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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왜 이리 재난-참사가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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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왜 이리 재난-참사가 많은가?

[안종주의 안전 사회] 헬조선의 위기-재난 대응은 왜 실패하나?

위기나 재난은 어느 사회에서나 생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위기와 재난은 이어지고 있다. 위기와 재난은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생겼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며 조기에 이를 잠재울 수 있는 효과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를 모를 사람은 없다. 이 당연한 일들이 이루어지는 사회는 안전 사회이고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는 불안 사회 또는 위험 사회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어떤 자리매김이 타당할까? 두말하면 잔소리로 안전 사회는 아니다. 불안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전문가나 일반 시민 모두 그렇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일들이 줄곧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대유행,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 대응, 경주 지진, 태풍 차바 등으로 이어지는 위기와 재난 때 박근혜 정부가 어떤 일을 했는지 국민은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한두 번의 위기와 재난 대응 실패는 눈감아줄 수 있다. 그 실패가 매년 되풀이하거나 단 한 번도 성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위기와 재난 때 단 한 번도 전문가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만한 효과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무능한 정부라 해도 그렇게까지 하기는 쉽지 않을 터인데도 말이다.

바둑을 둘 때 연전연패하면 패한 대국자는 왜 그런 처참한 결과가 초래됐는지를 복기해보기 마련이다. 적어도 그가 다시 바둑판의 돌을 집으려면 말이다. 자신이 패한 결정적 순간이 있는지, 있다면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는지, 실력 향상을 평소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는 것이 기본적 자세다.

박근혜 정부는 그런 복기를 하지도,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것 같다. 만약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복기를 했다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다고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데 국민 아무도 이를 알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실패의 원인을 알았다면 책임 있는 누군가가 피해자와 잠재적 피해자인 모든 국민에게 사과 또는 사죄해야 하는데 이 또한 듣지 못했다.

사과도 물론 사건의 규모와 실패의 원인에 걸맞은 책임자가 해야 한다. 대통령이 사과해야 마땅한 일에 장관이 하거나 장관이 해야 마땅한 일에 실무 책임자가 사과한다고 해서 사과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과도 제때 해야 한다. 사과의 형식과 내용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메르스, 지진 등 모든 위기와 재난 때 그것에 걸맞은 책임자가 사과하지 않거나 피해자나 국민이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에서 '엎드려 절 받기' 식의 사과를 했다.

우리는 위기 때 제때 대응하지 못해 큰 곤욕을 치른 기업들과 이를 잘 극복해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사례들을 잘 알고 있다. 1982년 누군가가 고의로 넣은 청산가리가 들어있는 두통약 타이레놀을 먹고 5명의 어린이 등이 숨진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 때 회사가 즉각 미국 전역에 깔린 제품을 리콜 조처하고 소비자들에게 사과한 것을 대표적인 위기 대응 성공 사례로 꼽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당시 지금의 돈 가치로 환산하면 조 단위의 손실을 감수하고도 미국 전역에 유통되고 있는 타이레놀을 전량 회수해 추가 사고를 막았다. 삼성이 휴대폰 '갤럭시 노트 7'의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잇단 화재 사건에 대해 초기에 미적거리던 대응에서 벗어나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제품 단종과 보상을 결정함으로써 엄청난 손실을 감수한 위기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일어난 재난과 위기에 대한 얼치기 대응과 연 이은 실패의 배경에는 아랫사람이 절대자, 즉 여왕과 같은 존재로서 대통령을 모시기 때문이다. 절대자는 무오류를 특징으로 한다. 그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처럼 잘못을 저지르고 잘못 판단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존재다. 설혹 잘못이 있다 해도 그 모든 책임은 아랫사람이 뒤집어써야 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의 '대통령의 7시간'도 바로 이 때문에 발생한 것을 볼 수 있다. 위기 대응이나 위기 소통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 가운데 하나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또 위기 예방이나 대응 과정에서 실수나 과오가 있을 경우 이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이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이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실천하지 않았다.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박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층 핵심인 극우 세력이 '종북 좌파'란 낙인을 찍고 청와대는 이를 부추김으로써 시선을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행태를 줄곧 보였다.

실패와 과오를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다보니 그 뒤에 이어지는 메르스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 등 대응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되풀이되었다. 이 때문에 국민들 가운데 다수는 위기-재난 발생→피해 확산 방지 실패→책임자의 사과 무시 또는 때늦은 사과→위기 대응 실패에 대한 진상 규명 방해→비슷한 위기와 재난 재발 등을 박근혜 정부의 위기-재난 대응 매뉴얼처럼 여기고 있다.

메르스만 해도 실은 초기에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 규모를 10분의 1 정도로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성격의 감염병이었다. 초기부터 감염병 발생 병원을 공개하고 시민들의 협조를 구해 강력한 이동 제한 조처와 함께 대대적 홍보를 했더라면 발생 환자 수를 몇 명 내지 수십 명 수준에서, 사망자 수도 한 자리에 머물게 할 수 있었다.

위기 대응과 관리 실패는 재난과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대유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모든 것이 중앙 위주로 이루어져왔다. 현장에서 신속한 구조보다는 대통령을 포함한 중앙 보고에만 매달렸다. 메르스 때에도 환자 발생 현장에서 일선 지휘자가 선 조처, 후 보고하려는 것을 외려 중앙(보건복지부)이 가로막는 일들이 벌어졌다. 중앙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관련 정보를 지역과 공유, 즉 소통해야 함에도 청와대와 총리실 보고에 더 신경을 쓰는 행태가 되풀이됐다.

감염병을 가장 잘 아는 사람과 전문가, 기관이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한 방역을 펼쳐야 함에도 메르스를 잘 모르는 행정 관료와 정치인이 이를 좌지우지했다. 이런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데도 메르스 대유행의 막이 내린 뒤 행정 관료와 정치인들은 아무런 책임조차 지지 않았다. 메르스 컨트롤타워 수장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대통령을 대신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런 공을 인정받은 것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전공 분야인 국민연금 사령탑으로 이동했다. 영전 아닌 영전을 한 셈이다.

그 사이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의 의사 출신 간부들은 중징계를 받았고 일부는 옷을 벗어야만 했다. 실제로 져야 할 책임에 걸맞은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러고서야 그 누가, 어떤 전문가가 발 벗고 나서서 위기와 재난에 대응하려 들겠는가. 복지부동을 부채질하는 위기-재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위기 대응과 소통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대중이 궁금하게 여기는 바를 정확하게 쉬운 메시지로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으라는 원칙이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우리 국민은 사고 발생 후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현장에서 제 발로 나온 사람 외에는 구조대가 두 눈 뜨고도 단 한 명의 승객도 구하지 못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메르스 대응 때도 누가, 왜 환자 발생 병원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1~2년이 지나도록 그 아무도 그 사정과 진실을 속 시원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진실 규명에 목을 매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방해를 하거나 진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앞으로 1년여 남은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비슷한 재난과 위기가 생긴다면 과거와 같은 행태가 되풀이될 것이란 예측을 하게 만든다.

불행과 불안이 계속된다는 사실이 국민을 불안케 한다. 남은 것은 불행한 사건과 사고들이 생기지 않도록 기우제 지내듯이 비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잇따라 발생한 재난과 위기 대응의 실패 원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해결책을 실천하려는 마음이 없는 정부 아래 살고 있는 시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을 먹으면 안 된다고 되뇌면서도 '헬조선'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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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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