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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재단 비리'로 축소

핵심은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대통령은 자금 유용만 언급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했음을 시인한 점은 특히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또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두 재단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의 해명으로 몇 가지 궁금증이 발생했다. 먼저 '기업의 자율적 설립'이라는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그간 설명들에 관한 것이다. 전경련 이승철 상근부회장 등은 재단 설립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주장을 사실상 배척하면서 "기업의 자발적 모금"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이날 박 대통령이 직접 재단 설립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왜 그간 전경련이 청와대 관련설을 극구 부인해왔는지 그 이유에 대한 의혹은 증폭될 수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검찰 수사, 즉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과 관련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부장검사 한웅재)에 배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사태의 핵심 인사인 최순실 씨의 행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두 재단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요즘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핵심은 '최순실 농단' 의혹인데, 대통령은 '공금 유용'만 '가이드라인'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향후 검찰 수사는 두 재단의 탄생 과정이나, 비선 실세의 개입 의혹보다는, 현재 운영 과정에서의 자금 유용 여부 등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용은 재단의 자금을 목적에 맞지 않게 불법적으로 용처를 변경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K스포츠재단의 '특정인'을 위한 지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 씨 등이 개입된 미르재단의 일련의 문화 사업 지원 등이 재단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두 재단에 대한 의혹은 이른바 '면죄부'를 받고 마무리될 수 있다.

"법을 위반한 게 없지 않느냐", "불법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 없지 않느냐"는 식의 반응은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 때부터 되풀이 돼 왔던 청와대의 도덕적 인식 수준이다.

지금 문제의 핵심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대거 운영진으로 참여한 '최순실의 지인들'이다. 유권자들의 시선은 자금 유용의 문제보다는 '국정 농단'의 의혹에 쏠려 있다. 두 재단이 자금을 적법하게 사용했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그에 비하면 사소한 일이다. 만약 자금 유용이 있었다면 대통령이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관리 감독 과정에서나 수사기관의 수사 등을 통해서 불이익을 받거나 처벌받는 게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순실 게이트'를 '재단 비리' 의혹 수준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정작 핵심 의혹은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에 강제 모금을 지시했는지 여부 △두 재단과 관련해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있는 최순실 씨가 두 재단의 인사와 운영에 불법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 △나아가 최순실 씨의 광범위한 공직 인사 개입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발언의 포커스는 오히려 두 재단의 활동을 칭찬하는 데 맞춰져 있다.

심지어 '최순실 게이트'를 제기하는 야당을 향해 "이처럼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 대통령은 "저는 오로지 국민들께서 저를 믿고 선택해 주신대로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지키는 소임을 다하고 제가 머물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어떠한 사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朴 대통령, 논란을 중단하라고? 논란은 해소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했는데 대통령께서 두 재단의 설립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며 "어떻게 민간재단 설립에 대해 대통령이 이렇게 자세히 파악하게 된 것인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설립배경에 대해서 왜 대통령이 그렇게 상세히 설명해야하는지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 대변인은 "대통령은 '더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수적"이라며 "두 재단에 불법행위가 있는지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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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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