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이 벌인 선내 공기 주입 작업이 '청와대 보고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이틀째 진행된 세월호 제3차 청문회에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해경과 해군의 주파수공용통신(TRS) 음성을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과 박종운 안전사회 소위원장은 이날 청문회 마지막 시간을 통해 해경으로부터 확보한 TRS 교신 내역을 공개하며 "언론에 발표된 구조 상황과 달랐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경은 피해자들이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월호 3층 식당칸에 공기를 주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교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공기호스가 식당 칸까지 가려면 시간 많이 걸려서 안 되니까 현재 35미터 지점에 설치된 부근 객실에 공기주입구를 설치하는 걸로 지시가 내려갔음. 확인 바람."
박 상임위원은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곳에 에어포켓을 형성한 게 아니라 의미가 있든 없든 일단 공기를 넣고 보자는 식"이라며 "마치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한 목적 같다"고 했다.
공기 주입 양 관련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해경이 발표한 공기 주입 양은 155세제곱미터였으나, TRS 교신 분석 결과 5세제곱미터도 안 되는 180큐빅피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기 주입에 사용된 호스는 직경 1.9센티미터에 해당하는 작은 공업용 호스로 6800톤급 세월호 안에 공기를 넣기엔 턱없이 작았다. 산소를 공급할 선박과도 밧줄 하나만으로 연결돼있었다. 전체적으로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할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던 것.
그럼에도 해경은 당시 공기 주입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며, 4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체육관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그렇게 보고했다.
특조위는 박 대통령이 진도 체육관을 방문했을 당시 해경이 공기 주입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ENG 카메라를 여러 대 동원한 사실도 TRS 교신 내역을 통해 밝혔다. 교신에 따르면, "다이버들 들어가는 것을 비출 수 있으면 줌인(Zoom-In)해서 사람을 고정 배치해서 줌인해서 비춰줄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박 상임위원은 "국민과 가족도 속였지만 이는 대통령 또한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사 당시 선체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알려진 수중 무인잠수탐사로봇, 원격수중탐색장비(ROV) 작업도 실제로는 실패했다는 사실도 TRS 분석을 통해 나왔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범정부대책본부는 ROV 선체 진입 성공을 발표하며 오전 두 차례 테스트 작업을 거쳐 오후 3시 20분에 최종적으로 투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TRS 기록에 따르면, 당시 투입된 ROV 가운데 한 대는 유실됐다. 또 "진입 시도했으나 실패로 출수"라는 대목도 나온다.
전체 TRS 파일은 100만 개가량이다. 그러나 현재 특조위가 해경으로부터 확보한 자료는 7100여 개에 불과하다. 정부가 특조위 강제 종료를 선언한 이후로 해경은 특조위의 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는 상황.
권 상임위원은 "TRS 기록이 없었다면 이런 사실들은 알 수 없었다"며 "나머지 교신 기록을 분석하면 훨씬 더 많은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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