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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톡톡, 내 법안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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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 톡톡, 내 법안을 부탁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시민 제안에서부터 시작하는 입법 플랫폼

지난 봄 강남역 살인 사건과 구의역 산재 사망 사고는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던져주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건 이후에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포스트잇 추모가 이어지더니, 그 뒤 구의역에서도 익명의 포스트잇과 헌화가 잇따랐다. 포스트잇 속에서 '너가 나야'라고 말하는 이 익명의 사람들은 대체 누구일까? 공감과 감정 이입을 뛰어넘어 사회적 문제를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들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이들이 의견을 나누며 행동을 제안한 그곳,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는 언론이 말하지 않는 수많은 사실이, 비루한 내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날 것의 이야기가 '좋아요'와 '공유하기'를 타고 퍼져나가고 있었다. 온라인 세대들에게 '좋아요'와 '공유'는 가장 쉬운 공감의 표현이자 적극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때론 온라인은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어 그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 5월 31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19세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현장에 추모 글이 붙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필리버스터닷미, 11일간 30만 명 접속…시민 연설문을 국회의원이 낭독

올해 2월 23일 국회 본회의장. 테러 방지법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와글은 필리버스터 시작 직후 10시간 만에 시민 온라인 연설문 작성 플랫폼 '필리버스터닷미'(fillibuster.me)를 오픈했다.

이 사이트에서 시민들은 단상에 오른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써내려갔다. 11일 동안 누적 30만여 명의 시민들이 접속해 3만8269건의 글들을 남겼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3000여 건의 공유가 이루어졌고, 1만550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국회까지 전해져 7명의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시민들의 연설문을 낭독했다. 내가 작성한 글을 국회의원이 읽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정치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온라인에 기반을 둔 정치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 지난 2월 24일 테러 방지법에 반대해 10시간 넘게 필리버스터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누군가 '서 있는 자리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국회가 아닐까. 국회 밖에서 볼 때 국회는 국회의원 그들만의 섬이다. 서민들의 팍팍한 삶에는 관심 없고 맨날 싸움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회 안에서 보면 좀 다른 풍경이 보인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 발의 건수는 총 2372건(너무 열심히 하시는 거 아니에요?). 국회 의원회관을 가보라. 매일 수많은 토론회와 정책 간담회가 열리고 의원실은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만나러온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법안 하나 하나가 전부 시민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일 텐데 어떤 법안이 왜 제출되었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법안 발의에 즈음에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리지만 소위 전문가'급'이 안 되는 사람들은 토론자로 초청되지 않는다. 의원실은 늘 찾아오는 사람들을 응대하느라 바쁘지만, 그들의 소속을 살펴보면 지역구 민원인들 아니면 대부분 대기업 노조, 대형 시민단체, 전국OO협회 등이다.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은 늘 열려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하진 않다.

19대 국회 입법 청원 227건중 단 2건 채택…시민 입장에서 입법 과정 재설계하자

그렇다면, 힘없고, '빽' 없고, 조직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헌법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입법 청원 제도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지난 19대 국회에 접수된 입법 청원 227건 중 채택된 것은 단 2건(0.9%)에 불과하다. 177건(77.9%)은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내가 거리에서 했던 그 많았던 서명들은 국회의원들의 책상 위에도 올라가보지 못한 채 버려진 것이다.

"아기를 한 명 기르는 워킹맘인 저는 최근에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사했는데, 이게 웬걸. 근로기준법 연차 휴가 기준에 따라 1년 만근하지 않은 임직원은 연차가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에 맞닥뜨렸습니다. (…) 아기가 아파 어린이집에 가지 못할 때, 아기를 맡길 사람도 없는데 낼 수 있는 휴가도 없는, 이보다 더 막막한 상황이 어디에 있을까요? 사소해 보이는 휴가 하루가 저출산 정책에도, 사회 초년생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국회 톡톡에 올라온 시민 제안 '신입 사원에게도 휴가를 주세요' 중에서)

▲ 국회 톡톡 화면. ⓒWAGL
시민을 위한 법, 그렇다면 그 시작도 시민의 제안으로부터 시작해보자. 정치 스타트업 와글과 개발자 조합 빠흐띠, 그리고 더미래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 제작한 '국회 톡톡'(☞바로 가기 : http://toktok.io)은 시민의 입장에서 법을 만드는 과정을 재설계했다. 입법 과정을 '시민 제안 및 지지→의원 매칭→입법 활동'의 3단계로 구분했다. 시민은 국회 톡톡에서 직접 정책제안을 할 수 있다. 이 제안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1000명이 넘으면, 국회 톡톡에서 해당 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시민 제안에 대한 응답을 요청한다. 매칭 기간 2주 동안 국회의원들의 참여/거부/무응답 내역이 국회 톡톡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매칭된 시민들과 국회의원은 '입법 드림팀'이 되어 별도로 마련된 온라인 공간에서 쌍방향 소통하면서 입법의 전 과정을 공유하게 된다. 법안을 만들 때 꼭 담아야 할 핵심 내용이 무엇일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각종 자료들을 모으고, 상임위 속기록을 링크하고 상임위 온라인 중계 등을 통해 실시간 국회 상황을 공유할 수 있다. 상임위에서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가 나오듯 '시민위원 검토 보고서'를 온라인에서 함께 작성할 수도 있고, 국회의원이 질의해주었으면 하는 내용을 온라인에서 릴레이로 써보는 '시민 질의서'도 가능할 것이다.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제안, 1000명 돌파하고 의원 매칭 단계

지난 10월 6일 베타 오픈한 국회 톡톡에는 지금까지 7개의 시민 제안이 올라와 있다.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불공정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 불필요한 개인 정보 게재를 금지하도록 하는 표준 이력제 법제화, 신입 사원 연차 보장 등이다. 각각의 제안은 병원비 부담으로 곤경에 처한 가정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 법의 허점 때문에 거리로 쫓겨난 상인, 이력서 개인 정보 요구 실태를 조사한 대학생, 연차를 쓰지 못하는 직장맘 등 문제 당사자가 직접 제안했다.

만15세 이하(의무 교육인 중학생까지) 아동 청소년의 입원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흑자 분으로 보장하라는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제안의 경우, 시민 제안 중 첫 번째로 지지자 1000명을 돌파해 국회의원 매칭 단계에 와 있다. 현재까지 관련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과 윤소하 의원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의원들의 응답 마감은 10월 25일). '신입사원에게도 휴가를 주세요'라는 시민 제안도 글이 올라온 지 5일 만에 지지자 500명을 넘겼다.

▲ 국회 톡톡이 진짜 국회로 간다. 10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식 출범 시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WAGL

어떤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수십 번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일단 상임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부터가 제일 큰 난관이다. 안건으로 올릴 법안은 상임위에서 각 당 간사 의원들이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데, 이 협의 과정부터가 조용한 전투다.

임기 4년간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법안들이 대다수이니 언제, 어떤 법안이 안건으로 올라가는지 국회 밖에서는 알 도리가 없다. TV 홈쇼핑에서는 내 관심 상품의 방송 날짜를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는데, 국회는 내 관심 법안의 토론 날짜를 스마트폰으로 미리 알려줄 순 없는 걸까? 스마트해진 세상, 이제 국회 톡톡을 통해 국회의원들과도 스마트하게 접속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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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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