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의원 외교 차원에서 이뤄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6명의 중국 방문을 놓고서 청와대·새누리당과 보수 진영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오히려 청와대가 파장을 키웠다"며 반격했다.
방중단에 속한 더민주 김영호 의원은 8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와 청와대에서 입장 표명을 안 했을 경우에는 조용한 의원 외교가 될 수 있었다"면서 "원래는 중국 매체에서 전혀 관심의 대상도 아니었고, 중국 언론에 전혀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갈 생각이었다. 정말 이렇게 확대될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공세에 대해 "오히려 정부가 중국 매체로부터 이용을 당하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김 의원은 "더민주 국회의원 6명이 한중 외교 우호를 위해서 출국하려는데 마치 대통령이 그것을 가로막는 듯한 모양새가 나온 것"이라며 "그러니까 저희가 (갑자기) 안 가게 되면 중국 매체나 외신이 뭐라고 보도하겠느냐? '청와대에서 직접 개입해서 야당 의원들의 출국을 막았다(고 할 것이다).' 이럴 때 한중 외교에 굉장히 큰 파장과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이 한국 야당 의원들의 방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김 의원은 "저 같은 경우도 베이징 대학교에서 5년 동안 공부를 했고, 나름대로 정치권에서는 중국을 잘 아는 사람이다. 동료 의원인 박정 의원도 중국 우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 전문가"라며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중국 매체의 '이용', 이런 것은 저희가 잘 지혜롭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에서 '중국 매체에 이용을 당할 것이다'라고 우려하고 있는데, 이미 저는 중국 CCTV 및 <인민일보>와 몇 차례 인터뷰를 했는데 저의 발언을 가지고 중국에서 사드 문제에 이용했다는 비판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민주 내에서도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방중에 부정적인 입장이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방중을 만류한 것은 아니다. 전화를 주셔서 (중국에) 갈 것인지 확인을 하셨다"며 "제가 '대표 생각은 어떠시냐, 지혜를 달라'고 이야기했고, 그 과정에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만류의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더민주 의원 방중단은 김 의원과 박정 의원 외에 신동근, 소병훈, 김병욱, 손혜원 의원 등 모두 6명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도착 직후 김장수 주중 대사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이들은 베이징 대학교 교수들과의 좌담회, 교민 간담회, 한국 언론 특파원 오찬 등의 일정을 예정하고 있다.
앞서 전날 청와대는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방중 의원들의 진의가 어디 있든, 결과적으로는 중국 측의 입장을 강화하고 우리 내부 분열을 심화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방중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야당 의원들의 방중을 공격했다. (☞관련 기사 : 청와대, '사드' 관련 중국·야당 싸잡아 비난)
새누리당도 "청개구리식 인식만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들"(8일 지상욱 대변인), "소영웅심에 도취한 정치쇼"(같은날 김명연 원내대변인) 등 노골적인 비난전을 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며 "이제 대한민국에는 294명의 국회의원만이 존재할 뿐"이라고까지 했다.
추미애·김상곤은 방중단 지원 사격, 이종걸은 "우려"…국민의당 "더민주 의원들 잘할 것"
김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는 이같은 정부·여당 공세에 대한 '당사자'로서의 반박이다. 더민주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선 주자들도 이들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추미애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들 의원들의 방중에 대해 "의원들이 한국 국민을 대표해서 외교 활동을 잘 펼치고 오시라 하는 입장"이라며 "의원 외교를 하면서 경제 환경의 극단으로 가지 않도록 완충하는 역할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국제 공조로 풀어야 할 북핵 문제를, 오히려 (정부가) 사드 배치로 한중 갈등을 초래했다"면서 "한중 간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의원들이 나라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전하는 것은 잘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도 "위기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우리 당 의원의 중국 방문과 의원 외교는 환영할 일"이라며 "우리 당 의원단은 그 누구보다도 국익을 생각하고, 한미 관계의 전략적 가치와 함께 한중 관계의 중요성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의원 외교는 정부가 처한 어려움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청와대는 더민주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중요한 외교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을 뿐 아니라 국내 갈등을 더욱 조장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우리 당 의원들의 방중 외교 활동에 대한 비난을 즉각 중단해야 하고, 분열적 시각을 버리고 우리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당권 주자 3인 가운데 유일하게 비주류에 속한 이종걸 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글과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악용하려는 새누리당의 태도에 지극한 유감"이라면서도 "(방중 의원들의) 진의와 상관 없이 '사드 반대파'로 분류돼 중국 측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의원들이 방중에 앞서 중국 측에 '방중을 자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고, 방중의 목적이 객관적인 자료 조사와 중국 측의 입장을 가감 없이 청취해서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데 참고하는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께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조사 활동을 하는 김에 미국도 방문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더민주의 야권 내 경쟁자인 국민의당에서도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민주 6명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해서도 국익에 맞는 품위있는 언행을 할 것으로 믿고 국익에 손상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것을 갖고 청와대가 '가지 말라'고 간섭하고 나서는 것은 중국을 자극하는 일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들 의원들의 방중을 두둔하고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더민주 의원들이 국익을 위해서 잘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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