 청와대와 전투를 치르다시피 한 <조선일보> 측에서도 이번 최순실 사건 등을 이전투구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TV조선 보도 영상에서는 해외 순방을 앞둔 박 대통령의 옷을 고르고 있는 최순실의 모습이 공개되었다. 그가 고른 옷들은 여지없이 해외 순방길에서 대통령의 입성으로 등장했다.

최순실은 사실상의 '만능 비서'였는지, 비록 나이는 대통령보다 어리지만,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는지, 또는 정신적 지도자였는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최순실이 소위 '영생교' 제2대 교주(1대 교주 최태민)라는 소문도 회자되고 있다. 마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대재벌은 정상적인 세금에 대해서는 온갖 탈루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최순실 교단에 헌금을 내듯이 그가 실세인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만드는 데에는 800억 원을 쾌척하지 않았던가?

나아가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의 취임 전후로부터 최순실은 의상 결정은 말할 것도 없고, 드레스덴 선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특사단 접견이나 중국 특사단 추천 의원 등 중요한 국정 현안이나 외교 현안까지 관여했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실제로 법정에 가봐야 알겠으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의 혐의로 명백한 범죄 행위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전 국민적으로 충격을 던진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사건 당시의 7시간의 비밀을 둘러싸고 최순실과 관련된 저간의 소문이 무성하게 되는 데에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가 분명해지는 듯하다.

최고의 권력과 최고의 책임은 동전의 앞뒤

최고의 권력은 최고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그간 아무리 국민들이 목소리를 높여도, 분노하거나 자살로 삶을 포기해도 대통령이 내놓은 해법은 대체로 과녁을 잘못 맞춘 화살이었다. 2012년 경제 민주화 공약을 걸고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었으나, 대통령은 출범 직후 경제 민주화를 사문화시켜버렸다.

세계 최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내놓았던 독일식 경력 단절 여성 문제 해결 방안은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가속시키고, 여성의 평균 임금을 더 떨어뜨렸을 뿐이다. 청년 실업 문제 해법 역시 국민의 세금을 퍼부었지만, 비정규직 일자리만 만들었을 뿐 재벌 해체와 경제 민주화를 통한 실질적인 좋은 일자리 창출은 없었다.

대학 개혁을 시키겠다던 교육 정책이 사실상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강사 수와 강좌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대학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수많은 교수들이나 교직원들이 대학 개혁 관련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몇 년째 휘둘리는 동안 교육과 학교 행정은 오히려 혼동을 겪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130년 역사에서 최초의 총장 사퇴 사건을 초래한 사건의 한 가운데에는 미래라이프대학 사업과 같은 국책 사업이 있을 뿐만 아니라, 최순실-정유라 사건이 몸통처럼 있었다.

심지어 최근 사드 배치 등으로 남북 관계를 최악으로 만듦으로써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게 하고 있다. 2002년 김정일을 만나 4시간여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몰라도, 장차 자신이 국가 최고 책임자가 될 때를 상정한 발언을 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러한 짐작과 함께 2014년 3월 28일 최순실이 관여했다는 드레스덴 선언문과 '통일 대박론'을 터트릴 때만 해도 한반도의 위기를 이렇게 까지 악화시키리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현실적 상황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재현하는 듯했다. 1972년 7·4 남북 공동 선언을 발표하여 남북 화해 무드를 조성하자마자 유신 개헌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그 결과 남북 위기 상황을 반공사태로 국면 전환하면서, 유신 독재를 강화시켰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극단으로 치닫는 국정 운영과 남북 관계 속에서 불안과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국민들, 특히 청년들이 더 큰 목소리로 헬조선을 외치고 있다.

이제 대다수 국민들은 국가의 부재를 느끼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에 이어 2016년 경주를 중심으로 한 경상도 지역의 지진 사건 때에도 국민들은 안전을 지켜주는 국가 시스템이나 정부의 노력이 부족함을 경험해야 했다. 경주에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의 강진이 발생한 후 8일이나 지나서야 대통령은 현장을 찾았다. 2015년 11월 민중 총궐기에 쌀 관세 문제로 시위했던 백남기 농부가 과잉 진압으로 인해 쓰러졌건만, 정부는 사과는커녕 불법 시위를 탓했을 뿐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국민에게 자부심을 부여하고 경제는 어려워도 참고 견디게 할 자랑스러운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무능은 하야만이 국민에 대한 책임이다

과연 이 나라의 최고 위정자들에게 국민은 누구인가? 위정자들만이 행복하게 살도록 할 의무와 숙명을 부여받은 개돼지인가? 단연코 아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대한민국 헌법 69조에 있듯이,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의무를 부여받았다. 그러한 불행하게도 한국에는 이러한 의무를 자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대통령은 안보이고, 최순실이나 대통령의 극소수 최측근의 비리와 전횡 이야기만 무성할 뿐이다.

주지하듯 조선 왕조에도 국정을 책임을 지지 못했던 왕들은 비록 세습 왕임에도 불구하고 하야했던 사례가 있었다. 조선 왕조 최악의 폭정을 자행했던 연산군은 결국 반정(反正)으로 폐위되었다. 최근에 긍정적인 재평가를 받고 있는 광해군 역시 자신들의 혈족을 제거하거나 유폐시킨 반윤리적인 군주라는 명분에 의해 폐위되었다. 하물며 민주공화국에서 국민 행복 제일을 위한 노력은커녕 수렴청정에 의해 국정이 농단당하는 일이 어떻게 좌시될 수 있겠는가? 정치적으로 후진성을 보였던 제1공화국시대 조차 국민의 뜻에 따라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해야만 했다.

위정자들의 눈에는 민중들이 개돼지이거나 그렇게 비춰졌는지 모르겠다. 또한 상당수 민중은 김수영의 시처럼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 "풀"과 같은 때로는 기회주의자들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민중은 역시 김수영의 시처럼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 풀과 같은 존재이다. 위정자가 민중을 제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개돼지라고 여길 무렵, 민중은 위정자들의 허위의식을 치고 일어선다.

1960년대의 4.19혁명에서도 1980년 5·18에서도, 1987년의 6월 민주화항쟁에서도 모두 민중들이 주역이었다. 그들은 잠시 숨소리를 죽였을지 몰라도 책임지지 못하는 위정자를 영원히 좌시하지 않는다.

늦었지만 국민 앞에 진정 책임지려 한다면, 하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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